북한의 역사 세트 - 전2권 청소년과 시민을 위한 20세기 한국사
이종석 지음, 역사문제연구소 기획 / 역사비평사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북한은 가까우면서도 먼 존재이다.
국경을 맞대고 있고, 피를 나눈 한민족의 국가라고 하지만, 서로 교통하지 않고, 여전히 총부리를 맞대고 있고, 서로 상대방 국가의 실체를 제대로 알지 못 하고 있는 관계.
이웃하지만 먼 나라. 그것이 현재 남북한의 관계다.

북한의 역사도 마찬가지였다. 가까우면서도 먼 존재였기에,
잘 안다고 느끼면서도 실제로 상세히 파고들고 보면 아는 바가 별로 없다. 북한의 정치, 사회, 문화가 어떤 역사적 맥락 전통 속에서 지난 60년간 이어져왔는지 잘 몰라왔다.
아니, 잘 몰라오기만 한 것이 아니라, 조금이나마 안다고 생각했던 부분들 역시 남북 간 대립 속에서 왜곡된 역사상에 의해 변질된 것이기도 했다.

이번에 <20세기 한국사> 시리즈에서 나온 북한의 역사 1.2권은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 북한의 역사를 일반 대중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제시해주는 책이다.
역사학과 정치학의 대표 두 학자가 1960년을 전후로 시기를 나누어, 1권은 인민민주주의, 2권은 주체사상과 유일체제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책을 서술하고 있다.
물론 그렇다보니, 책의 서술이 너무 정치사 부분만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감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저자들의 능력 탓이라기 보다는, 북한에 대한 정보가 너무나도 제한된 탓일 것이다. 오히려 두 저자는 정치사 부분을 서술하면서, 초기 북한 정치가 갖고 있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 주목하고, 그것이 점차적으로 차단되고, 결국은 ‘김일성-김정일’로 이어지는 주체사상과 유일체계로 귀결되는 과정을 충실히 잘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북한의 역사’라는 제목으로 북한만의 이야기로 책을 구성하고 있다. <20세기 한국사>라는 기획 속에서는 분명 남북 간 관계를 역사화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역사만을 독자적으로 구성하면서, 오히려 분단의 문제, 통일 논의들의 문제를 충분히, 입체적으로 다루지 못 했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 북한에서 1947~48년에 걸쳐 임시헌법이 제정된 과정 부분에서 그런 느낌이 강했다.
두 책 모두 ‘실사구시’를 내걸고, 역사적 평가에 앞서 사실을 복원하는데 천착하고 있기 때문에 본 책에서는 임시헌법 제정 과정을 이야기할 뿐이었다. 하지만, 북한의 임시헌법은 남한의 제헌의회 설립보다 앞선 것이었고, 실질적으로 분단을 준비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책에서는 1948년 남북협상에 ‘평화적 통일운동의 초석’이 된다고 크게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북한 임시헌법 제정에 대해서는 별다른 코멘트가 없다. 그러면서 남북 사이에서 충돌했던 분단의 과정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는데 실패했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더라도,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은 책임에 틀림없다.
정치사 일변도로만 흐를 수 있는 한계 속에서도 중간중간 ‘스페셜 테마’를 적절히 배치하는 것을 통해 독자들의 여러 의문들을 풀어주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역사적 평가에 있어서 균형을 놓치지 않으려 했던 저자들의 노력 역시 큰 장점일 것이다. 이 책은 ‘반공주의’라는 시각으로 점철되어 왔던 색안경을 벗고, 북한의 쌩얼을 향해 한 걸음 다가서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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