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 한달 늦은 행사이지만 그래도 무사히 참여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시국에 형식이 뭐가 중요하냐고 하겠으나 이 날 만큼은 꼭 절을 찾게된다. 솔직히 말해 나는 독실한 신자가 아니다. 매주 혹은 매일 절을 찾지도 않고 법문 공부는 해본적이 없다. 그럼에도 부처님 오신 날 만큼은 절로 향하는 이유는 연등 때문인것 같다.
어릴적 부처님 오신 날 절에 하루종일 있었던 적이 있다. 어른들은 행사 준비를 하느냐 분주했고 어린 나는 마루에 앉아 그 짧은 다리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무료를 달랬다. 파란 하늘은 어느덧 붉게 변해 갔고, 까마귀 소리와 함께 어둠은 찾아 왔다.
어둠은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어둠이란 곧 잠잘 시간을 의미했고 어린 나를 놀지 못하게 막는 잠이라는 것은 나에게 아쉬운 시간이었다. 그렇게 어둠은 ‘아쉬움’이었다.
이 날 이후로 그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점점 어두워지는 하늘과 달리 흐릿한 인상을 남기던 연등은 점점 선명한 빛을 내기 시작했으니까. 그때 점점 선명해져가던 그 따뜻한 빛들은 아직도 잊을 수 없는 광경이다. 어둠은 더이상 아쉬움이 아니게 되었다.
그때의 경험 때문인지 이리저리 치여 살다가도 부처님 오신 날 만큼은 꼭 절에 들린다. 그 수없이 많은 연등의 불빛 아래를 지나다니며 거기에 적힌 이름들을 하나 둘 읽어볼때면 고요한 마음 속 어딘가 작은 물방울 하나가 떨어져 파장이 퍼져가는 느낌이 든다.
예전에 비하면 못하지만 올해도 많은 등이 달렸다. 코로나로 인해 그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도 많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없어도 그 수없이 많이 달린 등은 우리가 여기 있노라고 여기 있다 갔다며 속삭이는 듯했다. 그냥 따뜻한 기억이 생각난 따뜻한 하루였다.
-그냥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