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싱 맘 - 2012 이주홍문학상 수상도서, 2012 한국도서관협회 우수문학도서
조명숙 지음 / 산지니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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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댄싱 맘은 총 7개의 비슷한 느낌을 가진 단편을 묶은 소설이다.

 처음 제목을 보고는 이거신파 소설인가하고 생각했지만조명숙 씨는 내 뒤통수를 시원하게 후려치며 상당히 충격적인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일단 에피소드들의 제목들은 그럭저럭 평범하다단어적 의미 정도는 쉽게 알아먹을 수 있으니 평범하다고 해도 될 것이다하지만 평범한 제목에 가려진 진짜 얼굴은… 맙소사맙소사다.

 이야기들은공통점이랄까거의 모두가 갑작스레 생각나서 쌩뚱맞게 툭 던져내는 문장으로 시작된다배경은 확실히 한국인 것 같지만이게 별명인지 이름인지 애매한 하기사내가 알던 사람들 중에도 그런 패거리가 있었다진심으로 몸에 익은 언어와 단어에 정감을 담아내어 그렇게 부르는 건지단순히 많이 배웠다는 사실을 자랑하고 싶은 건지는 그도 나도 영원히 모를 일이지만. ‘이정원이라는 친구를 ‘garden’, 또는 그저 마음에 드는 영어 이름을 스스로에게 붙이고 불러달라는 식어쩌면 조명숙 작가는 요즘 아이들의 그런 cool한 그렇다고 저들이 스스로 생각하는스타일을 약간 잘못 이해했는지도 모르겠다잘못그렇게 표현하는 것이 약간 미흡하다는 생각도 들지만그런misunderstanding이 또 다른 풋풋한 분위기와 향을 자아낸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을 만하다.

 하지만 매력은 매력이고어둠은 어둠이다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모든(모든!) 등장인물들은 어딘가 한두 군데씩 비뚤어진 병리적 정신 상태를 가지고 있다가정의 탓인지친구의 탓인지사회의 탓인지글 자체에서는 매력을 느끼지만 등장인물들에게서는 어떠한 매력도 느끼지 못하는 이 당혹감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그들은 가족을 버리고친구를 버리고자존심을 버리고자신을 버리고… 심지어 삶까지도 버린다이런 자기파괴적 개체들을 보면 인간이라는 종의 절멸이 가까운 것이 아닌가하는… 생명 성립의 필요조건은 생존 본능이며충분조건은 환경과의 -혹은 시대와의공명이다개체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규모를 넘어선 비대화된 군집의 미소한 부분이 되면서 집단 속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외감을 느끼고실제로 소외되고결국 생존마저 포기하고이것이 과연 비대한 집단의 병폐인지혹은 일정 단위를 넘어선 생명 군집이 도태종마저 집단 내에 포괄하여 생존을 보장함으로써 발생되는 기형적혹은 정신병적 개체의 지속적 번식에 의한 결과인지는 고구해봐야 할 문제다실지야생동물들의 집단에서 저런 자기파괴적 개체들이 살아남을 확률은 지극히 적다그렇기에 야생동물들은 그들의 환경에 특화된 방식을 고수하며 대를 이어올 수 있었다하지만 인간의 경우에는 그런 단위생존의 행동 양식은 이미 의미가 없다자살자학체념 등의 단상이 트렌드처럼 – 집착과 성실신실함이 구질구질하고 cool하지 못한 행동이라는 인식이 시류를 지배한다걱정도염려도관심도무심한 듯(정말 무심한 것일지도) chic하게 해치워버리고 개체 간 감성적물질적신분적 관계를 휴지조각마냥 필요하다면 언제든 구겨 던져버리고 술안주나 블로그 포스팅일기 따위로 그리워하는 척 모든 일을 해치워버리는 등장인물들은 왁스를 끼얹은 현세의 모습을 몇 조각 잘라내어 지상에 올려놓은 듯너무나 실감나서 무섭고아프고슬프고찐득하고… 그러나 또한 이 책이 아련한 것은 나도 그렇기에등장인물들처럼 그런 문제를 안고 계속 살아가야 하기에 – 책을 덮는다고 끝나지 않는 이야기이기에 그럴 것이다.

 각 에피소드의 서두에는 시인지단상인지 모를 짧은 글귀들이 적혀 있는데각 에피소드의 주제적 장면이나 전체적인 컨셉을 떠오르게 하는 회화들을 보고 적은 것이다글귀 끄트머리에 회화의 제목과 화가의 이름이 나와 있으니 찾아보는 것도 나름대로 맛이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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