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기적처럼 시간을 거슬러 그녀를 찾아 헤매었고 제 발치아래 익숙한 안료통이 떨어졌을 때 그때의 떨림을 잊지 못했다 물론 그 안료통을 아직 가지고 있다는 생갹에 자신처럼 과거를 기억할지도 모른다고 기대했지만 사내로 변복한 채 그녀를 자신을 외면했다 하지만 서운하지 않았다 오히려 간절했던 그 모습 그대로여서 그토록 그리워하고 애타게 찾았던 그 모습 그대로여서 오직 그것이 감사하고 고마울 뿐이다궐 안의 나비가 되지 말라고 하였다 내가 너에게 갈 것이니 이담의 여인이 되어 달라고서로가 서로를 연모하는 마음이 그저 순수한 마음이 될 수 있는 그러한 인연 평범한 부부의 연나는 이미 한번 하늘이었다 모두를 위해 하늘이 되어야만 했지 천하가 내 발아래 있었고 이 세상 모든 만물을 내가 품고 지켜야만 했지 하지만 딱 하나 가장 원했고 지키고 싶었고 절박했던 딱 하나는 내가 지키지 못했다 오히려 나를 지키고자 스스로 날개를 꺽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