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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으로 산다는 것
김혜남 지음 / 갤리온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군가에게 듣고 싶은 말이다.
직접적인 문제해결의 답을 원하는게 아니라, 그냥 듣는 것만으로도 안도감을 준다.
전작을 읽어보지 않고 처음만나는 김해남작가의 책은 할아버지의 말씀을 듣는 듯한 기분이 든다. 전문적인 용어들이 몇개 나오지만
심리학을 들었던 내겐 익숙한 단어였고, 보통으로 보더라도 무리가 되진 않을거란 생각이 든다.
심리학을 공부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것은 어른으로서의 행동과 말, 그리고 어긋나는 마음이였다.
아마, 어른이 되고싶지 않아.
그때가 좋았어_ 학교다닐때엔 뭐든 재밌었던 것 같아- 라는 말로 지나온 시간만을 끌어않고 있었던 내게
사회생활은 원래 다 그런거야' 라며 어깨 툭툭 쳐주는 것보다 차근히 설명을 듣고 싶었고 책의 글들이 눈에 들어왔다.
초년생이 아니라도 하나 둘 가지고 있는 골치덩어리 생각을 잠재워준다.
책을 읽어서 해결나는 법은 없다는게 원래 가지고 있는 생각. 정신을 좀 더 강하게 만들어주는,
한여름 여름감기 들지 말라고 덮어주는 작은 포대기 같은 책이다. 쓰고보니 너무 망상적인 묘사가 되버렸다.
그렇지만 누구나 어릴적 엄마의 품을 그리워하지 않는가, 어른이 되고 힘든일이 닥쳤을 때 더 생각나듯이.
여러가지 사례와 물흐르듯 내려가는 문장들이 차곡차곡 가슴을 채워준다.
어른이라고 별다른게 아니라 제 인생의 짐을 제가 들고 가는 사람이라 할수 있다. p21 어른이 되었으니 나이값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무심코 해본다. 그리고 노트에 내 짐을 적어보았다. 아주 작게는 이달 어떻게 보낼것인가 부터 시작해서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연관하여 줄줄이 적어본다. 엮기고 엮여있는 미세한 거미줄이 총총이 이어져있다. 사람마다 짐의 크기다 다 다른 만큼 무게도 다르고 힘이 드는 정도도 다르겠지만 한발 더 나아가고 싶다. 구렁텅이에 빠지고 진흙을 잔뜩 묻혀 신발이 덕지덕지 거지꼴이 되어버린데도 이 길이 틀리지 않았구나- 라고 위로받을 수 있다.
난 지나간 세월을, 그 세월의 꿈들을 읽어버린 게 아니라 모두 내안에 간직하고 있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당장 눈앞의 것만 보는 근시안적인 내 눈이 미처 그걸 보지 못했을 뿐이다. 잃어버린 것을 슬퍼하느라 나에게 다가오는 소중한 것들에 감사할 줄 몰랐다. p100
심하게 공감한 글이다. 행복해? 라고 물어올때에도_ 반대로 행복해? 라고 물을 때에도 그 순간의 기분에 치우쳐버렸었는데 모두 내 안에 그대로 살아있었다. 푸르르 숨쉬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긍정적으로 사고하자! 라고 마음을 먹어도 일순간이고 생활속에서는 안되는 일, 부정적인 생각들을 먼저 떠올려버려 나를 지키는 것에만 전전긍긍했던 모양이다. 말은 간단한데, 행동은 참 쉽지가 않다. 책을 읽고 다시한번 담아둔다.
내 속에 방목해두었던 나를 위해서 물을 주고 있다.
사회 초년생도,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사람, 그리고 부모님들이 본다면 더 좋을 책이다.
아직 어려서 그래. 사춘기라서 그래. 괜찮아- 아이들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범위라면,
어른도 마찬가지다. 감정표현의 절제를 요하지만, 더 사랑해주고 더 이해해주고
있는 그대로로 받아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