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포도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4
존 스타인벡 지음, 김승욱 옮김 / 민음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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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The Grapes of Wrath)는 미국 자본주의의 어두운 이면과 인간 존엄성을 다룬 20세기 리얼리즘 문학의 수작이다. 


소설은 1930년대 대공황 시기, 극심한 가뭄과 모래 폭풍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오클라호마의 소작농 '조드(Joad) 일가'의 여정을 다룬다. 


은행과 대지주에게 땅을 빼앗긴 조드 일가는 일자리가 많다는 캘리포니아의 광고 전단 하나에 의지해 고물 트럭을 타고 서부로 향한다. 


고난의 여정 속에서 조부모가 사망하고, 도착한 캘리포니아 역시 자본가들의 착취와 현지 주민들의 적대감으로 가득한 지옥이었다. 


굶주림과 홍수라는 최악의 시련 속에서, 가족주의에 갇혀 있던 이들은 점차 고통받는 모든 노동자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광범위한 인류애'를 깨닫게 된다는 내용이다. 


제목 '분노의 포도'는 요한계시록의 구절에서 인용된 것으로, 압제자에 대한 신의 심판과 민중의 가슴속에 쌓인 분노를 상징한다. 


스타인벡은 기계화된 자본주의 시스템이 어떻게 인간을 부품화하고 소외시키는지 고발하며, 가난 속에서도 인간다운 품위를 지키려는 이들의 투쟁을 그린다. 


초기에는 자기 가족의 안위만 챙기던 어머니(마 조드)와 주인공 톰 조드는 극이 진행될수록 굶주린 이웃을 돌보는 '모든 민중의 어머니와 형제'로 거듭난다. 


전직 목사였던 짐 케이시는 제도권 종교를 떠나 "모든 인간의 영혼은 하나의 거대한 영혼의 조각"이라는 범신론적 사상을 전한다. 이는 결말부에서 로자 샤론이 굶어 죽어가는 낯선 노인에게 자신의 젖을 물리며 생명을 구하는 숭고한 모성애로 시각화된다. 


이 소설이 단순한 프로파간다(선동) 소설을 넘어 문학적 걸작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독창적인 구조와 서술 기법에 있다. 


소설은 조드 일가의 구체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내러티브 장과, 당대 미국의 사회·경제적 상황을 거시적으로 묘사하는 삽입 장(간주곡)이 번갈아 나타난다. 


이 기법은 조드 일가의 비극이 개인이 무능해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된 보편적인 재앙임을 독자에게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장치다. 


조드 일가의 여정은 구약성서의 '출애굽기(엑소더스)'를 연상시킨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캘리포니아)을 찾아 떠나지만 억압을 마주하는 과정이 종교적 서사의 장엄함을 부여한다. 


<분노의 포도>는 단순히 한 시대의 비극을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스템의 불의에 맞서는 인간의 끈질긴 생명력과 연대의 가치를 증명한 시대를 초월한 텍스트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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