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시간표 - 정보라 연작소설집
정보라 지음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개인적으로는 네 번째 읽어보는 정보라 작가님의 연작소설집이다.
저주토끼, 아무도 모를 것이다, 여자들의 왕, 한 밤의 시간표까지 정보라표 환상문학 시리즈는 그 특별하고 뚜렷한 색을 가지고 있어서 흥미롭다. 특히 독자로서 느끼는 나는 저주토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전 작품과 이후 정보라 작가가 보여주는 세계는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는 점이 신선하다. 대중과 미디어에게 그렇게 큰 조명을 받았던 작가가 자가복제라는 손쉬운 선택대신, 자신만의 세계를 독립적으로 구축해나가는(심지어 굉장히 성실하게) 모범선례를 보여주는 것만 같다. 그런의미에서 나는 앞으로도 작가님의 신작이 나온다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모두가 잠든 시간에 깨어나는 사물들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성과 합리, 과학과 지성의 서사로는 감당할 수 없는 이야기라니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집안의 모든 문제는 구정물처럼 아래로 아래로 흘러 떨어져서 그 집안 모든 사람에게 가장 만만한 존재 위에 고이고 쌓였다. 대부분의 경우 마지막에 그 구정물을 감당하는 사람은 취약한 위치에 있는 여성이었다. 딸, 며느리, 엄마, 손녀. 맏딸은 살림 밑천이라느니 아들 가진 엄마는 길에서 손수레 끌다 죽는다느니 하는 말의 의미는 모두 같았다. 가장 만만한 구성원의 피와 골수를 빨아먹어야만 가족이라는 형태가 유지된다. 그렇게 모든 역기능 가족은 비슷한 형태로 역기능적이다.

✏️《한밤의 시간표》에 등장하는 연구소는 밤이 오면 그제야 존재하기 시작하는 비존재들의 장소입니다. 모두가 잠든 시간에 깨어나는 사물들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성과 합리, 과학과 지성의 서사로는 감당할 수 없는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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