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할아버지 1
네코마키 지음, 오경화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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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만점 할아버지와 시크한 고양이 콤비의 4계절 다이어리!

할머니를 먼저 떠나보내고 고양이 타마와 둘이서 사는 다이키치 할아버지.
분명 둘 다 흰머리가 날 때까지 쭉~ 함께!
한 사람과 한 마리가 펼치는 일상을 통해 볼수록 사랑스러운 사계절 풍류를 전합니다.

지금, 가장 힐링되는 고양이 코믹 에세이!

제 19회 일본 문화청 미디어예술제 심사위원회 추천작

        

 

고양이하면 먼저 생각나는 건 역시 뭐니뭐니 해도 고양이 발바닥이다(!) 말랑말랑, 젤리처럼 몰캉한 느낌에 보들보들 한번쯤은 만져보고 싶은 그것. 고양이 발바닥. 또, 우인장을 다루는 모 요괴만화의 고양이 캐릭터도 눈에 익었을 유명한 캐릭터니 자연스레 떠오르게 되고, 수업시간에 배웠던 마네키네코의 왼손과 오른손이 생각나기도 한다. 캣타워에 늘어져있는, 개보다는 까칠하고 움직임도 덜한, 고고한 여왕같은 이미지도 떠오르고, 유연하게 늘어지는 연체동물같은 고양이의 모습도 머릿속에 그려진다. 글을 적는 본인의 개보다는 고양이라는 취향이 반영되었기 때문이겠지만, 사진만 봐도 마음이 고양이 발바닥같아지는, 말랑말랑 힐링의 동물 하면 고양이가 먼저 야옹 하고 머릿속에서 울곤 한다. 키워보지 않아서 정작 동물을 키울 때의 고충을 모르기에 하는 말일지도 모르지만, 일단은, 이란거다. 까칠해서는 알고보면 귀엽다던가, 귀엽다던가, 귀여운 이미지의 고양이. 카페에서 커피에 올려주는 마시멜로도 고양이의 모습으로 되어 있는 쪽을 더 많이 본 것 같은데, 그렇기에 고양이 하면 결론은 귀여운 이미지로 모이는 것 같다.

        

 

고양이는 귀엽다, 라는 나름의 야매 공식에 따라서, 아니나다를까 타마도 역시 귀엽다. 초반부 에피소드에서 '나는 타마로소이다'라는 소제목으로 들어가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고양이의 시선에서 할아버지를 바라보는 대사 하나하나가 전부 고양이스러움이 한가득 묻어난것들 뿐이다. 이러이러하지만 뭐 어쩌겠어, 야옹. 하면서 조금 츤데레같은 느낌이랄까. 생긴것도 참 마시멜로처럼 통통하니 포근하게 생겼다. 어린 아기고양이같아보이지만 실은 고양이 나이로 열 살 하고도 7개월이나 지난 고참 할아버지 고양이. 사람의 나이로 치면 50대 젠틀맨이라며 본인을 소개하는 컷은 여간 귀엽지 않을 수가 없다.
에피소드들은 2년 전 할머님을 먼저 떠나보내고 고양이 타마와 함께 지내고 있는 다이키치 씨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책에 적혀있었듯이 타마와 할아버지의 사계절 다이어리로서 계절별로 묶여선 이런 일, 저런 일, 작은 동네에서의 일상이 동네 바다의 파도처럼 잔잔하게 흘러간다. 소박하고, 인간미 넘치는 일상이 부드러운 그림체로 아기자기하게 한 컷 한 컷 담기는데, 할아버지가 과거 선생님이셨다니 더욱 소박하게 느껴지는 것도 같다. 한평생 아이들과 함께 하시다 연세가 들고 자연스레 자리에서 내려오셔서, 시골 마을에서 평화로이 일상을 만끽하시는 멋진 노후. 일본은 이런 분위기가 강한 것 같은데 (외할아버지만 봐도 정말 여유로이 시골 마을에서 일상을 즐기시고 계시다는 소식을 종종 전해오시기도 하고.) 책을 한 페이지씩 읽어나가다 보면 그런 분위기가 더욱 진하게 느껴진다. 그림의 분위기가 일반적인 톤 만화가 아닌 수채화처럼 번져나가는 느낌인 것도 한 몫 한다. 정말로, 정말 소박하다. 타마와 할아버지의 사계절 발걸음을 차근차근 함께 밟아 쫓아오다 보면 어느샌가 둘에게 힐링을 받고 있는 내 자신도 있다. 

        

 

힐링이라는 게 사실은 별 게 아닌데. 너무 바쁘게 달리기만 하는 우리나라 사회이기 때문에 우리는 어찌보면 당연히 누렸어야 했을 나 자신만의 시간을 스스로가 갉아먹으며 조여가고 당연하게 지치는 일상을 반복하는게 아닌가 싶다. 흔히 힐링물이라고 이름 붙는 소설이나 에세이류는 공백이 참 많다. 촉박하게, 빼곡하게 꽉 들어차기만 했던 우리를 하나씩 덜어낸 다음에 그것들로 그 공백을 메우려 하는 것처럼.
급하게 진행되는 법도 없다. 정말 새로운, 색다르고 그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했을 이야기들을 휘황찬란하게 늘어놓는 것도 아니다. 곱씹어보면 너무나도 당연해야만 했던 일상과 여유를 늘어놓고 있거나, 우리들이 달리다가 놓친 것들에 대한 발상의 전환으로 공백을 늘려놓는 것 뿐이다. 공백은 여유가 되고, 숨구멍이 되어준다. 우리나라 사회가 갑자기 모두 느려지지 않는 이상 달리는건 불가피하고, 어떻게든 그 속에서 숨구멍을 찾아야 지쳐도 다시 일어날 원동력을 얻을 수 있기에 모두 힐링을 찾고, 바라고 있다. 원래는 굳이 애써 힐링을 구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삶에 녹아있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어쩌겠는가. 생각해보면 조금 슬픈 이야기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할아버지와 타마의 이야기는 '지금, 가장 힐링되는 고양이 코믹 에세이'라는 캐치프레이즈도 걸고 있다. 마냥 코믹하지는 않다. 타마와 할아버지 둘만의, 할머니를 먼저 보낸 후의 둘의 이야기라는 걸 전제로 건 이상 어딘가는 분명 먹먹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결국 그것도 일상이기에 우리는 컷마다, 장마다, 그리고 한 화마다 조금씩 힐링을 받는다. 책을 전부 읽고 내려놓았을 때 처음보다 여유로워진 마음이 행복했다. 내가 이 책을 읽고 찾은 여유가 단순히 하던 일을 내려놓고 책을 들었을 때, 책을 읽는다는 행위 자체에서만 만들어진 여유일지도 모르지만 확실한 건 전혀 타마와 할아버지가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는 단정지을 수 없기 때문에. 둘의 일상에 매료되어 받았던 힐링이 사랑스럽고 고마웠다. 힐링의 고양이, 소박한 할아버지라는 메인 인물들부터 소소하게 숨어있는 만화의 전반적인 힐링요소들이 예쁘게 어우러져 캐치프레이즈에 걸맞게 힐링 코믹 에세이로서 손색없는 소중한 한 권이 되었다.
지쳐있는 당신에게 꼭 추천하고싶은 이야기.

 

 

* 이 리뷰는 대원씨아이의 지원으로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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