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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루자 리포트 - 치열했던 600일, 이라크 팔루자 전투 보고서
빙 웨스트 지음, 이종삼 옮김 / 산지니 / 2006년 11월
평점 :
팔루자 리포트는 사담 후세인이 실각한 2003년 4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이라크 저항세력의 가장 강력한 근거지였던 팔루자에서 벌어진 600일 간의 전투담이다. 관심있는 내용을 다룬 책이라 상당히 흥미를 가지고 읽었다. 다만 이 읽기 불편한, 내용이 뚝뚝 끊어지는 번역은 정말 짜증스럽다.
이라크 전쟁은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감자 취급을 받는 곤란한 문제였다. 지금까지도 이라크 내 저항세력은 완전히 소탕되지 않았으며, 아마 앞으로도 뿌리가 뽑힐 일은 없을 것이다. 팔루자 리포트는 가장 격렬한 전역이었던 팔루자의 전투상황을 대단히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중간중간 정치 관료들의 탁상정책에 관한 차분한 비꼼과 언론에 호도되는 전 세계 대중들의 관심이 가진 실제 전투와의 무관성, 그리고 무슬림들의 어처구니 없는 면모(이중잣대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니까 눈도 감고 귀도 막고 인권 따윈 신경도 쓰지 않은 채 팔루자의 문제는 모두 미군들 탓이라고 주장하며 시아파와 미군협력자들을 탄압하고 살해하는 식의)들을 잘 뿌려 섞어 놓았다. 알 자지라는 모스크에서 미 해병이 부상한 저항군에게 총을 쏘는 비디오를 매 시간마다 방영했다. 그러나 게릴라들이 보낸 인질의 처형 장면은 내보내지 않았다. 미디어에 보이는 무슬림들의 행동이 대부분 저런 식이다. ‘나는 옳다, 너희는 그르다. 그러므로 나는 이런 행동을 해도 되지만 너희는 안 된다.’ 자신들의 잘못은 용인받아야 하고 타인의 잘못은 크게 비난해야 한다. 어린애와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무슬림들을 대단히 싫어한다. 최초의 이슬람은 대단히 온건한 종교였다고 전해진다. 그저 가해지는 탄압을 참고 견디지만 말고 단호히 맞서 싸우라는 정도의 종지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를 이교도에 대한 배제로 해석하고 Jihad를 외치며 폭탄을 감고 몸을 던지는 저런 종자들은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을 망치는 족속들이다. 물론 그런 면에서는 역시 크리스트교도 만만찮아서 저 두 세력이 종교적 분쟁에선 항상 선두를 차지한다(하지만 크리스천들은 단 한 가지 면에서는 무슬림보다 낫다. 폭탄을 감고 돌격하진 않는다는 점)
사담은 이라크 내 소수인 수니파를 득세시켜 시아파에 대한 압력 도구로 삼았던 것 같다. 독재정권을 오래 유지하려면 충성파들의 역할이 필수적이고, 그들에게 자발적 동기를 부여하는 데에는 기득권 유지에 방해되는 세력들, 그러니까 타겟을 던져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다수인 시아파가 권력을 잡게 되면 자신들이 위험하기에 그들을 정책과 공포로 압박하고, 그 압박은 곧 ‘대중에 대한 압박’과 동의어가 된다. 그리고 수니파 뒤에는 사담이 있다. 그러한 독재구조를 미군이 박살낸 것은 일단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바그다드에서 멀어질수록 미군의 성과는 쪼그라들고, 팔루자에 이르러서는 그야말로 늪에 무릎까지 틀어박은 꼴이 되어서 지리한 전투를 반복하게 되어버렸다.
전쟁에서 민간인은 항상 보호되어야 한다. 이것은 2차대전 이후로 쭉 지켜져 오던 전쟁의 룰이고 통념이다. 물론 그게 항상 잘 지켜지진 않았지만. 그런데 팔루자의 민간인들이 그냥 민간인인가 하면, 내가 보기엔 아니다. 전쟁사를 훑어보면, 오랫동안 버티거나 목표를 달성한 레지스탕스들은 예외 없이 현지민들의 협조를 얻고 있었다. 팔루자도 예외가 아니라, 식량 제공, 아지트 제공, 부상자 치료·은닉, 증거 인멸… 만약 미 정부가 알 자지라의 언론 플레이도, 호도된 대중들의 도덕적 지탄도 두려워하지 않았다면, 팔루자는 통째로 먼지가 되었을 것이다. 저 민간인들을 그저 선량하고 보호받아야 할 사람으로 생각해도 되는지에 대해 나는 회의적이다. 게릴라들은 토끼가 아니다. 하나씩 잡아선 박멸할 수도 없다. 포화로 도시 전체를 날려버리는 것이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다.
결국은 팔루자를 게릴라의 성지로 만들었던 자르카위, 그 알 자르카위의 작전기지가 폭격으로 초토화되고, 자르카위가 인터넷에 패배 시인 녹음파일을 업로드함으로써 팔루자는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자르카위 자신은 체포되지 않았다.
이 일련의 전투 상황들을 훑어보며 느낀 것은, 인간이 지극히 이기적이고 선동하기 쉬운 존재란 사실이었다. 사람을 죽이고 폭탄을 던져서 지킬 수 있는 종교적 신념, 그것을 지킴으로써만 획득할 수 있는 자존이라면 차라리 존재를 지워버리길 권한다. 더 좋은 직장, 더 편한 잠자리, 더 좋은 먹거리, 안정적인 생활. 인간적인 모든 활동을 팽개치고 그저 자신들이 옳다고 악을 지르고 귀를 막아대는 것을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저따위 식으로 사람을 선동하는 종교는 종교로서의 가치도, 존속할 이유도 없다. 물론, 사람들을 선동하는 종교 지도자들이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종교적 가치를 이용해 사람들을 사지로 내몬다는 것 또한 어두운 유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