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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어리의 웅변
빌 프랑수아 지음, 이재형 옮김 / 레모 / 2022년 7월
평점 :
📚정어리의 웅변_빌 프랑수아
내가 읽어 내리는 글이 교양과학인지 인문학인지, 혹은 해양생태보존과 관련된 글귀인지 그 경계가 모호했다. 그것은 바다를 가득 메우고 있는 경이로운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함께 살고 있지만 결코 쉽게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 그들. 나는 하나의 '생물'로서 물고기보다는, '식품'으로 여겨지는 물고기가 더 익숙하고 편안하기에 외면해왔다. 그렇다면 그들의 삶에는 도대체 무엇이 있는가. 개체별로 살아가는 공간과 삶의 방식에 첨예하게 다르고, 그들만의 체계적인 생존방식.
때로는 종족의 번식을 위해 인간보다 더욱 희생적이거나 지혜로운 방법을 쓰는 그들의 이야기는 분명 현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저자의 주장처럼 우리가 시간을 내어 바다의 목소리를 듣는다면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쓰는 데 동참할 수 있고, 이야기의 끝을 선택할 수 있다면 비로소 그 역할을 수행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예컨대 우리가 장소와 오래된 책, 계절, 사람들을 향으로 기억하면 그 향을 다시 맡게 될 경우 지울 수 없는 감정이 되살아나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고기의 기억은 후각과 관련된 것으로 가득하다.
✏️바닷물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해류의 관성과 대류 효과보다 물 분자의 확산 운동이 우세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작은 생명체에게 물은 덩어리로 이동하지 않고, 분자 하나하나가 무질서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 몸집이 작으면 작을수록 무질서한 움직임은 그 생명체의 크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커지고, 그때 물분자들의 무질서한 움직임 탓에 생명체 주변 물의 유동은 느려질 것이다. 그래서 작은 생물은 물을 거의 움직이지 않는 점착상 유체로 지각한다.
✏️물고기는 성장하면서 헤엄치는 법을 끊임없이 다시 배운다. 다시 배우는 것, 다시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어떻게 보면 인간의 숙명이라 할 만 한데,
✏️작달막한 물고기 둑중개는 산란의 성공과 부모의 생존 사이에서 교묘하게 균형을 잡음으로써 딜레마를 해결한다.
✏️심해에는 태양이 없다. 따라서 식물도 없다. 식물에게서 풍부한 영양을 얻을 수 없어서 아주 천천히 자라는 동물들이 주된 풍경을 이룬다.
✏️인간은 오늘날의 먹이사슬에서 어떤 위치고 차지하지 않는다. 우리는 더 이상 직접 먹이를 잡지 않으며, 심지어 음식을 음식이 아닌 다른 형태로는 인식하지 못한다. 먹고 있는 생물의 존재마저 서서히 잊어버린다.
✏️인간의 기술이 바다 생물의 기술을 모방해 발달하는 것처럼, 우리 사회도 그들의 생존 원칙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발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