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자꾸 나만 따라와 - 십대와 반려동물 서로의 다정과 온기를 나누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78
최영희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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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즘 자주 보는 유튜브 채널이 하나 있다. 일곱 마리의 고양이와 주인의 일상을 다룬 채널이다. 귀여운 고양이들의 애교와 함께 살아가는 집사의 모습을 보면 괜히 나까지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진다. 다같이 밥을 먹는 모습마저 사랑스러운 그 고양이 채널의 이면에는 매일 고양이들의 몸 상태를 체크하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시키고 밥을 먹이는 주인의 고충이 숨어 있다.


우리는 모른다. SNS와 각종 영상 매체에서는 반려동물들의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모습만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은 좀처럼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한 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곧 한 생명을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반려동물과 인간이 일방적인 관계도 아님을. 특히 반려동물이 가족의 구성원으로 인정받기 시작하는 현대에는 그런 의식이 좀 더 각인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 뿐만이 아니라,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도 이 책은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 한 인간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서만이 아닌, 모두의 공존을 위한 것임을 이 책은 역설하고 있다. 일곱 명의 작가들이 자신들만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지어낸 반려동물과 인간의 이야기. <왜 자꾸 나만 따라와>는 반려동물에 각별한 관심을 갖는 청소년들에게 반려동물을 키우는 행위가 생명을 존중하는 자세와 연결된다는 사실과, 반려동물과 일생을 보낸다는 것은 한 생명을 자신의 일생의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다짐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좋은 책이다.



이 책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강아지와 고양이 말고도 독특한 생물이 등장한다. 앞발이 기형인 거북이, 인간과 평생을 함께 하도록 설계된 공생동물, 그리고 각종 동물들의 유전자를 배합하여 탄생한 개인 맞춤형 반려동물까지. 비현실적인 공간 속에서도 반려동물은 늘 인간과 함께 한다. 그러나 이 책은 따스한 표지와는 달리 꽤나 심오하고 어두운 분위기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자신을 공격한 공생동물을 버리려는 주인공이 등장하는가 하면, 자살을 시도하는 여학생이 고양이를 만나기도 한다. 주인공들은 저마다 불안정하며, 그 불안정한 주인공들은 각자의 처지와 비슷한 반려동물을 만나며 성장해 나간다. 때로는 성장보다는 무책임한 양육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도 담겨 있다.


최영희, 「누덕누덕 유니콘」


“아니요. 그냥 그 녀석이 맘에 들어요. 용감하고 굴도 잘 파잖아요.”


어느 먼 미래, 유전자 설계로 인간과 짝을 지어 태어나는 반려동물인 ‘공생동물’이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퍼졌다. ‘공생동물’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동물은 중형견 크기로 개량된 백마 ‘유니콘’이었다. 그러나 주인공은 우아하고 아름다운 유니콘 대신, 뉴트리아랑 비슷하게 생긴 ‘퍼슬’이라는 공생동물을 입양했다. 우스꽝스러운 외모와 날카로운 발톱으로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퍼슬’은 어느 날, 먼 상수리나무 숲에서 주인공이 있는 마을까지 내려온다. 그러나 ‘퍼슬’은 주인공의 팔에 상처를 낸다. 이에 주인공은 ‘퍼슬’을 포기하고 새로운 공생동물로 ‘유니콘’을 맞으려 한다.


이희영, 「피라온」

“우린 절대 너를 혼자 두지 않아.”


주인공 ‘미르’는 ‘송이’라는 이름의 강아지를 기른다. ‘송이’는 누군가가 공사장에 버리고 간 강아지로, 공사장 인부의 횡포에 시달리다가 주인공의 엄마에게 구조된 유기견이었다. 미르의 가족은 ‘송이’를 미르의 동생처럼 키운다. 그러나 ‘송이’는 가족들을 경계하고, 늘 식탁 아래에 숨어 지낸다. ‘송이’는 무엇이 두려웠을까. 그리고 미르는 어째서 송이에게 ‘자신은 너처럼 인간이 아닌 존재’라고 말한 것일까.


이송현, 「스위치, ON」

“아직은 아냐. 꼬부기 넌 빠르게 달리는 법을 아직 안 배웠잖아.”


캐나다로 이민을 간 ‘다온’은 하키 경기 도중 상대 팀 선수의 모욕적인 인종차별에 분노하여 선수를 때렸다는 이유로 경기에서 제명된다. 스스로 자신을 ‘스위치 오프’라고 칭하며 좌절한 다온은 어느 날, 바닷가의 모래사장에서 모래 구덩이를 힘겹게 나오는 어린 거북이를 만난다. 앞발이 기형이라 바다로 나가는 것조차 힘겨웠던 거북이. 다온은 그 거북이를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온다. 낯선 땅에서 인종차별을 겪으며 괴로워하던 다온과 기형인 앞발로 인해 모래사장을 벗어나지 못한 거북이. 종족은 달라도 처지는 비슷했던 두 존재는 서로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되기로 한다.


최양선, 「냄새로 만나」

“사람은 눈으로 세상을 보고 강아지는 코로 세상을 봅니다.”


‘서진’은 다른 사람들보다 민감한 후각을 가지고 있었다. 초등학교 때 엄마를 여의고 아빠와도 떨어져 지내게 된 ‘서진’은 게임에서 만난 질 나쁜 친구들의 횡포에 시달리며 하루하루 힘겹게 지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빌라에 사는 이웃집 누나가 서진에게 자신이 키우던 강아지 ‘만나’를 맡겼다. 강아지와 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었던 서진은 우왕좌왕하며 ‘만나’와 하루를 같이 보낸다.


김학찬, 「고양이를 찾」

“착하다는 말도 이상합니다. 어떤 고양이가 착한 고양이입니까. 어떻게 생긴 고양이가 귀여운 고양이고, 어떻게 생긴 고양이가 못생긴 고양이입니까.”


길고양이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었던 ‘나’는 집 앞에 누군가가 고양이 밥그릇을 놓아둔 것을 보고 경고문을 썼다. 자신을 노려보는 고양이가 못마땅했던 ‘나’는 고양이를 걷어차려고까지 한다. 그러나 고양이를 차려던 ‘나’는 오히려 바닥에 넘어져 인대가 늘어나는 부상을 입는다.


김선희, 「시벨」

“초록색 별이 소리를 냈다. 말하는 별이라고 생각하는데 별이 깜빡거렸다. 자세히 보니 그건 고양이 눈이었다.”


임대 아파트에서 산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하던 ‘찬구’는 삶의 흥미를 점점 잃어가고 있었다. 친구들의 폭행, 선생님의 무관심, 집 안에 쓰레기를 쌓아두고 사는 가족들.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찬구’는 자살을 결심하고 뒷산에 올라가 약을 먹는다. 그러나 찬구는 자신의 배를 짓누르는 통증과 ‘골골’거리는 소리에 의식을 되찾는다. ‘찬구’의 앞에는 초록색 눈동자를 가진 고양이가 있었다.


한정영, 「돌아온 우리의 친구」

“야생 본능이 제어가 안 되어서 발생한 일이라면 불량품이나 다름 없잖아요.”


‘도아’는 ‘루이’라는 이름의 반려동물을 키운다. ‘루이’는 강아지와 다른 동물의 유전자 배합으로 만들어진 ‘캐양이’라는 동물이었다. ‘캐양이’는 특정 동물의 모체에 다른 동물의 유전자를 배합하여 만들어진 개인 맞춤형 반려동물이었다. ‘도아’는 캐양이를 키우는 자신이 뿌듯했고, ‘루이’와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집 정원에서 목이 떨어져 나간 비둘기가 발견되고, 집 안에는 온몸이 피투성이인 채로 죽은 쥐 시체가 발견된다. ‘도아’는 이 끔찍한 참극이 ‘루이’가 벌인 짓이라 생각하고 ‘캐양이’를 관리하는 네오애니멀센터에 ‘루이’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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