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두 번째, 런던에 가다 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E. M. 델라필드 지음, 박아람 옮김 / 이터널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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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없이 사랑스러운 자조와 풍자로 100여 년 동안 수많은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E. M. 델라필드의 자전적 소설 《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1930》의 속편이다. 지방 소도시보다 훨씬 더 크고 복잡한 런던에서 그녀는 어딜 가나 가장 촌스러울 뿐 아니라 대화에 자연스레 낄 만큼 문화 예술에 관한 지식도 갖추지 못했다. 그러나 주인공은 이 모든 어려움을 자신만의 무기인 자조적 유머로 헤쳐 나간다. 주변 환경이 독해진 만큼 유머도 독해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두 번째 일기에서는 어쩐지 여유가 느껴진다.

답답한 시골에서 화려한 대도시의 삶을 꿈꾸던 그녀는 이제 때가 되면 아내이자 엄마의 삶으로, 정겨운 지방 소도시의 삶으로 기쁘게 돌아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더 큰 세상으로 나갈 각오를 다진다.

“이제 그녀는 매주 문예지 공모전에 지원할 필요도 없고 1등을 시샘할 필요도 없으며 채우지 못한 물욕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아도 된다. 주인공이 꿈을 이뤘으니 기뻐할 일이지만, 그럼 이제 더 이상 그 솔직하고 매력 넘치는 주인공을 만날 수 없게 되는 걸까? 다행스럽게도 그녀에겐 여전히 집안의 문제가 끊이지 않고 가정에서의 역할도 변하지 않는다. 게다가 지방 소도시에서 나름대로 지역사회를 이끄는 듯 보였던 주인공은 더 넓고 역동적인 세계로 나아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경험과 사유의 폭을 넓히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초라해진다.”

📌예정되어 있는 영국 여인의 미국일기와 전쟁일기 등 두 편의 속편이 너무나 기대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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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와 프로파일러 - FBI 프로파일링 기법의 설계자 앤 버지스의 인간 심연에 대한 보고서
앤 울버트 버지스.스티븐 매슈 콘스턴틴 지음, 김승진 옮김 / 북하우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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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와 프로파일러_앤 올버트 버지스

의도치 않게 3월8일 세계여성의 날에 읽었던 아주 의미 깊었던 작품이었다. 모두가 안 될 것이라고 단언했던 이미 틀에 박혀버린 집단의 인식자체를 바꾼 엄청난 여성의 이야기. 간호학이라는 학문에 대해 무지하고, 그 전문성까지 존중받지도 못하던 시대.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성폭력 피해자와 트라우마, 그리고 회복에 초점을 맞춘 연구자로서 미국 최초의 강간 위기 센터 설립을 도모하였다.
당시 미국 최고 수사기관이라 인정받았던 FBI에서조차 성폭력은 크게 중시되는 범죄가 아니였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고 한다. 비약한 땅에서 연구를 시작한 그녀는 범죄자의 접근 방식 및 성격 연구 등 프로파일링에 기반을 닦는 결과로 이어진다. 1세대 프로파일링과 함께 그들의 컨설턴트로 활약한 내용은 통쾌함도, 그리고 참혹한 참상의 피해자에 대한 체계적인 해결방안과 지원을 통해 그릇된 성범죄피해자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켜나간다. 그 모든 과정이 편안하게 읽혔다고 하면 거짓이겠지만, 우리가 알아야할 진실들도 이렇게 존재한다.

📌우리의 가치는 의사의 지시를 얼마나 잘 따르느냐로 평가되었지 우리 자신이 무엇을 기여할 수 있느냐로는 평가되지 않았다. 하지만 내게는 이러한 문화가 통하지 않았다. 나는 변화를 만들고 싶었고, 고릿적의 문화적 기대가 내 성별에 어떤 역할을 부여했든 간에 그 변화를 나 자신의 방식으로 만들고 싶었다. (👏)

✏️강간, 성폭력, 성범죄 가해자의 심리를 더 완전하게 파악하기 위한 연구를 통해 그 관심사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는 피해자를 비난하는 낡아빠진 태도 속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서 이 같은 유형의 범죄가 횡랭하게 만드는 더 큰 문화를 바꿀 기회로 이어졌다.

✏️통제, 더 정확하게는 ‘자신에게 통제력이 없다는 느낌’은 성범죄를 신고하고 트라우마를 입밖으로 꺼내는 여성이 너무 적은 한 가지 이유였다. 통제는 낙인으로 이어졌고 낙인은 문제 전체가 드러나지 못하고 숨겨져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어쨌거나 아무도 피해자의 생각을 묻지 않았다.

✏️우리의 연구가 간호학 분야를 넘어 정신의학 분야로 확장될 수 있었다. 우리가 얻은 가장 큰 교훈은 성폭력이 성적인 행동 자체에 대한 행위라기보다 권력과 통제에 대한 행위라는 사실이었다. 피해자의 경험을 바라보는 권력과 통제에 대한 행위라는 사실이었다. (...) 이 관점은 수사관이 피해자를 다루는 방식, 의료기관이 피해자의 필요에 대응하는 방식, 피해자가 겪는 트라우마가 체계적으로 정당한 인식을 얻게 하는 데 기여했다.

✏️“모든 연쇄살인범은 언젠가 실수를 합니다. 그게 무엇일지를 우리가 아직 모를 뿐이죠.” 하지만 내게는 이것이 변명처럼 들리기도 했다. 생사가 달린 사건을 장악하고 통제할 힘이 우리에게 부족하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것 같아서, 나는 이 말이 좀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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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남자
아니 에르노 지음, 윤석헌 옮김 / 레모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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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모출판사에 아니에르노 작품 믿고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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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남자
아니 에르노 지음, 윤석헌 옮김 / 레모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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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에르노의 2022년의 가장 근간이라는 점, 노벨문학상 수상연설집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 ‘사건’을 집필하게 된 배경을 담고 있다는 점, 매일 같이 값이 오르는 종이책 시장에 각 양장을 사랑하는 나의 심미적 취향을 저격했다는 점. 등등 책을 구입하게 된 이유가 정말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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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론테 자매, 폭풍의 언덕에서 쓴 편지 - 뜨겁게 사랑하고 단단하게 쓰는 삶 일러스트 레터 3
줄리엣 가드너 지음, 최지원 옮김 / 허밍버드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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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론테 자매, 폭풍의 언덕에서 쓴 편지_줄리엣 가드너/최지원

편애하는 작가들이 몇 있다면, 그 중 샬럿 브론테와 에밀리 브론테, 앤 브론테가 빠질 수 없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작품을 본명으로 기재할 수 없는 세계를 살았던 그녀들의 작품은, 지금까지도 현존하며 최고의 고전으로 남아있다. 역사적 배경이 옭아매지 못한 그녀들의 작품성은 안타까움과 동시에 쾌감을 선사한다. 그녀들의 작품 소설과 시는 비교적 많이 접해보았지만, 전기를 다룬 책은 쉽게 보기 어려웠다. 그래서 허밍버드의 일러스트 레터 시리즈가 특히 반가운 이유 중 하나이다. 서신을 나눌 수 있는 유일한 학교 친구조차 인정해주지 않은 명작 폭풍의 언덕, 작가로서 우정과 교감을 나눌 수 있었던 엘리자베스 개스캘, 에밀리가 등단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조력자의 역할을 하였던 샬럿까지 그녀들에 대한 새로운 배경정보는 다시 그녀들의 작품 앞에 서도록 만든다. 한정된 공간안에서 무한하게 펼쳤던 그녀의 작품세계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기를 바라며.
글도 글이지만 사진과 배경이 되는 지역의 시각정보도 알차서 더욱 좋았다고 한다:)

✏️에밀리가 죽은 후, 샬럿은 출판사에 보낸 편지에서 동생이 밖에 나가기를 거부하며 ‘뭐 하러 그래? 집에 있으면 샬럿 언니가 바깥세상을 가져다줄텐데’라고 말했다는 일화를 전했다. 샬럿은 동생들에게 세상이 돌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줬을 뿐 아니라, 바깥세상에 동생들의 생각을 전달하는 역할도 담당했다.

✏️샬럿은 엘런 너시에게 이렇게 편지하기도 했다. (...) 우리는 현실에서 조언을 구할 뿐 명령을 받지는 않아. 세 자매는 현실의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을 쓰며 여성의 삶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똑같은 인간이지만 더 많은 특권을 지닌 남성들의 편협한 생각이다. 여성들이 관습상 그들의 성별에 필수적이라고 강제된 것보다 더 많은 일을 하거나 배우려 한다고 해서 그들을 비난하거나 비 웃는 것은 몰지각한 행동이다_제인 에어

✏️내 동생 에밀리는 자신을 드러내는 성격이 아니였고, 아무리 가깝고 친한 사람들이라도 자신의 마음과 감정의 깊숙한 곳에 함부로 침입하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 시들은 출간될 자격이 있다고 설득하는 데 또 며칠이 걸렸다.
역사상 어떤 여성도 그런 시를 쓴 적은 없다고 나는 확신했다. 응축된 힘, 명료성, 여운, 기이하고 강렬한 비애감이 그 시들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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