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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분 후의 삶
권기태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좋아하는 이윤기가 이 책에 대해 쓴 말이다. "두번 읽었다. 한번은 미친듯이, 한번은 찬찬히." 나는 이만한 극찬이 없다고 생각한다. 나도 이 책 읽고 나니 그럴만 하다는 생각이다. 토요일 밤부터, 일요일 새벽까지, 일요일 저녁부터 월요일 새벽2시까지 다른 일을 할 생각도 잃어버린 채 읽었다. 내가 이렇게 읽은 책은 10년만에 처음이고, 누구한테라도 끝내주는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책 사 읽고 서평 띄우는 건 이게 처음이다.
양평의 아는 집에 놀러가 읽었는데 다른 친구들은 족구니 산책이니 하러 떠났다. 나는 발목을 삐어서 이 책을 주로 읽었다. 하지만 한번 붙잡으니 도무지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이 책에는 열 두 편의 논픽션이 단편소설처럼 드라마틱하게 쓰여졌다. 보통 단편소설집에 두세편만 재밌는 게 실려도 좋다고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열 두 편이 하나 같이 손에 땀을 쥐고, 눈시울이 달아오르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그러니 미친듯이 읽을 수 밖에.
오늘 아침에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서평이 여러개가 신문에 나와 있었다. 문화일보 서평은 정말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은 잘 모를 거라는 생각이 들게 하기도 하고, 기사 자체가 압권이다. "밥먹을 틈도, 전화 받을 틈도 없이 읽었다." 이 책에 대해 하는 말이다. "기자 출신다운 철저한 사실 확인과 빠른 호흡, 소설가다운 극적인 진행, 생존자의 육성이 담긴 단순한 건조체와 군데군데 빛을 발하는 유려한 문체의 배합, 쉬우면서도 사유적인 문장이 담겨있다." 정말 그렇다. 죽음의 입구 너머 들어갔다가 나온 사람들이 얼마나 자기가 겪은 일에 대해 생생하게 떠올리고, 많이 생각했겠는가. 자기 인생에 대해, 가족과 사랑에 대해, 자아의 완성에 대해, 모험과 성취에 대해, 우연과 필연에 대해, 생사에 대해, 종교와 구원에 대해.... 그래서인지, 아주 빠르고 아슬아슬하면서도, 아주 깊이, 깊숙하게 들어가는 느낌이 난다.
마음에 드는 문구들이 너무 많이 나와 줄치고 싶은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나는 "저기 캔버스가 있다"에 나오는 무하마드 알리의 말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주먹이 단련되는 곳은 체육관이 아니다. 복서의 주먹은 마음 속에서 만들어진다.' 그리고 내가 눈물을 흘리며 읽었던 이현조씨의 말에도 감동을 느낀다. '나는 완전몰입할 때 생의 기쁨을 느낀다. 그 순간을 위해 산에 오른다.' 그 분은 정말 우리가 기억해둘 만한 아름다운 성품을 지녔고, 아름다운 인생을 살았던 것 같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놀랍고 신기한 건 인도양에 빠졌다가 바다거북을 타고 살아돌아온 아저씨 이야기다. 정말 동화 같다!! 지하 미로에 빠졌다가 나온 아저씨 이야기도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게 만드는 이야기다. 그 아저씨도 9일만에 빠져나와놓고, 사흘 지난 것 같다고 착각했다고 하지만.^^ 이 책도 한번 빠지면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 읽어본 사람들만 알 것 같다. 정말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