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랑이 있으니 살아집디다 - 강순희 말하고 유시민 듣다
유시민.김세라 지음 / 은빛 / 2026년 3월
평점 :
<사랑이 있으니 살아집디다>는 국가 폭력의 피해자인 고(故) 강순희 여사의 생애사를 다룬 구술 정리 기록물이다. 민족사적 비극의 한 당사자의 삶을 밀착 취재하여 기록물로 남겼다는 의미가 있지만, 내용과 서술상의 문제도 적지 않아 비판 받는 책이다.
무엇보다도 유시민이라는 '문제적 인간'이 이 책을 저술했다는 점에서 비판은 시작된다.
1. 자기 진영은 절대선, 상대는 절대악이라는 이분법
유시민은 과거의 고난이나 시대적 상황을 서술하는 방식을 '자기 연민'으로 해석하고 있다. 본인을 포함한 특정 진영이 겪은 고통을 부각함으로써, '고통받는 우리 = 정의'라는 프레임을 공고히 하는 전략이 여기서도 드러난다. 이는 복잡한 정치적 사안을 선악의 대결로 단순화하고, 반대 진영을 절대 악으로 규정하는 전략임을 누가 보아도 알 수 있다.
2. 진영에 유리한 소재의 반복적 재활용
1975년 인혁당 재건위 사건은 과거사 위원회의 조사와 재심을 통해 국가적인 조작 사건임이 밝혀졌으며, 법적 명예회복과 배상이 이루어진 바 있다.
역사적으로 이슈화 되지 않은 무수한 사건을 놓아두고, 이미 명예회복과 배상이 마무리된 사건을 재등장시켜 진영 논리의 확장을 위한 프로파간다로 활용하는 유시민의 서술 전략은 자기측의 피해 사건을 재탕삼탕 우려먹는 이른바 좌파식 '시체팔이' 전략에 맞닿아 있다.
3. 자기가 저지른 폭력은 외면하는 위선
가장 핵심적인 비판 지점은 1984년 <서울대 프락치 사건(=서울대 민간인 감금 폭행 사건)>과의 괴리이다.
이 책에서 인본주의와 사랑을 논하면서도, 정작 무고한 민간인을 프락치로 몰아 감금·폭행했던 사건의 가해자였던 유시민은 진솔한 참회나 피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를 거부해 왔다는 점이 지적된다.
타인의 폭력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본인이 가담했던 과거의 폭력은 '민주화 운동'이라는 허울 아래 정당화하거나 축소하는 모습이, 책에서 강조하는 '사랑'과 '공감'의 가치를 무색하게 만드는 위선적인 지식인상에 해당한다는 비판이다.
4. 논리적 세련미 뒤에 숨은 자기 합리화
유시민이 '듣고 정리한' 방식인 만큼, 구술자의 실제 목소리보다는 정리자의 '편집된' 문체나 가치관이 투영되어 있어 정리자의 개입과 주관성이 문제가 된다.
유시민 특유의 사이다 화법과 논리적 서술이 오히려 본인의 과오를 덮는 방어 기제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지식인으로서의 언어 장악력을 이용해 대중의 감성을 자극하지만, 실제로는 객관적 사실보다 본인에게 유리한 '해석'을 전파함으로써 비판적 사고를 마비시킨다는 측면이 있다.
민족사의 비극을 발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역사 인식으로 승화시키는 노력은 보이지 않고, 아픈 상처를 헤집고 까발리는 형식을 통해서 진영 논리 전파의 수단으로 반복 이용하는 (교활한) 서술 방식이 이 책의 비판 핵심이다.
세월호 참사나 이태원 참사 같이 정치적 활용 가치가 있는 사건은 반복해서 이용하면서도 무안공항 참사나 천안함, 연평 해전처럼 자신들의 입지가 애매해지는 사건들에 대해선 애써 외면해왔던 좌파 진영의 작태를 보면, 이 책 <사랑이 있으니 살아집디다>의 제작 의도가 다분히 읽혀진다.
국민은 더 이상 바보가 아니다. (좌우를 막론하고) 해묵은 진영 논리에 매몰된 프로파간다에 세뇌당할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