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붕어빵 NEON SIGN 9
육선민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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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여름”과 “붕어빵”이라는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눈길을 끌었다. 낯설고 귀여운 표지까지 더해져 자연스럽게 책을 펼치게 된 작품.


이야기는 마치 잠들기 전, 외국의 젊은 부부가 울다 지친 아이에게 즉석해서 들려주는 한편의 동화와 같았다고 느꼈다. 그런데 그 동화는 단순히 따뜻하고 포근하기만 하진 않다. 엉뚱하고 우스우면서도 어딘가 잔인하고, 문득 슬퍼졌다가 또 이상하게 웃음이 난다. 그 복잡한 감정들 사이로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용히 스며든다.


특히 인상 깊었던 문장은 “지대가 높아 사막이 한눈에 들어왔다. 줄곧 평평한 지대였다고 생각했던 곳 중 평탄한 곳은 한 데도 없었다…”로 이어지는 부분이었다.

멀리서 보면 모두 비슷하고 평평해 보이지만, 사실은 저마다 다른 고도와 그림자, 다른 깊이를 가지고 있다는 문장. 그 장면은 꼭 사람의 삶을 바라보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각자가 넘어온 구릉과 견뎌낸 계절은 모두 다른데, 우리는 너무 쉽게 서로를 같은 풍경이라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여름만이 존재하는, 어딘가 고장 난 세계 속에서 서로 이해할 수 없는 타인의 겨울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닿지 않을 것 같은 계절들을 ‘붕어빵’이라는 작고 따뜻한 매개로 이어 붙인다.읽는 내내 이상하고 사랑스럽고 쓸쓸했다. 


마치 뜨거운 여름 한복판에서 겨울의 온기를 잠시 손에 쥔 기분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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