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이 좋았던 작가의 신간은 기다려지기 마련이다. 나역시 정유정 작가의 (내심장을 쏴라)를 보고, 꽤 오랫동안 인상에 남은 터라 새로나올 책을 기대하고 있었다. 휴가중 새벽에 짬짬이 보려고 책장을 열었지만 쉽게 내려놓을 수 없어서 눈이 벌게지도록 읽은 7년의 밤. 이 기회를 놓쳤다면 직접사서 보는게 당연한 책이다. 살인자의 아들로 시작되는 도입부분이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안개속에 가라앉은 사건을 건져서 들춰내고 싶어진다. 그만큼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가 빨라진다. 머리속에 자리잡고 있던 잡념들이 사라져버렸다. 이 책을 읽는 시간만큼은. I believe in the church of baseball. 끝없는 악몽속에 있던 살인자, 아들만은 자식과 같은 길을 가지 않기를 바랬던 최현수. 사이코패스의 정점을 찍은, 악마같은 놈 오영제. 어디하나 기댈 곳도 없고, 쫓기듯 정처없이 떠도는 살인자의 아들 최서원. 이야기 속의 등장인물들의 다리역할을 하는 연결고리이자 또 다른 삶을 느끼게 해주는 해결자 안승환. 실은 요즘 추리소설이나 스릴러쪽의 책을 읽다보면, 결말까지 비참하게 보여주는 글들이 있어서 피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유정작가의 글은 그렇지 않다는 걸 이미 경험으로 알지 않는가. 음침하고 축축하게 젖은 이야기 이후엔 독자에게 해를 보여줄거란 것을. 최현수에 대한 안타까움과 걱정 그리고 오영제의 끈덕짐에 질려 할 수록 결말이 빨리 보고 싶어진다. 악의 무리를 어서 해치워주길 바라면서 술렁술렁 읽어 넘길까 했지만 그것이 내키지 않는다. 문장 하나하나가 힘을 가지고 있다. 정갈한 맛_ 낚시바늘의 갈고리 같이 독자를 콱 낚아채서 놓아주질 않는 글이란 생각이 든다. 작가의 다음 책이 벌써 기다려진다. 활발한 활동을 응원한다. 그전에 내가 놓쳤던 첫 장편소설을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