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파쇄 ㅣ 위픽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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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위해 결국 ‘청소부’가 되어야 했던 여자아이의 이야기.

읽는 내내 흥미롭고 몰입감이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묘하게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보통의 여자아이라면 자연스럽게 겪고, 표현하고, 기뻐하고, 또 상실했을 그 모든 감정들이

이 아이에게는 끝내 끄집어낼 수 없는 채로 문장 곳곳에 스며 있어,

마치 조용히 흐느끼는 것 같은 여운을 남겼다.


책을 덮으며 마주한 마지막 문장은 내 감정과 정확히 맞닿아, 완전한 적막 속에서 오래도록 여진처럼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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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붕어빵 ㅣ NEON SIGN 9
육선민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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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여름”과 “붕어빵”이라는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눈길을 끌었다. 낯설고 귀여운 표지까지 더해져 자연스럽게 책을 펼치게 된 작품.


이야기는 마치 잠들기 전, 외국의 젊은 부부가 울다 지친 아이에게 즉석해서 들려주는 한편의 동화와 같았다고 느꼈다. 그런데 그 동화는 단순히 따뜻하고 포근하기만 하진 않다. 엉뚱하고 우스우면서도 어딘가 잔인하고, 문득 슬퍼졌다가 또 이상하게 웃음이 난다. 그 복잡한 감정들 사이로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용히 스며든다.


특히 인상 깊었던 문장은 “지대가 높아 사막이 한눈에 들어왔다. 줄곧 평평한 지대였다고 생각했던 곳 중 평탄한 곳은 한 데도 없었다…”로 이어지는 부분이었다.

멀리서 보면 모두 비슷하고 평평해 보이지만, 사실은 저마다 다른 고도와 그림자, 다른 깊이를 가지고 있다는 문장. 그 장면은 꼭 사람의 삶을 바라보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각자가 넘어온 구릉과 견뎌낸 계절은 모두 다른데, 우리는 너무 쉽게 서로를 같은 풍경이라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여름만이 존재하는, 어딘가 고장 난 세계 속에서 서로 이해할 수 없는 타인의 겨울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닿지 않을 것 같은 계절들을 ‘붕어빵’이라는 작고 따뜻한 매개로 이어 붙인다.읽는 내내 이상하고 사랑스럽고 쓸쓸했다. 


마치 뜨거운 여름 한복판에서 겨울의 온기를 잠시 손에 쥔 기분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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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 그랬어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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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 그랬어』 를 읽으며 나는 ‘펼쳐졌다’는 감각을 느꼈다. 마치 우리 마음속에 접혀 있고, 구겨져 있고, 애써 숨겨두었던 것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서늘한 그늘에서 말리는 기분이었다.


한 문장, 한 페이지, 한 문단을 따라갈수록 나는 조금씩 더 펼쳐졌다. 그렇게 펼쳐질수록 빳빳해지기는 커녕, 내 안에 남아 있던 구겨진 흔적들이 더 자글거렸다.


아마 이게 김애란이라는 작가가 가진 힘이 아닐까 싶다. 우리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마주하게 하는 힘. 이 책은 특별한 사건으로 밀어붙이기보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지만 외면해왔던 감정들을 다시 마주보게 한다.


그래서 읽는 동안 편안하기보다는 (반강제로) 솔직해지는 쪽에 더 가까웠다. 마음이 따뜻해지기보다 오히려 더 벼려졌다.읽고 나면 무언가가 해결되었다기보다는, 그동안 제대로 펴보지 못했던 마음의 주름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 조금은 덜 숨게 된다. 나 자신을. 그리고 서로를 조금 더 또렷하게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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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있는
문목하 지음 / 아작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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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SF를 자주 읽지 않는 나에게는 조금 거리가 있는 장르라 망설이다가 집어 든 책이었다. 읽기 전에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과 제목이 비슷해 잠시 헷갈리기도 했지만, 이야기에 들어서는 순간 그런 생각은 금세 사라졌다. 


특히 중반을 기점으로 흐름이 확 달라진다는 말을 들었는데, 실제로 그 지점부터는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몰입감이 폭발한다. 서사가 점점 깊어지며 긴장감이 촘촘히 쌓이고, 인물의 선택 하나하나가 크게 다가온다. 장르에 대한 낯섦마저 잊게 만들 정도로 독자를 끌어당기는 힘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마지막에 등장하는 짧은 대화였다. 길지 않은 문장들이지만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며 여운을 남겨, 책을 덮은 뒤에도 오래 생각하게 만든다. 가볍게 시작했다가 끝내 손에서 놓지 못하게 되는, 정말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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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선의 가족 상담소 - 얼굴 보면 속 터지고 돌아서면 생각나는 가족 관계 솔루션
이호선 지음 / 오아시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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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무엇인지,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아주 어릴 때부터 술에 기대어 무너져 있던 모습을 보며 자라서인지, 내게 엄마는 한 가지 말로 정리되지 않는다. 미워하면서도 놓지 못하는 대상이고, 가끔은 그리워지는 사람이기도 하며, 한편으로는 안쓰럽게 느껴지는 존재다. 가족이나 엄마에 관련된 책을 읽다 보면 자주 울게 되지만, 막상 전화를 걸면 끝은 늘 한숨으로 끝나는 관계.


자극적으로 보기 시작한 TV 프로그램을 통해 가족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그 연장선에서 문제를 차분히 짚어주는 이호선 상담사의 책을 읽게 되었다.

“지나간 과거는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습니다. 그러니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얽매이지 말고 과감하게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고, 할 수 없는 것은 도움을 청하며 용기 있게 사세요.” 알고 있으면서도 자꾸 과거에 붙잡혀 있던 나에게, 문장 하나가 생각보다 단단하게 와닿았다.


엄마를 향한 복잡한 감정은 쉬이 정리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내가 붙잡고 있어야 할 것과 놓아도 되는 것을 조금은 구분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나는, 나 자신을 제대로 마주해 보기 위해 가족에 대한 이야기들을 계속 읽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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