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의 형태 1
오이마 요시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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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녀석이 싫었다.


밝고! 즐겁게! 대모험!을 모토로 사는 소년, 이시다 쇼야.

귀가 들리지 않는 전학생 소녀, 니시미야 쇼코.

두 사람의 만남이 교실을, 학교를, 그리고 쇼야의 인생을 바꿔간다 ――.



목소리의 형태란 어떤 것일까? 목소리에 형태는 있을까? 제목을 처음 보자 그런 의문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책의 띠지에 둘러진 수많은 문구들에 시선이 닿았다. 2015년 이 만화가 대단하다 1위, 일본 만화대상 3위, 코믹 나탈리대상 1위, 제 19회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 신생상. 각종 수상 내역이 작품에 대한 기대를 끌어모은다. 보통 이런 게 걸려있으면 역으로 덜 기대하기 마련인데, (덜 실망하고자 하는 맥락에서) 어째서인지 이 작품은 나답지 않다면 나답지 않게 한가득 기대를 품게 되었다. 일단 한두개가 아니고 네 개라는 갯수도 갯수지만, 뒷 띠지에 적힌 저자의 코멘트가 큰 몫을 했을거라 생각한다.

오이마 요시토키

"점과 점이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 서로 멀리 떨어진 작은 섬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리고 싶어 이 이야기를 풀어냈습니다. 여러분께 널리 읽힌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점과 점이 되어 살아간다, 라는 것은 무엇일까? 처음 가졌던 '목소리의 형태란'이라는 질문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역시나 해결된 질문이다. 작중에는 이시다 쇼야라는 남학생과 니시미야 쇼코라는 여학생이 주요 인물이 되어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쇼코는 귀가 들리지 않는 여자아이인데, 이러한 점에서 비롯해 나는 목소리의 형태란 쇼코의 보청기라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목소리라는 것은 공기의 울림으로 전해지는 무형 무색의 무언가이기 때문에 형태란 불분명하면서도 선명하지 않은, 떠다니는 것일 뿐인데 이런 무형의 존재가 들리지 않는, 다른 언어로 표현하자면 그것이 보이지 않는 쇼코에게 형태를 보다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도구의 형태로써 존재하는 것이 보청기이고, 이는 곧 그녀의 목소리 형태 그 자체라 느꼈기 때문이다. 아니면 작중 쇼야와 쇼코가 의사소통을 하는 점에서 생각한 건데, 보통 목소리는 의사소통의 수단이다. 말로 생각을 전하고, 대화를 나누며 서로간의 의견과 마음을 나눈다. 하지만 쇼코는 들리지 않는 만큼 말도 어려우니까. 마찬가지로 의사소통이 불편하다는 의미인데 그 탓에 이 둘이 사용하는 의사소통의 방식은 목소리를 통한 대화가 아닌 손으로 대화하는 제 2의 목소리, 수화가 된다. 사실 전자보다 후자에 더 초점을 맞춰 생각했다만(작중 흐름도 그쪽이고), 이건 사실 읽는 사람마다 다른 해석의 여지가 있는 것이니 글을 쓰는 나는 이러했다 정도로 받아들여주면 좋을 것 같다.


 

 


쇼야는 니시미야가 싫었다. 지루한 게 싫지만, 삶은 점점 더 따분해진다. 따분해져가는 나날에 무언가 전환점이 필요했다. 새로운 재미요소가 필요했다. 그런 쇼야에게 재미요소로써 새롭게 눈에 든 것이 전학 온 니시미야 쇼코이다. 말을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인 그녀가 노트를 통해 의사를 전하는 모습에 그녀를 '이상한 아이' 라 생각하며 각종 장난을 치며 그녀를 놀리기 시작한다. 궁금하니까, 지루하고 따분하니까. 이유는 단지 그뿐이다. 쇼야에게 니시미야란 그저 자신에게 재미를 줄 장난감이었다. 하지만 그런 단순한 일탈이라기에는 쇼야의 장난은 정도를 넘고야 만다. 덕분에 자업자득, 인과응보라고. 쇼코를 왕따처럼 여기고 괴롭히던 쇼야는 한순간에 학급의 왕따로 전락하고 만다. 분명 쇼야 딴에는 지루하고 따분해지던 삶에 조금이나마 변화를, 새로움을 주고자 시작했던 장난의 끝이 왕따의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마무리지어지다니. 당연한 결과이겠지만서도 그에겐 인정하기 어려운 사실이었을지도 모른다. 고작 초등학교 6학년이었고. 자신이 재밌어 하는 걸 했을 뿐인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까진 알기 어려운 나이이다. 쇼야는 자신도 여전한 왕따인 주제에 제게 도움을 주려 웃음짓는 니시미야의 얼굴에, 그녀를 완전히 싫은 사람으로 찍어버린다. 니시미야가 참 싫다. 결국 그들은 교실에서 한바탕 싸움이 붙고, 다시 전학가버린 니시미야의 부재 속에서 쇼야는 중요한 사실을 깨닫고 후회의 눈물을 흘린다.

후회하면 뭣하랴, 떠나간 니시미야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녀가 돌아오는 건 바래선 안된다. 바랄 수도 없고.

이후 쭉 고립되어 혼자가 된 쇼야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거듭하다, 제 발로, 스스로 니시미야를 찾아가 사과하고자 마음먹는다. 마지막이니까. 마지막으로. 그런 생각이 짙었기에 가능했을테다, 쇼야에겐. 다시 재회한 둘은, 조금 더 성숙해진 쇼야는 그녀의 목소리로 대화를 시도한다. 네 목소리, 알 것 같아. 


 

 


왜 그렇게 많은 찬사를 받고, 많은 수상을 했는지 조금만 읽어도 충분히 납득될 작품이다. 작품이 그려내는 것은 단지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아닌, 작가가 그리고 싶다고 말했던 '서로 멀리 떨어진 작은 섬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대로 녹아져있는 스토리다. 쇼야와 쇼코뿐만이 아닌, 주변인들의. 떨어진 섬 제각기의 드라마가 마음 속에 잔잔히 번져 여러가지 것들을 생각해볼 수 있게 한다. 쇼야가 쇼코의 목소리를 향해 손을 내밀었을 때, 멀리 떨어졌던 섬 사이에는 길이 생겨 서로를 이어준다. 제 손을 직접 뻗어 잡은 목소리란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니시미야를 향해, 자신의 성장을 향해 한 걸음 내딛는 쇼야의 모습이 어디까지 걸어갈지가 기대된다. 나도 둘의 길에 살며시 발을 얹어도 되는걸까, 같이 따라 걸으면서 여러가지 것들을 배우고 느끼고 싶단 마음이 절로 들었다.

쇼야처럼 나도 내 주변의 목소리와, 그들의 형태에 귀를 기울여 손을 내밀면 섬의 거리를 조금이나마 좁힐 수 있을까.


국내에선 6권까지 발매되었고, 일본에서는 7권 완결로 마무리지어진 작품이다. 극장판 애니메이션화 진행중이라는 정보도 있으므로 책을 통해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은 애니메이션까지 체크해도 좋을 거라 생각한다.




이 리뷰는 대원씨아이의 지원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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