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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 듯 시크하게 ㅣ Nobless Club 17
한상운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8월
평점 :
고요한 밤에 심야영화 한편을 본듯하다.
글은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었고, 늦은 밤에 나는 정신줄을 놓을 수가 없었다.
경찰과 마약사범이야기, 그렇게 색다른 주제는 아니다. 하지만, 가볍지 않게 축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이야기에 빠져들기엔 충분하다.
몇달전에 본 거북이 달린다' 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물론 소재는 다르다.
이 책 고를때 태석이 열정적이 사람이라는 것에 집어들었다면, 그 영화는 김윤식배우의 카리스마에 표를 끊었다.
하지만, 김윤식 배우가 전부가 아니였던 것처럼 태석이 전부가 아니였다.
이 글 속에는 주연과 맞서는 조연들이 꽉 메꾸고 있다.
마약파티 주도자인 김지완, 그의 친구 NY모자 x싸개,
실질적 주범인 변성수, 그의 애인 오선미, 초록색 츄리닝의 살인자, 그리고 태석의 연인 현경이. 최고의 파트너 병철.
이들로 말하자면 유리병 콜라속에 들어찬 탄소처럼 톡톡 쏘듯이 시원하게 웃겼다가도 잠시 후엔 조바심나게 하는 줄타기의 선수들이다.
내 간을 줬다 폈다하니.. 충청도 사투리로 대간하다..
세상에 쉬운 직업이 어디있냐? 라고 했지만.. 읽는내내 경찰 참 어려운 직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병철이 칼에 한번 찔린 경험이 있어, 무서워한다는 그 마음이 내 손길에 전해졌는지.. 그 장면에선 손에 전기오듯 오그라들정도 였다.
파트너로서 선배로서 태석의 주위에서 세심하게 배려해주고 챙겨주는 모습에 연륜이 느껴지며, 인생의 선배는 역시 다르다는걸 보여주는 사람이다.
무심한듯 시크한게 요즘의 대세라지만,, 나는 그게 무엇인지 분간할 수 없다.
단지, 난 좀 열정적이고, 성실하고, 심지 곧은 사람이 좋을 뿐이다. 내가 사람을 대할때 무심한척, 쿨한척 하기엔 힘들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난 지나가는 사람에게도 관심이 많고, 모르는 사람이 거는 말에도 잘 대답해주는 따뜻한 사람이 되려고 한다.
물론.. 오지랖 넓다고 야단맞을지 모르지만, 이것 역시 사람이니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변성수가 태석에게 나타났을 때, 오선미를 바라보았을 때, 그 역시 따뜻한 사람이 맞구나! 라고 느꼈다.
태석이 오선미의 생사를 걱정했을 때에도, 현경이 짜준 스웨터를 입고 있을때에도 말이다.
사실은 줄곧 신경쓰고 있었던 것이다.
작가도 그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라고 생각한다.
인간미가 느껴지는 이 책이 좋다. 웃으면서 책을 덮을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