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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밑 남자
하라 코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담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일본소설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랑 꽤 공통되는 점이 많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느정도의 문화적 차이를 감안하고 볼 때 일본 소설만큼 동질감을 주는 것도 없을 것이다.
책을 급하게 읽을 때면 우리나라 소설이여도 전부 소화해내지 못한체 토해내는 일도 허다하다.
그래서 가끔은 낱장처럼 내용도 가벼운 책에 이끌리게 되지만, 지루함이 곧 찾아오고 만다.
일단 마루 밑 남자는 전체적으로 봤을 때 문체는 읽기 쉽고 가볍다.
전개는 빠르게, 단편이지만 생각할 점이 있는 책으로 _이라면 골라 줄 것이다.
첫 단편인 마루 밑 남자는 마루 밑 아리에티 만큼의 귀염성이란 도통 콩깍지 만큼도 찾아보기 힘들다.
내 집 어딘가 깊숙히 누군가가 살면서 일에 치여 가족에 무관심한 가장의 자리를 대신 꽤차는 것, 소름돋는다.
가정을 위해 일하는 사람, 하지만 가족과 함께 한 시간도 대화도 부족한 사람. 아빠.
본가와 떨어져 사는 내가 생각한다. 나 한달에 아빠랑 얼마나 통화했었지? 열 손가락 남아돈다.
둘 중에 누굴 더 사랑하냐?라면 고를 수 없다고 대답하지만, 실은 모든지 자연스럽게 엄마에게- 가 습관이 되버린 것이다.
밖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은 아빠에게 관심과 함께할 시간을 바라는 것처럼, 아빠도 우리에게 바라는 게 '공부만 잘하면 되지'
이런 표면적인 것 말고_ 자신도 포함시켜 달라는 그 무언가가 있지 안을까나 하는 늦은 생각을 한다.
작가의 생각이 독특하다고 느낀 단편 파견사장.
드라마를 보면서 일본엔 파견사원이란게 참 넓게 구석구석 퍼져있다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어쩜 우리도 그렇게 점점 변하고 있는 중 일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반대로 파견사장이다. 오너가 달라지면 모든게 달라질텐데 회사 잘 이끌어 나갈 수 있을까하는 호기심이 먼저 생긴다.
한달간격으로 교체되는 파견사장으로 혼란을 겪는 직장생활에서 그만두는 사람도 생기고 쩔쩔 매는 사람도 생긴다.
누굴 위한 제도 일까나? 결국 이익을 보는 사람은 누구? 이대로 계속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의 끝에서 파견사장이 문제가 아니라 그 뒤에 배후와 내막이 깔려있다.
회사의 내사를 알 수 없었던 진짜 사장은 파견회사의 계획된 모략에 의해 회사를 잃게 된다는 결말이다. 파견인력만으로 이뤄진 회사를 가진 파견회사.
파견회사 제일 꼭대기 위에 앉아있는 사람만이 회사의 이익을 독차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기발하다.
이야기 속에 적절히 자리하고 있는 블랙유머가 책장을 계속 넘기도록 이끈다.
단편 한가지가 끝나면 다른 단편이 궁금해지게 만드는 작가의 재주가 좋다.
다섯가지의 단편을 읽으면서, 내가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는 이유_ 목적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작가가 기대되는 만큼 다음 한권의 장편에서는 좀 더 감동이 있는 책이였으면 좋겠다.
깜깜한 밤이 아니라, 새벽녘 밝게 비추는 해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