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1
아니 에르노 지음, 김선희 옮김 / 열림원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_아니 에르노/김선희

이 작품속 글은 절대 작가 고유의 개인적 경험안에 속할 수 없다. 이 모든 이야기는 결국 나의 이야기가 되고, 그녀가 겪었던 고통과 몸부림은 나의 것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내가 수집한 모든 글자 하나 하나를 곱씹으며 읽고 눌러 쓰며 눈물을 삼킬 수 없었다. 인간으로서 누구가 겪게 되는 순간이지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믿지 않고 외면하는 아픔을 글로 남긴 아니 에르노는 그녀 자신도 어머니에 대한 글을 돌이켜 읽을 수 없었다.

삶을 살아가며 자신의 내면 세계를 가장 강력하고 긴밀하게 접촉하는 이는 어머니다. 그러나 그 세계는 언젠가 나의 존재를 잊고 흔들릴 수 있다. 이 문장을 완성하거나 예상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눈물을 멈출 수 없다. 나에게는 나의 세계 이전에 엄마의 세계 속에 존재했었기에. 그래서 숨 쉬며 살아올 수 있는 순간들이 있었으며 그것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 자명하다.
이제 나는 그 어떤 시간이 오더라도 함께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그 순간을 가치롭게 여기며 살아나갈 수 있기를, 그렇게 노력할 것이다. 나는 무엇으로 그녀의 세계를 존중하며 바라볼 수 있을지 앞으로 고민해보려 한다.

📌어머니가 돌아가실까봐 두렵다. 어머니가 세상에 없느니 차라리 미쳐서라도 살아 있었으면 좋겠다.

✏️"난 네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다했다. 그런데 그 때문에 너는 한층 더 불행했을 거다"

✏️어머니는 이젠 개인 소지품을 몽땅 잃어버리고 찾으려 하지도 않는다. 모두 포기해버린 것이다. 어머니가 우리 집에 있을 때 화장도구 세트를 찾아내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애쓰던 일이 생각났다. 그때까지만 해도 어머니는 사물들에 집착함으로써 세상에 매달려 있고자 고군부투한 것이었다.

✏️나는 장차 엄청난 죄책감을 느끼게 될 것 같다. 하여간 죄책감을 간직한 채 살아간다는 건 생명이 멈추어버린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나의 삶이 고통과 죄책감으로 소멸되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물건이란 세상에 매달려 있기 위해서 꼭 필요한 대상이며 그래서 이들은 자신의 물건을 챙기는 것이다.

✏️어머니는 나를 쳐다보며 "나도 같이 데리고 가!"한다. 난 어찌할 바를 몰라 죽고만 싶었다.

✏️어머니가 "아니!"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어머니가 내 이름을 부르지 않은 지도 일 년이 훨씬 넘었다. 이 소리를 듣는 즉시 나의 모든 감각이 마비된 채 텅 비어버리는 것만 같았다. 이런 외침은 내 삶의 깊숙한 곳, 어린 시절로부터 들려오는 소리였다.

✏️때론 어머니 본래의 모습에서 우러나오는 진솔한 표현들이 단 하나뿐인 어머니의 손재 속에 혼재되어 있다가 표출되기도 한다. 이럴 때면 난 어머니가 말하는 표현들에 집중하여 한마디 한마디 놓치지 않으려고 필사적인 시도를 한다.

✏️그 당시 어머니는 지금처럼 파괴적인 본능을 나타낸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정돈을 함으로써 세상에 매달려 있으려고 안간힘을 쓴 것이고 자신이 미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 발버둥쳤던 것이다.

✏️살아 있다는 건 어루만지는 손길을 받는다는 것, 즉 접촉을 한다는 것이다.

📌나는 어머니가 타고 있는 휠체어의 제동 장치를 확인하려고 몸을 구부리고 있었는데 어머니도 몸을 숙이더니 내 머리를 껴안았다. 어머니의 이 몸짓, 바로 이사랑을 나는 한동안 망각한 채 지내왔다. 이 사랑의 몸짓을 잃고서도 어머니는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어머니, 나의 어머니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