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에 대한 찬양을 보내는 작가들은 많이 보았지만, 잘못된 독서(남독)은 문학에 대한 부당한 대접이라 단호하게 말하는 작가는 처음 만났다. 무가치한 독서를 줄이는 것으로 자신의 수입이 대폭 줄어들지언정 문학에 있어서는 그것이 더 영예롭다 이야기하는 작가 바로 헤세이다. 헤세의 타 작품이 그러하듯 유려하고 편하게 읽힌다. 그러나 책에 대한 그의 사유는 그시대의 공간을 초월하여 지금 이시간 내가 앉아있는 이 책상위의 나를 건드린다. 책을 통해 도피하고자 하였던 내 모습, 목적으로서만 매달리던 내 모습들을 짚어가며 타일러주고 있다. 무가치한 독서로 시간을 허비하는 미련하고 안타까운 일을 그만두고, 수천 년이 넘도록 무수히 많은 언어와 책들로 짜인 몇 천 겹의 직물에서 놀랍고도 고귀하고 초월적인 모습의 키메라를 찾아보자고. 또 헤세가 소장하고 있는 수천권의 책들과 자신이 할아버지 책장을 통해 만나게 된 독일문학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읽어나가니, 진정으로 책을 사랑하는 사람과 깊은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 들어 마음이 넉넉해진다: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