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피컬 나이트
조예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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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피컬 나이트_조예은

조예은 작가님 [칵테일, 러브, 좀비]의 단편집을 덮으며 들었던 첫 생각. 다음 작품도 꼭 읽어보리라! 그러던 차에 하니포터 활동으로 인해 정식출간 전에 만날볼 수 있게 되어 너무나 기뻤다.

작가님의 지난 단편집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을텐데, 지난 작품에서는 날카로운 필력으로 처참하고 비극적인 현실속 공허함으로 점철된 감정들이 매혹적으로 다가왔다.
이번 작품은 조금 더 잘 다듬어진 칼로 인간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며 보다 순한맛(귀여움도 한 스푼)으로 대중성도 저격하고자 한 바가 느껴진다. 만약 지난 작품처럼 고딕소설과 유사한 흐름 및 통쾌함을 기대한다면 약간은 아쉬울 수 있지만, 또 다른 매력적인 면모를 만날 수 있는 것은 틀림없다. 결핍된 사회 속에서 피워내는 조예은 작가님만의 아기자기한 인물들도 내 마음에는 쏙 들었다.

결론은 조예은 작가님이 표현하는 결핍과 상처의 문장들이 너무나 좋다. 휴.

✏️정말로 무시할 수 없는 것은 공허함이었다. 강박적으로 뭔가에 집중하지 않으면 집요하게 고개를 들이미는 공허함.

✏️하지만 잊는 게 낫다는 건, 겪어보지 않은 이들이 함부로 내뱉으면 안 되는 말이라고 릴리는 생각했다. 그건 정말,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있어야 할 곳에서 튕겨져 나와 마지막 에너지를 쥐어짜내는 모습에서 연주는 어떤 동질감을 느꼈다.

✏️매번 저 틈을 넘는 상상을 해. 하지만 늘 상상에서 멈추고 말아. 내가 할 수 있는 건 웃는 것밖에 없어. 매일매일이 어떤 굴레 안에 있는 것 같아.

✏️누구보다 나를 상처 입힌 엄마에게 복수하고 싶었다. 당신이 잘못되었다는 걸, 나에게 잘못을 저질렀다는 걸 인정하게 하고 싶었다. 그게 설령 스스로를 망치는 방법일지라도 말이다.

✏️세상엔 왜 사람을 거르는 시스템은 많으면서 걱정거리를 걸러주는 건 없는지. 나는 왜 늘 걸러지는 쪽이고, 내 안의 아무것도 뜻대로 걸러낼 수 없는지. 한편으로는 정말 이상했다.

✏️"널 등쳐먹어서 미안해. 넌 대부분 한심하고 가끔 사랑스럽지만 잘 살 거야."

✏️통쾌함이나 후련함 같은 건 없었다. 다만 어차피 삶은 계속될 테고, 그 사실이 버틸 만하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원래 등장 밑이 어두운 법이지 않은가. 사탄들은 인간이 기쁨과 행복에 취해 방심했을 때를 파고든다.

✏️난 한 때 이런 기억들로 살았다. 나를 이루고 나를 움직이게 만들던 시간들이 있었지. 스스로를 되찾은 블루는 너무 오래 부르지 못해 입 안에 갇혀버린 이름을 비로소 떠올렸다. 블루는 마지막 온 힘을 다해, 세월의 먼지를 털어낸 그 이름을 소리 내어 불러보았다. "오랜만이야, 썸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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