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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어도 돼?
나카지마 타이코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스무살이 되면서 독립이란걸 꿈꾸었고, 나만의 집을 갖고 싶다는 생각도 여전히 하고 있다.
경제적인 것도 부족하지만, 아직 기대어 생활하는것이 여러모로 편리하다는걸 깨달은 후 부터 어쩌면 독립이란 건 내 뇌속 그래프의 2%정도만 차지하고 있다.
귀찮은 심부름이나, 친척들이 놀러나 부리는 소란으로부터 피하고 싶을때에 문득 깊은 곳에 쳐박어두어 먼지가 하얗게 쌓여있는 독립이란걸 생각하게 되는 처지이니,
집을 짓는다는 것은 아주 먼 우주시대의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그녀에게 무언가 묘책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통신판매회사에 다니는 서른 중반의 마리. 그녀가 있을 곳, 적극적이짇 활동적이지도 않은 그녀가 찾는 것은 타인에게 의존하는 것도 일로써 성곡하는 것도 아닌, 장소' 그 자체였는가 보다. 공간으로 지켜지는 개별장소. 혼자만의 여유롭고 평화로운 시간을 누릴수 있을 듯한 곳 말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결혼도 하지 않은 여자가 혼자서 집을 짓는다는 것에 반 이상이 고개를 내두를것이다.
물론 도시에 그런 토지를 산다는 것 자체가 힘들다.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 자신의 전재산의 80%를 부동산에 담궈놓고 있지 않는가.. 평생의 소득에서 말이다.
또 마리가 고민했듯이, 직장과의 출퇴근 거리도 큰 문제가 된다. 이래저래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런데 그녀, 선 보았던 건축설계사에게 상담을 하고 일을 차근 차근히 진행해나간다. 한발 한발 내딛어 도약하는 모습이다.
엉뚱한 생각인지 모르지만, 자니스 사무소같은 설계사무소라면,, 나 역시 망설임없이 문턱이 닳을 정도로 찾아갈 것이다. 하하하하하.. 상상만해도 즐겁다.
하긴 첫장부터 그녀가 남자를 실크, 레이온, 면으로 구분하는 모습에 실소했다. 공감했던 것이다.
가볍게 술술 읽으면서 그녀가 달라지는 모습이 보였다. 누군가에게 이끌려다니는 모습에서 열발자국 도약해 이젠 먼저 걸어가는 느낌이다.
부지를 천천히 돌았다.
현실로 잘 점프했는지 어떤지는 집이 실제로 지어지고, 살아보지 않고선 알수 없다.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다 줄 내 보금자리가 될지 어떨지도 아직 모른다.
하지만 그것을 찾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만큼은 생겼다. 그 점 하나만을 위한 쇼핑이었다면 꽤 큰 지출이기는 하지만, 허나, 쇼핑이란 원래 그런거다.
스웨터 한 장을 살 때도 추우니까, 유행이니까,라느 이유만 있는 건 아니다.
산다는 행위는 현재진행형이므로, 그때 감정 그대로 스웨터를 소중히 다루고 싶은 것이다.
만남과 고민과 해결을 가져다준 내집을 언제까지고 소중히 하고 싶다.
-p158
완성되었을 그 집을 나는 지금 상상하고 있다. 어떤 모습일지 생각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설레인다.
크지 않더라고, 우와~ 감탄사가 나오지 않더라도, 그녀가 기댈 수 있는 장소가 되어줄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잠시 나의 앞날을 겹쳐보았다. 그리고 웃음이 난다.
부록으로 들어있는 그가 보낸 택배도 은근히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