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우당탕탕 벌어지는 사건과, 침착하게 악화되는 상황들. 그 속에서 현명하면서도 아둔한 선택들을 해나가는 하들리와 그레이스를 보며 깨달았다. 나는 여성들의 서사와 연대에 약하다는 것을. 참혹한 가정폭력과 불화라는 현실 속에서 소중한 이를 지키기 위해 떠나려 시도한 그녀들의 용기가 돌이킬 수 없는 사건들이 되어버리는 골치 아픈 현실. 그러나 그 사건들이 비로소 자신들의 행복을 찾아떠나는 첫걸음이 되는 이야기라니, 난 그저 그레이스가 운전하는 비좁은 차 안에 함께 앉아 그녀들의 선택들을 함께 응원 할 수 밖에 없었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삶을 내던지는 결단력이란, 정말 멋지다.✏️"오늘 밤 당신이 해야 할 일들 중 내일 하면 안 되는 일은 없잖아요." 하들리의 엄마가 늘 하던 말이었다. 하들리는 이제 자신이 그 말을 다른 사람에게 해주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었다.✏️하들리는 결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싫었다. 결단을 내릴 때마다 자주 실패로 돌아갔으니까. 그래서인지 또다시 실패하게 될까 봐 망설이고 꾸물대다가 아예 기회를 놓치기 일쑤였다.✏️"주인공이 캔디드라는 남자인데 완전 웃겨요. 뭘 모르는 사람이라 인생이 거지처럼 꼬이죠. 어딜 가든 죄다 실패하지만 황당할 정도로 낙천적이라 계속 그렇게 살아요.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반드시 이유가 있다고 믿으면서요. 사실은 그 사람 인생이 거지 같아 그런 일이 벌어지는 건데도, 너무 바보 같아서 좋아하게 되었어요.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서."✏️매티가 집중해 이야기를 듣느라 미간을 찌푸렸다. 그레이스는 운전석에 똑바로 앉았고,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 생각해 보니 지금껏 누군가에게 뭔가를 가르쳐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하들리는 인생을 통틀어 단 한 번도 충동적으로 행동한 적이 없었다. 항상 올바른 처신에 집중하다 보니 멋진 일을 만들 수 있는 기회들을 허망하게 날려버린 적이 많았다. 어제는 주저하고 망설이던 습관이 이상할 정도로 쉽게 사라졌고, 난생처음 일을 그르치거나 후회할 일을 만드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지 않고 내키는 대로 밀어붙였다. 어제처럼 대범하게 내일에 대한 두려움을 잊은 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