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브 스타 스토리 The Five Star Stories 1
나가노 마모루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만화책 1권을 처음 읽은 것이 10년 전이다. 당시 모든 또래친구들이 그랬듯 나 역시 드래곤 볼에 혼을 팔고있었고, 북두신권과 시티헌터 해적판에 심취해 있었다. 항상 교과서 안쪽에 손바닥만한 해적판을 끼워 넣고선 책 읽는척하면서 만화를 봤다.

얼마나 열심히 시선고정을 했던지 선생님께서 저 녀석은 책을 향해 한번 고개를 파묻으면 절대 딴청을 부리지 않는다고 나의 집중력에 대해 칭찬까지 해주실 정도였다. 그렇다. 이것은 그 어떤 웃긴 장면이 나와도 절대 웃지 않는 완벽한 포커페이스 연출과 교과서 밖으로 만화책이 삐져나오지 않도록 하는 전광석화와도 같은 손놀림 등으로 일구어낸 전설적인 일화라 할 수 있겠다.

아무튼, 나는 이토록 만화를 사랑하고 어떻게 하면 좀 더 다양한 시간과 장소에서 더 재밌는 만화를 더 많이 볼 수 있을까에 대해서 항상 탐구하는 자세를 잃지 않았었다. 그렇게 만화를 탐독하며 유유자적하던 어느 날, 운명과도 같은 그녀들과의 만남이 찾아들었다.

그 날은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오르던 5월의 눈부신 어느 날이었다.(우웩~) 나는 교실 창가에 앉아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졸고있었다. 그런데 왠지 햇살의 빛깔이 이상했다. 그것은 찬란한 황금빛, 감은 눈이 시리도록 눈부신 황금빛이 내 얼굴 전체를 물들이고 있었다. 내가 눈을 떴을 때 그녀들이 거기 그렇게 있었다. 앞자리 친구녀석이 자랑삼아 흔들어대던 그것, 황금의 기사와 운명의 여신이 함께 그려진 너무나 아름다운 표지, 만화일거라곤 전혀 생각지 못한 채 받아들었던 파이브 스타 스토리, 그 때까진 전혀 경험해보지 못했던 독특한 그림체와 멋진 스토리, 그리고 순식간에 내 눈을 멀게만들고 영혼을 집어삼킨 아름다운 파티마들과 FSS만의 독특한 분위기에 나는 겉잡을 수 없이 빠져들어 갔다.

만화책을 본 후에 접했던 애니메이션은 그야말로 결정타라 할 수 있었다. 가슴이 진탕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당시 FSS를 향한 내 마음이 딱 그러했다. 분명히 사랑하는데 왜 사랑하냐고 물어오면 조목조목 짚어서 설명해줄 게 잘 생각나지 않는 것과도 같이 그렇게 FSS에 열광했다. 뭔가에 그렇게 심하게 필이 꽂혔던 건 그 때가 처음이었을 것이다.

사실, 이실직고를 하자면 난 10년 전에 1권을 읽고 10년 후인 올해들어서야 2권부터 9권까지 다 읽어봤다. 이 말은 곧 지난 10년간 오직 FSS 1권 하나에 열광을 했었다는 얘기가 된다. 나 스스로 생각해봐도 신기하다. 그렇게나 좋아하면서 왜 후속권을 읽지 않았을까? 나름대로 자기합리화를 통해 도출된 결론은 바로 이것이다.

<나에게 있어 FSS라는 만화책은 바로 1권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 벚꽃이 날리던 어느 봄날 있었던 사춘기 소년과 여신과의 운명적 조우, 그것은 이성으로는 딱히 설명 불가능한 정신적, 문화적 충격으로 나의 뇌리에, 나의 가슴에 각인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후속권을 볼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당시로선 눈부셨던 애니메이션도 1권 분량 하나밖에 나오지 않았는데, 이 점도 나에게 FSS하면 1권이라고 하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준 요소가 된 것인 듯 싶다.

영화건 만화건 소설이건 간에 하나의 예술작품이 한 사람의 정신세계를 이토록 집요하게 지배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대단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 어떠한 명화나 명곡도 FSS처럼 10년 동안이나 나를 매혹시키지는 못했기에, 비록 조금 난잡한 스토리 전개가 눈에 거슬려도 흔쾌히 명작이라 인정하는 바이다.

p.s 1 : 하리수 씨 보면 항상 소프가 생각난다. 둘이 너무 닮았다.
p.s 2 : 앞짱구 메가엘라 너무 예쁘다. 엘라 짱! 엘라 짱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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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callas 2004-06-02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리수라니! 소프에 대한 모독임다.

슬라임 2008-03-14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리수라니!! 당신은 소프를 볼자격이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