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를 놓친 채 그때, 거기를 말한들 가랑비메이커 단상집 1
가랑비메이커 지음 / 문장과장면들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랑비 메이커 작가님의 단상집은 짧은 호흡으로 이루어져 있음에도 감정선이 뚝뚝 끊기지 않는 점이 가장 좋다. 순간에 대한 사유와 오래된 애정이라는 주제로 이루어진 이야기들은 특히 가을을 대하는 작가의 시선과 자세에 대해 인상 깊은 여운을 남긴다. 나에게는 그저 지고 피는 계절이었던 가을이 글을 통해 이렇게 피어나게 되는 모습을 밑줄치며, 단상집의 매력에 끄덕이게 된다:)

✏️장마처럼 쏟아지느 내 기억에
네 새벽이 축축했으면.

내게 아직 그런 힘이 남아 있다면 좋겠어.
여전히 네 하루를 흔들, 네 새벽을 적실.

✏️깨지고 부서진 마음으로 나아가며
지난한 시절을 입술로 시인할 할 때
우리는 눈물범벅인 미소로 마주하게 될 거다.
비로소 슬픔에서 기쁨을 셀 수 있을 것이다.

✏️우리라는 이름으로 함께했던 이에게
잊혀진다는 것이 가장 아픈 줄로만 알았지
익숙해지는 것이 더 아플 줄 몰랐다.

✏️[가을을 기다리는 사람들]
하늘을 올려다볼 여유와 용기도 없이
꼬꾸라져 겨우 기어 온 이들에게
가을은 계절 그 이상의 가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