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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대리인 ㅣ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13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2년 6월
평점 :
품절
시오노 나나미는 비종교적인 사람이다또한 그는 현실주의자이다. 그는 옳지 않음에 대한 도덕적 판단을 유보하는 사람이며, 철저히 결과를 통해 일의 필요를 판단하는 사람이다. 신의 대리인은 교황이라는 종교적 주제를 철저히 비종교적인 관점에서 서술한 책이다. 이 곳에서는 교황이 결단코 종교적 지도자로 묘사되지 않는다.교황령을 다스리는 한 군주로서, 더구나 군사력의 약세를 면치못하는 한 군주로서 묘사되고 있다. 그들이 자신의 영지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계속해서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특별히 알렉산드르 6세와 사보나롤라와의 관계에 대한 독특한 서술방식은 참으로 흥미를 배가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그에 대한 전반적인 연대기는 아니었지만, 사보나롤라와의 관계를 주변 사람의 일기나 가상의 인물의 일지를 통해 서술해나가는 것을 통해 더욱 냉정하고 객관적인 인물 묘사를 이뤄내지 않았나 싶다.
레오 교황의 묘사에서는 그가 종교개혁적 관점에서 악당으로만 인식된 것에 비해, 나름의 역사 인식과 상황분석을 통해 구교와 신교의 인식차이를 잘 드러내준것 같다. 물론 신교나 구교에 대한 평가가 객관적인 듯 하나, 각각의 교리나 인간 이해에 대한 공정한 해석이 이뤄졌다고는 보지 않는다. 그러나 시오노 나나미의 종교 인식이 어떠한가는 잘 드러내지 않았나 싶다. 바로 인간 중심주의요, 현실주의요, 필요성의 문제에 의한 가치 판단일 것이다. 아무튼 신의 대리인은 르네상스를 관통하는 네 교황의 삶을 잘 드러내면서, 종교와 정치의 줄타기를 잘 보여주는 역작임이 분명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