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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늑대
마가렛 섀넌 지음, 용희진 옮김 / 키위북스(어린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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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이는 표정으로 건물을 박차고 뛰쳐나가는 빨간 늑대.
무섭다기 보다는, 굉장히 신나 보입니다.
일반적인 ‘늑대’의 클리셰를 벗어나는 저 나는 듯한 몸짓과 표정이, 이 책에 대한 궁금증을 확 일으켰습니다.

이 이야기는 로젤루핀이라는 공주의 이야기입니다. 이 공주의 아버지인 왕은, 이 세상은 너무도 험하고 무섭기 때문에 공주처럼 어리고 귀한 아이는 나가서는 안된다며 높은 돌탑 꼭대기에서 공주가 나가지 못하도록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공주 앞으로 털실이 가듣 담긴 상자가 배달되고, 공주는 그 털실로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사실 왕은 공주가 자신의 목도리는 떠주길 바라죠.)

공주는 반짝이는 달빛 아래에서 상기된 표정으로 빨간 늑대 옷을 뜨며 말합니다.

“나 같은 어린아이에게는 세상이 너무 위험하단 말이지?
그렇다면 내가 커다란 빨간 늑대가 되고 말겠어!”

로젤루핀은 자신이 뜬 빨간 늑대 옷을 입고, 표지의 사진처럼 성 밖으로 달려나갑니다.

신나게 먹고, 춤추며, 소리지르던 빨간 늑대 로젤루핀은 다음 날 숲으로 들어가게 되고, 마을 사람들에 의해 발견됩니다. 왕은 공주가 무사히 돌아온 것을 반기며, 더더 높고 단단한 탑에 공주를 보냅니다.

그리고 공주는 결연한 표정으로, 다시 털실로 무언가를 뜨기 시작합니다. 그리곤 그것을 왕에게 주며 말합니다.

“사랑하는 아빠, 제발 너그럽고 따뜻한 아빠가 되어 주세요.
그리고 아빠의 하나뿐인 딸을 위해서 이것 좀 걸쳐 보세요.”

저는 이 말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이 부모에게 하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위험하고 치열한 세상을 이유로, 아이가 원치않는 일을 하게 하거나 다양한 경험을 제한한 적이 수도 없이 많으니까요.

그래서인지, 저희 9살 된 아들은 이 책의 엔딩장면에서 으하하하핫하면서 뒤로 벌렁 나자빠져 버렸습니다. 우습기도 했지만, 괜히 제 마음도 철렁했다고 하면 너무 솔직한 말일까요?

이 책에서 처음에 뜨개질을 하던 로젤루핀의 표정과 분위기를, 마지막이 뜨개질하던 로젤루핀과 한 번 꼭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소녀가 어떤 마음으로 왕에서 줄 선물을 떴는지, 조금은 느껴지실 것입니다.

또 성 안에서의 로젤루핀과 빨간 늑대가 된 로젤루핀의
표정과 눈빛도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고전 속, 빨간 망토 소녀는 늑대의 희생양이 되고 말지만, 로젤루핀은 빨간 늑대가 되어 누구보다도 신나게 세상에 나와 놀게 됩니다. 이 상반된 모습을 보며, 전 과거의 아이들에게 들려주었던 이야기와 현대의 이야기가 얼마나 크게 바뀌어가고 있는지 느껴졌습니다.
또한, 학교와 학원에 치이고, 코로나 때문에 편한 숨쉬기의 자유조차 빼앗긴 아이들이 지금 얼마나 자신의 빨간 늑대 옷을 지어입고 뛰쳐나가고 싶을지가 너무나도 크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미안했습니다.

마가렛 섀넌은 이 책이 세 번째 그림책이라고 합니다. 이 책은 2013년에 출간되어서 우리 나라에도 번역되어 소개되었다가 절판되었고, 독자들의 간절한 요청으로 이번에 다시 복간되었다고 합니다.

이 작가님의 다른 작품도 한 권 읽어보았는데, 이 분이 아이들의 마음을 얼마나 많이 이해하고 있으며,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눈치채지 못하고 귀찮아하고 구속하는 어른들에게 어떻게 경고를 보내는지가 느껴집니다. (더불어 엄마는 자꾸 찔리죠;;)

매우 반성하며 책을 덮고, 또 금방 잊고는 아들에게 일갈을 날리는 엄마로 돌아가겠지만.. 그래도 한번씩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며, 새로운 도전을 할 때 뒤에서 믿고 기다려줄 수 있는 암마가 되보도록 해야겠습니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해당 도서를 선물받아 작성한 지극히 개인적인 서평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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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st : 길 잃은 날의 기적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57
샘 어셔 지음, 이상희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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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 겨울에 딱 어울리는 샘 어셔 작가의 신작, 길 잃은 날의 기적[LOST]입니다. 눈송이들이 살짝 볼록하게 질감처리가 되어 있어서 빛에 반사되면 반짝해서 더 예뻐요.

사실 샘 어셔 작가님의 이 ‘기적’ 시리즈는 워낙 유명해서, 이미 많은 분들이 보셨을 것 같아요. 이 신간 뒤편 띠지에도 쭈루룩 시리즈 소개가 되어 있어요.

이 ‘기적’ 시리즈에는 한 남자아이와 할아버지가 나와요. 그리고는 평범했던 일상에서 벗어나, 신비롭고 아름다운 세상으로 모험을 떠나죠. 그런데 이 모험이 저에겐 참 따스하게 느껴져요. 할아버지와 같이 그려져서 그런지…

이번 책도 어느 추운 겨울 아침, 침대에서 아직 못 빠져나온 아이의 모습에서 시작되요. 이 장면에서 저도 너무 공감했어요. 추운 겨울날 아침은, 나가기도 싫고… 날씨까지 흐리면 우울해지기 딱 좋잖아요.

그래서 아이는 이야기하죠.
"할아버지, 오늘은 꼼짝도 하기 싫어요"

그런데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죠.
"우리 함께 할 일이 몇 가지 있단다."

저도 제게 이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만사 귀찮고 의욕없는 날, 나를 밖으로 끌어주는 그런 사람이요..

그리고 아이와 할아버지는, 여기 저기 다니며 무언가를 사고, 준비합니다. 사실 이 장면에 나중에 펼쳐질 모험의 힌트가 따라다녀요.. 다 읽고나서, 다시 찾아보는 재미가 있어요.

할아버지는 그 동안 아이에게 무엇을 할지, 말씀해주시지 않아요. 저도 할아버지와 아이의 뒤를 쫒아 책장을 넘기며, 꼼짝하기 싫던 마음이 조금은 사라지더라구요.
‘무슨 일을 하려고 하는걸까?’ 하는 호기심 때문에요!

그리고는 뚝딱뚝딱! 정말 정말 신나는 일이 시작되지요.

이제 다시 빨간 현관문을 나서는 할아버지와 아이의 얼굴엔, 기대와 즐거움, 설레임이 가득찹니다.
저도 이 장면에서 미소가 슬며시 지어지더라구요.
9살 난 아들도, 이런 상황에서는 찢어지는 입을 주체하지 못 할 것임이 불보듯 뻔해서요.

이제 할아버지와 아이는 어떤 모험을 하게 될까요?
어떤 세상을 마주하게 될까요?
사실 이렇게 다정한 할아버지와 이렇게 귀여운 손자가 함께 한다면, 무슨 일이 다가온다고 한들, 걱정할 것이 무엇이겠어요?

"우리가 길을 잃었을 때
누가 우리를 도와줄지
결코 알 수 없을 거야."

다 읽고나서 참 마음이 따스해지는 책이었어요. 그래서 더욱 겨울에, 따스한 침대 속에서 아이와 꽁냥꽁냥 읽기 좋은 듯해요.
참! 작가님 인터뷰를 찾아보다보니, '기적' 시리즈에서 [FOUND]도 준비 중이시래요.
다음 책도 어떤 내용일지 너무 기대가 됩니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제공된 책을 받아, 지극히 개인적인 소감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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