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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미술관 - 이유리의 그림 속 권력 이야기
이유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평점 :
📚기울어진 미술관_이유리
미술사의 배경지식은 약하지만, 좋아하는 작가나 선호하는 작품이 있다면 그리고 종종 미술관에 다녀오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무거운 사유의 기회를 던지는 책이다. 이 책의 부제 '이유리의 그림 속 권력 이야기'처럼 그동안 우리에게 드러나지 않았던 미술사의 차별, 돈과 권력, 아동학대 등과 같은 시대적 한계가 과연 오늘날에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작품을 통해 읽어볼 수 있었다. 저자의 의도처럼 예술의 참모습을 다각도로 살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 <쥘 베페브르-동굴 속의 막달라 마리아>에서 묘사된 마리아의 글 발췌
남성 제자 공동체 안에서 '왕따' 신세였던, 막달라 마리아는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었으니, 예수의 죽음 이후 막달라마리아가 철저히 배제된건 당연한 수순 아니었을까. 베드로가 초대 교황이 되어 교회 제도를 이루고, 부활에 의심을 품었던 사도들마저도 교회 주류 전통 속에서 왕자에 올랐을 때 예수의 가장 신실한 사도였던 막달라 마리아는 열두 제자에도 포함되지 못한 채 제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때부터 막달라 마리아는 교회 안에서 얼마든지 후려쳐도 되는 대상이 되었다.
🎨<올랭피아>_에두아르 마네 1863년
에밀 졸라는 <올랭피아>를 마네의 '걸작'으로 망설임 없이 칭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졸라는 마네가 <올랭피아>를 통해 당시 부르주아 남성들의 위선적인성 윤이를 통쾌하게 까발렸다고 평가한 것이다. 다만, 올랭피아가 사치스러운 생활 후원받는 여성이라는 사실을 드러내기 위해 흑인 하녀라는 장치를 둔 셈이다. (...) 흑인 여성을 '미의 여신' 비너스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열등한 비교 대상'으로 그림 속에 의도적으로 배치한 셈이다.
🎨<의사의 왕진>_얀 스테인
자궁은 여성의 정신에도 악영향을 끼쳐서, '히스테리'도 자궁 때문에 발생하는 병으로 여겨졌다. 오늘날 '히스테리'는 정신 질환으로 분류 되지만, 원래는 '자궁을 원인으로 하는 질환' 일반으로 가르켰다. '히스테리'라는 말 자체가 '자궁'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히스테라'에서 왔을 정도다. 안타가운 것은 현대 여성들마저도 이런 '가부장적 인식'을 뿌리내리는 데에 본의 아니게 일조한다는 사실이다.
'월경하는 여성은 신경질적이다'라는 편견을 본의 아니게 강화하는 역할을 하며, 결국 한 달에 한 번 '괴물'이 되는 여성보다 남성이 우월하다는 명제를 인정하는 꼴이 되는 셈이라고 지적한다. 자궁의 수난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 언제쯤 여성의 신체 자체가 차별의 근거로 쓰이는 현실을 바꿀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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