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하는 어반북스의 새로운 개정판 ‘나의 샐러드’책이 도착했다. 어반북스의 책들은 물성자체로도 오브제의 역할을 톡톡하게 하기에 이번 책의 실물도 너무나 기대하며 기다렸다. 그리고 책장을 넘길때마다 펼쳐지는 마티스 풍의 감각적인 그림들과 하나 같이 나의 몸을 치유해줄 것만 같은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건강한 음식을 챙겨먹어본 이들이라면 안다. 샐러드 한 그릇과 토마토 마리네이드같은 음식에 맛이 깃들기까지는 얼만큼의 정성과 재료에 대한 관심이 필요로 한지. 거의 선식만 먹으며 생활하던 때는 정말 라면의 감칠맛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음식 본연의 맛이 느껴졌다. 그리고 책장을 넘기며 다채로운 샐러드들의 이야기를 읽어내릴 때마다, 그 당시의 산뜻한 기억과 식욕이 입 안을 돋군다. 저마다의 사연이 가득 담긴 샐러드들 이야기와 함께라면 두배로 즐길 수 있다. 게다가 감각적이고 모던한 샐러드 드로잉은 포스터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넉넉한 사이즈, 분철이 가능한 방법으로 제작되어 만족스럽다. 물론 나는 단 한 장도 뜯지 못하게 보관하게 되겠지만:) 때로는 보고 만지고 읽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순간이 있기 마련이니, 이 드로잉 북을 꽤나 소중하게 들고 다니게 될 것 같다.내가 먹는 것이 나의 몸을 만들어 내게 될 것이라 믿는 당신, 리틀 포레스트 속 모든 장면을 애정하고 사랑하는 당신에게 이 책이 꼭 맞으리라는 확신이 든다:)✏️소설 속 내가 가장 좋아했던 에스더의 모습은 <레이디스 데이> 오찬에서의 모습이었다.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눈앞에 두고도 조심스러워하며 먹지 못하는 여성들 사이에서 에스더는 접시를 가득 채우기 시작한다. 마치 음식을 적게 먹고, 얌전히 먹는 여성이 여성스럽다는 사회적 편견에 대항하듯. 그녀는 캐비아를 얹은 찬 닭고기 를 한 접시 먹은 다음. 한 접시를 더 먹고, 마요네즈에 버무린 게살을 담은 연둣빛 아보카도 샐러드에 달려들었다. ✏️누군가는 우울증에 시달리다 결국에는 자살한 실비아 플라스를 보고 자신의 삶을 쉽게 놓아버린 나약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녀가 살아온 인생을 제대로 들여다보고도 그녀를 나약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꿈꾸 는 여성에게 가혹했던 시대적 상황과 연대할 수 없었던 그녀의 삶을 생각한다. 지금의 우리는 '벨 자가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을까. 어쩌면 우리 곁의 누군가는 그녀처럼 벨 자'를 뒤집어쓰고 괴로워하고 있진 않을까.✏️“나만의 레시피로 새 계절을 맞는 일. 나의 봄은 그것으로부터 다시 시작되지 않을까.” _리틀 포레스트✏️여름철에는 잔뜩 만들어 놓고 샐러드로 먹기도 하고, 와인 안주로 조금씩 꺼내 먹는다. "삶은 토마토 같은 거야. 언제나 애매하지. 그러니까 복잡한 감정들 속에서 혼란스러울 때 불안해하지 않아도 돼."라는 문장으로 나의 불안한 삶을 다독이며 토마토 마리네이드를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