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책의 판형을 보았을때의 압도적인 느낌. 멋진 편집샵이나 세련된 공간에 진열되어 있을 법한 생김새가 나와는 조금 거리감이 있게 느껴졌다. 그리고 당연히 표지보다 압도적인 아트 그래픽들이 눈길을 사방으로 사로잡는다. 현대미술관에 다녀왔던 얼마 전 기억이 스쳐지나가는 듯하다. 작가는 누구에게나 친숙한 '돼지'라는 사물을 이용해 그림을 완성한다. 무엇을 그리냐보다 어떤 마음을 담느냐가 중요하다는 내용에서 작가의 예술적 힘과 저력이 느껴진다. 아무리 멋진 작품이라 하여도 작품만 내 놓으면 어렵게 느껴지는 나.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인지 고유한 작품의 해설 및 작가의 생각들이 활자로 반영되어 있어 친절하게 다가오는 아트북이었다. 읽을 거리가 있는 아트북이라니! 예술을 잘 모르는 나에게 이보다 친절할 수는 없었다:) 호텔 아르바이트 시절 손님이 남긴 음식으로 끼니를 이어갔던 청년시절의 그가, 결국에는 표현해내고자 했던 힘이 이 두껍고도 단단한 판형으로 반영되어 있는 듯하다. 작품 속에는 작가 자신의 성찰 및 독자에 대한 사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동시에 화려하고도 다채로운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