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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11 - 종말의 시작 ㅣ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11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3년 1월
평점 :
악의적인 서평을 쓰려고는 하지 않는다. 다만 왠지 모르게 시오노 나나미의 책이 주는 마력에 빠지면서도 싫어질 때가 있다. 우선은 반복적인 그녀의 글이, 때때로 극대화된 학습의 효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지루하게도 느껴진다는 것이다. 인용구절이나 그녀의 생각이 자꾸만 똑같은 문구로 표현되어질 때 상투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없는 것 같다.
둘째는 생각의 폭이다. 처음 시오노 나나미의 책을 집었을 때에는 여성스럽지 않고, 너무나 현실주의적인 그녀에게 놀라기도 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그녀의 책을 스무권도 넘게 읽게 되면서 그 또한 진부함으로 다가오는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셋째로는 기독교를 대표로 하는 일신교에 대한 그녀의 편견이 부담스럽다. 그녀는 자신이 신앙적 인물이 아님을 자처한다고는 하지만, 한편으로 그런 생각이 절대적인 가치의 기준으로 강요되어서도 안된다고 여겨진다. 로마 제국에나 서구 사회의 문제를 모조리 기독교를 대표로하는 일신교적 사고에 돌리는 것은 일견 합리적이기도 하지만, 때때로는 그녀의 사고의 폭과 깊이에 대한 의심을 품게 하는 것 같다. 다신교가 발달한 사회가 꼭 풍요롭고, 인간의 가치가 존중되며, 합의와 민주적 소양이 발달한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의 책은 나올 때마다 살 수 밖에 없다. 그녀만이 가지는 거침없는 입담과,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에 중독되어버린 것 때문이리라. 때때로 가지는 거부감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로마인 이야기 11권을 살 수 밖에 없었던 것. 이것이 그녀의 진정한 힘이 아닐까.
이 책을 통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를 정점으로한 로마 제국의 쇠망이 나타난다. 한 국가나 사회의 건강함이 어떠한 모습이어야 하는지, 지도자는 때때로 여론이나 대중의 문제가 아닌 국가와 사회의 선과 건강함이라는 절대적 기준에 의한 정책을 실현해야 함도 역설되어지는 것 같다.
볼만한 책이다. 아니 성숙치 못한 대중정치의 한계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한국인이라면 한번 쯤 고민하며 읽어볼만한 책이다. 시오노 나나미는 그녀의 단점과 한계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호소력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