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운_티파니 D. 잭슨가스라이팅의 정석을 보여주는 코리에게 심한 욕을 날려주며 시작하고 싶다. 현실을 고증한 듯한 가정배경에서부터 엄청난 가독성을 보여주는 이 책은, 쉽게 읽히지만 마음이 무거워지는 소재들이 담겨있다. 재미(과연 내가 재미라는 단어를 사용해도 되는가라는 가책이 느껴진다. 그저 극 속의 전개와 구성으로만 따르면)와 주제 의식이 모두 분명한 책의 표본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든다. 피해자와 생존자들을 위한 이들에게 이야기를 바치는 작품으로서도.가해자를 제외하고는 모든 상황이 안타깝고 마음 깊이 공감될 뿐인 현실이 시리다.✏️아빠가 입술을 꽉 다문다. “일은 어차피 평생 해야 해. 지금은 네가 평범한 10대로 살았으면 좋겠어.” 이 집에 갇혀서 내가 낳지 않은 아이들을 돌보는 삶은 전혀 평범하지 않다.✏️”인어공주“ 내가 가운을 욕조에 던지며 조용히 말한다.에리엘의 아빠도 에리엘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했다.✏️내가 물고기에 대해 아는 사실 하나. 물고기는 땅 위에 너무 오래 두면 죽는다.✏️문득 우리 집의 냄새와 비좁은 공간이 그리워진다. 세이지 태우는 냄새, 오븐 속에서 익어가는 로즈마리 냄새, 아빠가 면도한 뒤 바르는 로션 냄새. 세이와 방을 나눠 쓰던 것마저 그립다.✏️마실 것이 넘쳐나서 내가 더 이상 내가 아니게 될 때까지 마셔댄다. 그저 나의 조각들만 남기를 간절히 바라면서.✏️중독에서 벗어나는 느낌은 죽어가는 느낌과 똑같다. 먼저, 내 몸은 날씨가 지독하게 춥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나는 오븐 안에 있다. 그래서 파자마와 침대 시트가 홀딱 젖도록 땀이 줄줄 흐른다.✏️삶을 되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물에 빠져 죽는 것과 무척 비슷하다. 물 위에 떠 있으려고 애쓰지만 옆에서 새로운 정보와 파도가 쓸려 와 나를 미지의 세계로 더 멀리 밀어낸다. 얕은 물가에서도 겨우 버티는 주제에 왜 깊은 곳에 뛰어들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가 후회하는 것 뿐이다.✏️“네 잘못은 하나도 없어. 아주 조금도 없어. 다 큰 어른의 행동을 아이가 책임져서는 안되는거야.”#그로운 #한겨레출판사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스릴러 #티파니D잭슨 #장편소설 #툴러
📚땅거미 질 때 샌디에이고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운전하먀 소형 디지털 녹음기에 구슬한, 막연한 LA/운전 시들이라고 생각하는 작품들의 모음_정지돈작가정신에서 나온 작품 중 가장 실험적인 작품이 아닐까 싶다. 정지돈 작가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었으나,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해보는 그의 세계는 어렵다. 그러나 하나 쯤은 정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모두 다 때려 넣은 듯한 전개와 기법, 흐름. 또는 영화와 소설, 시 그리고 움직임에 대한 작가의 모든 관심사를 취향대로 버무려 낸 듯 한 난해함. ✏️소설에서 런닝타임은 가독성이다. 다시 말해 소설의 런닝타임은 가변적이며 수신자에게 속해 있지만 전적으로 그들의 몫은 아니다.
📚미래과거시제_배명훈배명훈 작가님의 작품을 처음 접했다고 하면 놀랄 이들이 많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에 대한 나의 솔직한 첫 인상은 뭐지? 이 사랑스럽고 울컥하게 만드는 sf물은? 그리고 이 애틋하고 섬세한 감정묘사에 대한 감탄이였다.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에게는 그만한 능력과 저력이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깨닫게 된 수순이였다고 할 수 있겠다.✏️유희는 영감을 받은 것이 아니었다. 영감은 오랫동안 고민해온 물음에 대한 직관의 답이다. 퍼즐이 맞춰지는 순간인 셈이다.✏️당황스러웠지만 유희는 이 특별한 감각을 되도록 길게 이어가기로 마음먹었다. 유희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꺠달음의 순간은 일상에 금방 침식되고 휘발된다는 사실을. 그러므로 우선 일상을 차단해야 했다. 세상이 자신에게 부여한 직업이라는 역할에 너무 깊이 몰입하지 않도록 한 발 물러서야 했다.✏️마사로가 옆구리께에서 말했다.“나 걸을 수 있는데.”“느리잖아.”“존엄하게 두 발로 걸어가고 싶다고.”“걸음걸이가 존엄해보이지 않았어.”(...)“저기, 말로만 부탁해도 언어 기능 스스로 꺼줄 수 있어?”“아, 미안. 부처 놀이 계속해.”✏️”다행이다. 그럼 됐어. 잘 가고 잘 살아. 내 걱정은 안 해도 돼. 나야 뭐 공사 재개되면 어떻게든 나갈 수 있겠지. 그림 좀 보다가 전원 내리고 자면 돼. 누가 또 깨우겠지. 중간에 꺠어나서 너를 만나 즐거웠어. 나는 그거면 됐으니까 너는 너를 구해.“✏️“ 그러니까 ‘마음껏’은 마음의 끝이 닿을 때까지 가라는 말이야. 알겠니, 마사로? 원 없이 펑펑 쓰고 와야 해. ”✏️세상이 갑자기 환해졌다. 눈앞에는 유희가 서 있었다.마침내 깨어난 마사로에게 유희가 진심을 담아 말했다.”마사로, 다시 가서 세상을 구해.“성능이 꽤 좋은 마사로의 기억에 그 말은 영원히 각인되었다.✏️미래의 일을 마치 과거에 직접 겪은 것처럼 확신을 가지고 말하는 사람.✏️은경은 곧 역행하는 시간의 눈금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사람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지만 페이지 넘기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책갈피도 없이 덮어두었던 바로 그 페이지로 돌아왔다. 제목만 봐도 눈물이 터져 나올 듯 숨 막히는 기억. 인사도 없이 갑자기 사라져버린 첫사랑.✏️모든 것을 다해 사랑하기로 한 사람이 사라진 날, 심장이 뛰는 순간순간마다 안으로 돋친 가시가 1밀리씩 자라났다. 안으로 자라는 외골격에 갇힌 채 껍질을 강요하는 모양대로 간신히 서서 비틀거리던 삶. 그렇게 은경은 시간을 버텨냈다. 어른이 되고 외골격보다 튼튼한 피부를 갖게 됐다. 스스로 서고 싶지 않으면 서지 않았다.✏️결코 이 세상에는 속하지 않는 완전한 아름다움을 지닌 사람. 때로는 주어이고 때로는 목적어여서 그 사이에 들어갈 술어를 잘 골라내기만 하면 몇 번이고 둘이 함께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문장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영혼의 파트너.#북하우스 #미래과거시제 #배명훈 #sf소설 #배명훈작가 #북하우스서포터즈
📚죽음이란 무엇인가_셸리 케이건/백세연우리는 죽음에 관해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관련 주제에 대한 관심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일지 모른다. 죽음을 다루는 다양한 글들 중, 오직 이성과 논리로 파헤치는 죽음과 삶의 의미라는 관점에 이끌렸다. 예일대 강의자료를 모든 작품 답게 전공책 처럼 쫙쫙 밑줄치며 읽을 수 있는 시원시원한 판형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삶과 죽음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역설하기에, 저자는 엄청난 가정과 예시를 통해 이를 입증한다. 결국 그만큼의 시간을 들여 읽어야 하지만, 또한 그 만큼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는 점. ✏️결론적으로 말해서, 영혼의 존재를 인정한다고 해서, 육체적 죽음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위안을 주는 요소는 여러분의 몸을 이루는 부분들이 자손을 통해 지속된다는 사실이 아니라, 하나의 고귀한 인격체를 길러낸다는 것이 인생을 바칠 만큼 중요하고 고귀하고 성취라는 ‘믿음’이다. ✏️유사 영생의 진정한 가치는 사후에 계속해서 존재할 의미 있는 성취를 일궈낸 삶이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짧은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오랫동안 남게 될 뭔가를 남기고 간다면 더욱 가치 있는 삶이 될 것이다.✏️비관론자들의 말대로 삶이 가질 만한 가치가 없는 존재라면, 삶의 상실은 나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좋은 것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삶을 보다 가치 있게 만들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삶은 전체적으로 나쁜 것이라는 사실을 그대로 인정하는 일이다.#죽음이란무엇인가 #웅진지식하우스 #셸리케이건 #박세연 #웅답하라
📚함부로 말하는 사람과 대화하는 법_샘혼괴물과 싸우면서 괴물이 되지 않는 대화의 기술이라니. 평소 화술과 관련된 분야는 크게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일단 읽는 것에는 흥미가 있다 하더라도 적용할 수 있을리가? 싶은 나만의 고착화된 언어습관 때문도 한 몫을 하리라 생각한다. 화술 분야의 독보적인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의 저자의 작품이라고 갈매나무에서 보내주셨으니, 감사한 마음으로 읽어보았다. 한국어판 서문에서부터 직장인의 심금을 울리는 작가님. “먼저 이 책이 새로운 모습으로 한국의 독자들과 마주할 수 있게 되어 기쁘고 감사하다. 한편으론 여전히 못된 사람들의 괴롭힘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 책을 찾는 한국 독자들이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무례한 괴물은 여전히, 어디에나 있다.” 사회에는 분명 이해할 수 없는 혹은 이해할 필요가 없거나 가치가 존재하지 않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자명하다. 그저 무대응이나 무관심으로 나의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것만이 그럴듯한 현실적 방안이라 여겨왔던 나에게, 이런 적극적인 액션을 취할 수 있는 방법들은 신세계에 가까웠다. 그중 상처로 가득했을 피해자에게 이야기하는 작가의 태도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괴물이 자폭할 때까지 기다리라’느니 괴물도 ‘힘든 시기를 겪는 중이니 쉬게 해주라’느니 ‘비정상적인 가정에서 성장한 탓이니 용서하라’느니 하는 말은 없다. 이런 말들은 나쁜 조언이다. 달래거나 이해하려는 시도는 괴물에게 보상이 된다. 그리고 보상받은 행동은 반복된다. 자, 이제 좋은 소식을 전하겠다. 괴물과 맞설 실질적인 기법을 당신도 배울 수 있다. 당신에게 당신 삶의 통제권을 되찾게 해주자. 특히 언어의 사무라이 되기 챕터를 추천해주고 싶다ㅋㅋㅋㅋㅋㅋ한줄요약 : 아무튼 우리는, 괴물에게는 이해해주려는 시도조차 하지말고 그냥 칼이나 들고 맞서자. ✏️동료의 거부, 친구들의 반대, 사회의 분노에 맞설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도덕적 결단은 전장에서의 용기나 위대한 지혜보다 훨씬 어렵다. 하지만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에게는 그것이 꼭 필요하다_로버트 케네디(전 미국 법무장관)✏️인간은 온갖 장애와 위험, 압박에도 불구하고 해야 할 일을 한다. 그것이 인간 도덕성의 바탕이다_존F. 케네디✏️용기를 가져야 한다. 아무리 좋은 사람이더라도 용기가 없다면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용기가 없다면 이 세상에 가치 있는 자가 되지 못한다. 나는 좋은 사람들이 악에 맞서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_시어도어 루스벨트 #갈매나무 #함부로말하는사람과대화하는법 #샘혼 #적을만들지않는대화법 #화술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