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요? 왜 그렇게 쳐다봐요?”
“그냥 궁금해서요”
“이런 짓 계속하고 싶어요?”
“왜요? 그쪽이 마지막 남자였으면 좋겠어요?”
“왜? 그럼 안 되나? 너 꽤 마음에 드는데 이 귀찮은 짓도 그만하고 싶고”
“자신감이 상당하네요 차기현씨 난 그쪽 마음에 안드는데”
“별로 솔직하지 않은 아가씨네 그 눈빛은 벌써 나에게 반했다는 듯 반짝거리는데 내가 마음에 안 든다고?”
“정말 내가 마음에 안 들어?”
“왜 대답 안 해? 원래 그렇게 좀 도도해?”
“같이 저녁 먹을 거지?”
“일어나 데이트해 보자”
“저녁은 같이 안 먹어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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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들어가면 안 되냐?”
“안돼”
“정말 안 되냐?”
“나중에 결혼하면”
“아 정말 돌겠네”
“혹시 몸에 흉터 있어? 그래서 내가 싫어할까봐 그래?”
“괜찮아 등에 호랑이 문신을 새겼다 해도 난 무조건 너를 사랑할 거니까 말해도 돼 응?”
“그래 알았다 떨지 않아도 돼 안 잡아먹을 테니까”
“나는 21세기에 살고 있는데 너는 16세기에 살고 있으니 내 몸에 사리 생기겠다”
“그냥 이대로 납치하고 싶지만 참는다”
“내일 봐”
“해주야...”
“응?”
“사랑한다 서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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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주가 그때 그렸던 그림 아직도 그대로 있을까?”
“아니 내가 지우라고 그랬어”
“그 집 주인이 안 지운다고 박박 우기는 것을 돈 줘서 지웠어 그런 게 있으면 뭐 하겠어 재수만 없지”
“정말 나쁜 년이라니까 그렇게 사랑한다면서 어떻게 하루 아침에 기현을 버리지? 집이 부도난 것도 아닌데 뭐 지금은 아주 땅을 치고 후회하겠지만.....”
“너무 그렇게 욕하지 마 무슨 사정이 있었겠지”
“무슨 사정? 돈만 밝히는 년이 무슨 사정이 있어서?”
“너 뭐 들은 거 있어? 왜 갑자기 편을 들고 그래?”
“아니 그냥...”
“편들지마 그런 계집애는 평생 욕먹어도 싸”
“...알았어”
“그래도 그때 헤어지길 잘했지 기현이 등골 빼먹을 년이었잖아 명품 외에는 하고 다니지도 않았지”
“그렇지 잘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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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여기가 어디라고 와!”
“왜 하필 여기로 오냐고!”
“사람 정말 비참하게 만드네”
“망할 년”
“제기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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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처럼 이기적인 년은 본 적이 없어 정말”
“내가 예전처럼 감정에만 충실했던 놈이었다면 네 멱살을 끌고 리조트 밖으로 던졌을 거야 하지만 지금의 나는”
“잘나가는 꽤 냉정한 사업가야 네가 아무리 나를 뜯어먹으려고 해도 이제는 순순히 당하지 않아 꽤 많은 노력을 했거든 쪽팔리지만 눈물도 꽤나 쏟았었어 너 때문에 정말 고마워 서해주 네 덕분에 여자들이 어떤 족속인지 알았거든 벌레 같고, 기생충 같고, 남자 등골이나 배먹는 더럽기 짝이 없는 하등 동물이지 고마우니까 리조트 밖으로 집어던지지는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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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주야”
“너 맞고 사냐?”
“누구에게 맞았어?”
“웃지 말고 말해 누가 그랬어?”
“당신하고는 아무런 상관 없는 일이야 혼자 넘어진 거니까”
“그래? 정말이야?”
“정말이야 넘어져서 이렇게 됐어 당신하고는 아무런 상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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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주야 만일 너에게 한번 더 기회가 있다면 어떻게 할래?”
“응? 무슨 소리야?”
“나 아직 너 사랑해 그것도 아주 많이 사랑해 알고 있지?”
“기현씨....”
“너와 함께하고 싶어 너와 가정을 꾸미고 싶어”
“하지만...”
“내가 원하는 여자는 언제나 너였어 다른 여자와 결혼하더라고 너를 가슴에 품고 살게 될 거야 그럼 정말 안 되잖아 못할 짓이잖아 다른 여자에게 그래서 너에게 솔직하게 말하는 거야 이것은 나에게도 마지막 기회니까”
“나는 너와 한 번 더 노력해 보고 싶어 네 생각은 어때? 나와 다시 시작해 볼래?”
“단 조건이 있어 네가 이번에 나를 선택한다면 넌 지난 시간의 서해주에 대해 나에게 모두 다 말해야 해 하나도 숨김 없이 전부 다 나에게 뭐가 그렇게 미안한 건지 다 말해야 해”
#
“해주를 보기 위해서입니다”
“며칠 전에 해주가 사이판에 있는 제 리조트에 왔었습니다”
“해주가?”
“죄송합니다만 제가 시간이 별로 없어서 바로 본론부터 말하고 싶습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제가 원래 돌려 말하는 재주가 없습니다 무례를 미리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해주가 뭐라고 그러던가?”
“뭐라고 한 것은 없고 제 행동에 책임을 지기 위해서 왔습니다 해주가 임신했는지 확인을 하고 싶습니다”
“뭐라고 임신?”
“네 제 리조트에 있는 동안 해주와 같이 지냈거든요”
“해주가 아직도 그러고 다니는 걸까요?”
“이런....”
“그냥 이야기해요 저러다가 차사장이 속기라도 하면 어떻게 해요?”
“뭘 말입니까? 제가 왜 속습니까?”
“당신이 못하면 내가 할래요 장 여사가 이 사실을 알면 얼마나 기가 찰까 같은 엄마의 입장에서 차마 못 보겠어요”
“그래야겠지? 아무래도 더 이상 해주를 지켜 줄 수가 없겠어”
“해주는 언제 옵니까? 해주와 같이 앉아 말씀드릴걸 그랬습니다”
“아니야 차 사장 해주는 이제 돌아오지 않아요 이미 오래전에 여기를 떠났으니까”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우리 해주 우리가 가슴으로 낳은 딸이었어”
“입양아라는 말씀이신가요?”
“우린 해주가 갓난아이였을 때 입양해서 우리 딸로 키웠어 딸처럼 아니 딸보다 더 아끼며 사랑하며 키웠어 올바르게 키우려고 정말 노력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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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 누구 누구....”
“기 기현씨”
“해주야! 안에 있지!서해주!”
“해주야!”
“안에 아무도 없는 줄 알았어”
“미안해 놀라게 해서 미안해”
“놀라게 해서 미안해 내가 그랬어 내가 너 보려고 내가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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