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구성이 굉장히 흥미롭다. 분명 에세이라고 적혀있지만, 어디선가 할머니가 이야기 보따리를 하나씩 꺼내 풀어주는 듯한 신비로움마저 느껴진다. 이야기 산문집 정도로 장르르 조금 더 구체화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모든 일상이 버겁고 힘들 때 초저녁부터 잠들기 전에 고른 책으로는 엉뚱하지만 또 그에 어울리는 위안을 건넨다.작가의 세계에 대한 진수를 맛보는 중. 작가가 바라보는 아웃국에 대한 인상 하나가 SF적 요소를 담은 이야기로 풀어지다니. 특히 너구리 냄비 요리에 대한 이야기는 압도적인 신묘한 설화 하나를 들은 듯하여 아주 흥미롭다:)직업적으로는 재능낭비인 것 같지만 독버섯 백과사전을 구비해두었다는 일회는, 엉뚱하면서도 작가로서는 아주 명민한 재능을 가진 그의 매력을 한껏 보여준다. 그와중에 사물을 보는 섬세하고 다정한 시선이 너무나 좋다.✏️단밸질 공급원이 될 만한 동물은 다 기운이 없고 몸이 약한 사람에게 좋은 약으로 나와 있다는 사실이다. 하긴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예전에 고기를 구하기가 힘들었으니까. 아니, 고기만이 아니라 배불리 먹는 일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던 시절이었다. 웬만한 자잘한 병은 잘 먹고 푹 자기만 해도 저절로 낫 는다는 걸 생각하면 동의보감, 탕액편 수부를 읽을 때마다 슬픈 마음이 드는 걸 어쩔 수 없다.✏️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영원히 알 수 없을 테지만 할머니와 새는 돌아왔다. 추웠던 겨울, 그들은 함께 엄청나고 깊고 어두운 허방을 헤엄쳐 건넜을 거다. 그리고 둘은 다시 벤치에 앉아 서로를 마주 보게 되었겠지.✏️[꿈의 머리맡에 은어를 내려놓으며]밤이 깊다.아직 잠들지 못한 모든 이들이 행복하길.꿈속에서 나는 그들의 머리맡에 반짝이는 은어를 놓아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