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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숨
김혜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9월
평점 :
📚깊은숨_김혜나
이 작품을 통해 김혜나 작가님의 세계에 빠져들게될 것 같다는 직감이 든다. 적당히 건조한 문체와 문장들을 담백하게 풀어내기까지 지나야 했을 고단한 삶들이 느껴진다. 그렇기에 꼭 한 번 입으로 소리내어 발음해보게 만드는 각 문장들의 힘. 작품 속에서 다루는 인물들의 심리와 생각에 대한 묘사, 더불어 점차 침잠해지는 배경까지 깊은 여운을 준다. 김혜나 작가님 저희 오래오래 뵈어요..🫶
✏️사람들이 내뱉는 모든 말에 중요한 의미가 있지는 않겠지만, 언어와 서사를 다루는 여경으로서는 사소한 말 한마디까지도 깊이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부다 성에서 내려오면서부터 두 사람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말없이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설레고 평화롭게 다가오는지 여경운 처음으로 느껴보았다. 부다페스트의 야경과 진수의 존재와 그 순간의 공기가 모두 비현실적이었다.
✏️나는 나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것 같았는데, 어쩌면 나에게로 더 가까워지는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요가는 타인을 따라가는 길이 아니야. 지금 너보다 나은 사람처럼 되려고 하는 게아니라, 바로 너 자신이 되려고 하는 거야. 그게 바로 네가 말하는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그때부터 자신의 존재가, 존재의 뿌리가 흔들렸다. 그녀는 혼란을 바로잡고 싶었고, 바로잡기 위해서는 자신을 올바로 바라봐야 한다고 믿었다.
✏️개별 명상을 이어가는 동안 매일 내면에 변화가 생겼고, 변화를 그저 바라보는 것이 수련의 핵심이었다. 나에게 일어나는 어떠한 현상에도 반응하지 않고 현상을 그저 관조하는 것. 내면에 떠오르는 현상 중에는 언제나 모니카가 있었다.
✏️내 과거를 찾아야만, 내 친부모를 찾아야만 내가 완전해질 수 있으리라는 믿음은 단지 내 망상에 불과했어, 그래 '나'라는 존재는 어느 누구에게서 발생한 게 아니고, 어느 누구에게 속해 있지도 않았어. 나는 그거 존재할 뿐이지. 마치 그날 바라본 친어머니의 눈처럼, 그 속에 담긴 하나의 영혼처럼, 나도 그저 존재하고 잇어. 내가 잃어버린 퍼즐 조각은 나의 친부도 친모도 아닌, 나 자신이었어. 내가 찾아야 할 존재는 오직 나 자신뿐이라는 진실.
✏️잠자코 듣고 있던 모니카가 그들이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언어가 달라서 소통할 수 없다는 생각은 멍청하기 짝이 없다고, 그들은 다른 언어와 문화와 인종을 존중하지 않는 어리석은 사람일 뿐이라고 말하며 그런 사람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말라고 충고했다.
✏️그 옆에는 칼로의 작품을 넣은 액자와 크기도 목양도 똑같은 액자가 하나 걸려있었는데, 그림 대신 거울이 들어있었다. 그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 나는 깜짝 놀랐다. 너무 반듯하고 멀정한 사람이 보여서, 사람들이 보는 내 모습이 정말로 이럴까 싶어서 눈에 보이는 멀쩡함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거짓인지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어서 나도 칼로처럼 스스로 머리카락을 잘라내고 싶은 욕구에 시달려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