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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함이 향하는 방향과 우아함>

    "소설 속 다른 등장인물들과 가브릴라의 솔직함이 빛을 발하지 못한 이유는 단순하다. 그들이 솔직했던 대상은 자신이 아니라 타인이었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는 타인의 약함이었기 때문이다" (181). "솔직함은 그 내용이 자기 자신일 때 빛을 발한다" (182).

    '솔직', '정직', '직언'과 같은 단어를 들었을 때 많은 순간 그것들은 대개 무례함을 포장하는 말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들은 백이면 백 그 솔직함이 남에게, 그것도 남의 약점이나 허물 등을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같은 단어를 듣고 그렇게 큰 용기를 과연 낼 수 있을까 망설여지는 순간들도 있었다. 그 순간들은 그 솔직함을 나에게로 향하게 하는 순간들이었다. 막연히 느끼고 있었던 것을 잘 정리된 글로 확인하는 순간 무릎을 탁 치면서도 '아마 나는 앞으로도......'하는 솔직함 반, 비겁함 반의 성찰을 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삶의 주도권까지 내어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중략) 그러자면 우선, 내 인생의 모든 행운과 불운을 스스로 만들어 가고 감당하겠다는 주인 의식이 가장 필요하지 않을까" (214).

    우아한 어른이 되기에 나는 아직 멀었다고 여실히 느낀다. 내 삶의 주도권을 누군가 나보다 더 똑똑하고 능력있고 그야말로 '어른스러운' 사람이 대신 쥐고 나 대신 잘 행사해주기를 바랄 때가 있는 것 같다. 이득은 내가 보고 책임은 그 사람이 지고. 경악스러울만큼 비겁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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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형 작가의 <붕대 감기>와 주민현 시인의 <킬트, 그리고 퀼트>를 문자 그대로 겉핥기하는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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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라 시온 저/서혜영 역 <사랑 없는 세계> 밑줄긋기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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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고르듯 살고 싶다 (해피뉴이어 에디션) - 오늘의 쁘띠 행복을 위해 자기만의 방
임진아 지음 / 휴머니스트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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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칭 "좀 골라본 사람"인 작가에게 매번 고르기도 전에 분석하고 고민만 하다 결국 뭐든 고르기도 전에 지치고 절망하는 내가 한 수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것, 좋아하는 게 보이지 않는다면 제일 맛있을 것 같은 것으로 고르고, 먹어보고, 내 취향을 스스로 알아가면 될 것을. 정말 말처럼 쉽지 않다. 유산지가 깔린 빈 쟁반을 들고 빵을 고를 때 자칫 잘못 고를까 불안해하거나 걱정하지 않고 설렘과 기대로 가득차는 것처럼 그 태도를 삶의 다른 영역으로 확대 시켜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빵 일러스트와 제목에 끌려 이 책을 골라 담았고 만족스럽다.

"그렇게 차근차근 내가 원하는 것을 고르는 마음과 시간을 엄마에게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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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없는 세계
미우라 시온 지음, 서혜영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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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이토록 구김살 없고, 그러면서도 이처럼 날카로운 관찰력을 갖고 있을까" (147). 손질된 요리재료들과 애기장대는 소설 속 인물들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겠지만 누군가 나를 주인공들이 그것들을 바라보듯 봐준다면 기쁨을 넘어 경이롭다고 느낄 것이다.

    나의 존재 자체를 인식하지 않고 있으며 죽이든 살리든 원망이나 감사도 하지 않을 존재에게 지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하다. 그것이 사명을 띤 단기간의 일이 아닌 계속되는 일상이라는 것이 더욱 대단하다. 충분히 일방적일 수 있으나 결코 일방적이지 않기 위해 나를 경계하며 대상을 한없이 소중히 바라보는 인물들이 한없이 사랑스럽다.

"그것이 있기 때문에, 연구를 그만둘 수 없다. 그것이 있기 때문에, 사람으로 사는 것을 그만둘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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