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낙뢰 1
와타나베 카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그 만남은, 마치 한순간에 세상이 바뀌는 것 같은….

합동수업으로 동경하던 나모세와 급 가까워진 것도 잠시, 반이 바뀌어 완전히 머나먼 존재가….

그날, 침울해 있는 우미호 앞에 나타난 '발언실행 위원회'를 자칭하는 수수께끼의 아이, 아이사키 야치요.

야치요는 나모세한테 고백하라며 우미호의 등을 떠미는데….

 

 


 

옳은 표현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난 색감에 약하다. 소녀스러운 분위기에 약하다. 아마 책을 선택한 이유도 그 두가지에 달려있었을 것이 틀림없었다. 그러한 이유에서일까, 어느샌가 골라버린 책은 그렇게 내 손에 들어왔다. 분홍색의 사랑스러운, 사랑에 물들어있을 색과 배경의 옅은 꽃잎들의 흩날림은 시선을 단숨에 잡아끈다. 분홍색과 어울리는 연두빛 눈동자도 그러하다. 일러스트가 받고 있는 빛의 느낌도 좋았다. 조금 당황한 표정에 가깝게 어딘가를 곧게 응시하며, 온통 분홍빛으로 물들어있음과 동시에 꽃잎 속에 잠겨있는 소녀는, 거듭 말하지만 사랑스럽다. 제목의 하늘색과도 꽤나 잘 어울리는 조합과 색이다. 앞 표지는 쨍한 색을 띄고 있는 편이지만, 뒷표지는 파스텔톤의 은은함을 풍긴다. 나는 이러한 표지들의 분위기 탓에 자연스레 정말로 사랑스러운 순정만화일것이라는 생각을 떠올렸다.

낙뢰는 벼락이라고 한다. 꽃과 낙뢰. 꽃과 벼락이라는 맥락이 되는걸까 싶어 곰곰히 생각해보니 두 가지는 서로 같은 동일선상에 놓일 수 없는 존재인듯 하다. 꽃이 아름다운 결과라면, 낙뢰는 위험한 존재이니 장애물 정도가 되는걸까 싶어서. 제목은 보통 이야기를 가장 잘 나타낼 키워드로 정하는 것인데, 그렇다면 이 '꽃'과 '낙뢰'로 풀어내질 이야기는 과연 무엇이 될지가 절로 궁금해진다. 과연 내가 표지에서 느낀 인상이 맞을까.


 

 

 

한 번 말을 뱉으면 더 이상 도망칠 수 없다. 발언실행 위언회의 위원장, 아이사키 야치요가 자신을 소개하며 우미호에게 건넨 말이다. 매력적인 소녀다. 저 대사 한 마디로 내 마음을 완전히 매료시켜 앗아간 단발의 소녀. 아이사키 야치요. 이야기는 주인공인 후타무라 우미호가 야치요를 만나며 시작된다.

두 교실 떨어진 4반 남학생, 나모세와 수학 이동수업을 함께 들으며 마음에 무언가가 떨어져 내리는 기분을 느낀 우미호는 불가피하게도 하위 반으로 떨어져버린 나모세 탓에 잠시뿐인 함께함이 끝나자 허탈함에 혼자 멍하니 중얼거린다. 그 때 야치요가 나타난 것이다. 고백, 하고 싶어? 당돌한 질문이다. 무심결에 긍정의 대답을 건넨 우미호는 그렇게 야치요와 얽히게 된다. 덕분에, 비록 고백은 아니지만서도 야치요 덕에 다시금 나모세와 마주할 수 있었던 우미호는 느끼게 된다. 아, 아이사키와 함께 한다면 어디든 달려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덕분에 우미호는 나모세 뿐만이 아닌 자기 자신의 마음과도 똑바로 마주하는 결말에 닿게 되기도 한다.

말했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더라면' 은 '그때 그렇게 했더라면' 이랑 같은 말이라고.

넌 어쩌고 싶어? 원래 어떻게 하고 싶었는데?

작중 묘사 상으로는, 갑자기 내리치는 낙뢰와도 같은 것을 사랑이라고 표현하는 듯 했으나 아직 1권뿐만 읽었기에 섣불리 단정짓기는 어려우므로 개인적인 생각을 몇 자 적자면, 낙뢰는 아마 야치요가 아닐까 싶다. 발언실행 위원회의 발족 목표는 혼자 하지 못할 일들을 도와주는 것 뿐이다. 순식간에, 들이치듯 콰광 하고는 나타나서, 할 수 있다고, 도와주겠다는 긍정적인 말로 사람을 끌어당기더니 실제로 이루어지도록 만들어 준다. 우미호가 나모세에게 말을 걸 기회를 만들어 준 것이 그랬고, 전학생인 시노미야가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 것도 마찬가지다. 야치요는 그저 기회를 던져주는 것 뿐이다.

사람은 저마다 충분한 능력이 있음에도 그를 발휘하질 못한다. 그것은 스스로를 너무나 낮추어 보는 탓이 대부분일거라 생각한다. 내가 어떻게 해내겠어, 할 수 있을리가 없지. 부정적인 생각에 가라앉아 자신의 능력과 가능성을 한없이 꾹꾹 눌러 가두어버려 제한을 걸어놓는 것이다. 이것이 아마 야치요가 설명하는 발언실행 위원회의 발족 이유(인간은 어차피 혼자라고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혼자 하지 못하는 일이란게 있고, 나는 그것을 도와주어 뜻이 이루어지게 하기 위해 발언실행 위원회를 발족했다) 중 혼자 하지 못하는 일의 전제조건이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도와주는 것. 도와주는 것은 낙뢰처럼, 번개처럼 들이쳐서는 리밋, 제한을 풀어 막혀있던 가능성을 시원하게 뚫어버리는 것이 야치요의 역할인 것은 아닐까 하고. 그래서 낙뢰가 야치요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우미호도, 시노미야도 전부 그렇게 뜻을 이루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진심을 올곧게 전할 수 있었던 우미호, 낯가림이 심한 성격 탓에 가까워지기 어려웠던 시노미야의 곁에 친구를 만들어 준 것도. 모두 가능성은 존재했지만 스스로 포기하려다 야치요라는 계기를 통해 가능케 된 것들이다. 누군가에게 계기를 부여하는 중요한 존재, 야치요는 매력적인 아이이다. 그럼에도 과거사와 속내를 숨기는듯한 암시가 그녀의 정체에 대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참 마음에 드는 작품이다. 순정만화적인 느낌이었고, 연애 라인도 희미하게나마 존재하지만 그보다도 힐링과 성장에 더 가깝다고 느꼈다. 야치요와 우미호의 관계에서 시작된 모두의 성장은 어떤 식으로 자라나 꽃을 피울까.

야치요의 대사 하나하나는 명언에 가깝기에 여운이 깊게 남는데, 찬찬히 음미해가며 만화를 읽는 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야치요가 직접적으로 내 가능성을 열어주지는 않지만, 대사로써라도 간접적이게 가능성이 열리는 기분? 내 옆에도 야치요가 있어서, 나도 실행하고자 하는 것을 해낼 수 있을것만 같은 희망찬 느낌을 읽는 내내 받았으니까.

1권의 끝이 암시했듯 앞으로의 전개에서 나올 야치요의 과거사와 발언실언 위원회의 활약이 기대된다.

 

 


 이 책은 대원씨아이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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