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아홉,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서진 지음 / 엔트리(메가스터디북스)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저녁이 있는, 혹은 주말이 있는 삶에 대한 바람을 가지고 있지만 다시 현실에 묻어가고 있다. 그 와중에 작가의 책은 살랑거리는 바람처럼 귀속을 간지럽힌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지금껏 준비해왔던 것들을 내려놓고 다른 길로 방향을 틀기까지 그의 이야기가, 남 얘기 같지 않은 그런 글들이 읽힌다.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지만 자신의 시간을 스스로 분배할 수 있다는 장점은 정말 부러웠다.

꿈같은 이야기다. 정확히 말하면 자신이 하고싶은 일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 난 시간이 없다는게 문제라고 생각했다. 반복되는 생활과 업무패턴에 익숙해져있던 나는 그토록 바라던 나만의 시간이 생겼는데도, 무엇을 하면서 보내야할지 몰라서 허둥되고, 빈둥거리면서 불안해 했다. 나는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던 것이다. 책을 보면서 사소로운 감정이 생겼다. 에너지를 좀 받을까했던 가벼운 마음이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힘이 빠져나갔다. 

 

자취방에 가만히 누워만 있어도 아무도 내가 뭐라고 하지 않는다. 무엇이든 맘대로 해도 된다. 친구와 밤새워 술을 마셔도 상관없다. 그런데 내가 하는 거라곤 방바닥에 누워 있는 것뿐이다.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무것도 제대로 할수 있는게 없다. p30

 

가볍에 읽기엔 괜찮다. 마냥 이런글을 쓰면서 보내는 삶이 부러울 것 같았던 생각도 후반부로 이어질수록 덤덤해졌고, 불안해했던 그 시간들은 내가 바쁘게 지냈던 그 나날들도 소중했기 때문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겹겹이 쌓여가는 시간들이 모여서 내 하루가 되고, 나의 삶이 되어가고 있다. 가까이 지내는 친구는 은근 일 중독 아니냐했지만, 목적이,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면 어때? 내가 할수 있는 것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도 괜찮다라고 위로해본다. 책을 더 많이 읽어야겠다. 전혀 모르는 사람의 글이 내 생각을 다시 찾게 해줬으니 말이다. 제목이 꽤 매력적인 책이 지금도 나를 쳐다보고 있지만. 나도 내 시간에 제목을 지어줄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나는 잊고있던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다. 치기어린 마음에 힘들어했던 나를 다독여주던 그 말씀_

불평이 나를 집어삼킬것 같던 그 때 바람한점 없는 호수처럼 고요해졌다.

 

할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하루를 보내면 덜 힘들게야. 기회조차 없는 사람들이 저렇게 많다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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