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은 새벽에 꺼내든 책은 새빨간 장미꽃인데도 길가에서 핀 들꽃처럼 편안함으로 다가온다.
이해인수녀님의 시들은 인터넷에서 검색만해도 줄줄이 나올 정도로 유명하다.
내가 만난 곳은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이라는 책의 한 중간이다.
사람들의 손을 통해 건피디의 달달함이 건너왔지만,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왜였는지 수녀님의 시 한편이 였다.
아직 내 블로그 한페이지를 꽉 채우고 있다. 시만큼 산문집도 기대되었고 두손 가득 받았을 때엔 웃음이 났다.
바쁘게 일과를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면서 스텐드 불빛 하나 켜놓고 봐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엄마랑 둘이 나란히 누워서 작게 속삭이며 나누던 말들이 되살아나더라. 책을 읽고보니_
아무것도 아닌 일들을 주고 받고, 서로의 체온을 느낄 수 있던 시간들 말이다.
야심한 한 밤중이 아니였다면 떨어져있는 엄마께 당장 전화를 걸었을 것이다.
아마 나도 수녀님의 그리움이 번져서 울어버렸을지도 모른다. 눈물이 날만큼의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단지 보고싶었다.
좋은 음악을 듣다가 좋은 책을 읽다가 문득 네가 보고싶어 가만히 낮아 있을 때가 있지. 그것이 너를 위한 나의 기도...... p88
친구를 보고싶어하고, 친구를 위해 기도하는 그 마음. 나 역시 그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었다.
당신의 지혜와 용기를 배워서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려합니다.
내가 아니면 누가? 지금 아니면 언제?
내 허탈한 가슴과 긴 새벽을 밝혀주는 글과 함께.
병상 중이라 지친마음이 고스란히 들어있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런 자연스러움이 난 더 좋았다.
글로만 만나는 이해인 수녀님을 마치 잘 아는 사람처럼 더 가까워진 기분이었다.
살면 살수록 장점이 낳은 나보다 단점이 많은 나 자신을 더 많이 보게 되지만 그래도 행복하다고 말하렵니다.
상상속에 있는 완전한 나보다 결점투성이의 지금의 내모습을 더 사랑하며 현재진행형의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오늘의 내가 되고 싶습니다. p204
글을 읽을 수록 나는 점점 더 작아지지만, 뿌리를 깊게 더 튼튼히 뻗어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모래바람을 맞고 내리는 비를 영양분 삼아 태양을 보면서 빛날 수 있는, 그런 기운을 북돋아 주었다.
그러니 나도 수녀님께 글에 대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어진다. 고맙습니다.
오늘 하루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없어서는 아니 될 하나의 길이 된다
내게 잠시 한한 불 밝혀 주는 사랑의 말들도
다른 이를 통해 내 안에 들어와
고드름으로 얼어붙는 슬품도
일을 하다 겪게 되는 사소한 갈등과 고민 설명할 수 없는 오해도
살아갈수록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나 자신에 대한 무력함도
내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오늘도 몇 번이고 고개 끄덕이면서 빛을 그리워하는 나
어두울수록 눈물 날수록 나는 더 걸을을 빨리한다.
이해인.<길 위에서> 전문 p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