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여행. - 마음 여행자의 트래블 노트
최반 지음 / 컬처그라퍼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가고싶은 여행지 중에 인도는 열 세발자국 정도 물러나 있었다.
낯선건 둘째치고, 불편한게 싫었기 때문이다. 이런 나와 다르게 인도를 계속 찾는 작가..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겠지 싶었다.
한장 한장 넘길때마다 다채로운 색으로 다가온다. 채도가 낮은 파스텔이나. 무채색이 아니라, 아주 강렬하게 태양처럼 뚜렷하게 비춰주는 곳..
그곳이 인도였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누빈 인도, 그리고 요가수업, 그리고 자신의 모습이 내게 아주 천천히 천천히 다가온다.
그래서 한페이지 한페이지 오래 눈에 담아 두었다.

 작가는 갠지스강에서 목욕을 하면 죄를 씻을 수 있다는 힌두교의 믿음은 매력적이었고, 그래서 바라나시에 도착하면 주저없이 강물에 뛰어들 작정이었다고 했다.
정말?? 이라는 내 물음이 끝나기전에.. 웃음이 터졌다. 실실...
지저분한 오물이 동동 떠나니는 강물에..... 차마 뛰어들 수 없었고, 슬리퍼를 잊어버리면서..어쩔 수 없이 맨발로 내딛는 모습을 상상하니 웃음을 주었다.
아마.. 나는 발을 동동 구르면서 주위를 살폈을 것이다. 새로 살 때가 없나? 두리번 두리번 거리면서.. 말이다.
내가 꺼리는게 이런거였다. 맨발로 인도의 길을 걷는다는 것은 애당초 무의식 속에서도 자리잡고 있지 않았던 나에게는 무리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과연.. 작가는 무엇을 말해줄지 궁금했다.

한발 내딛고, 축축하며 질퍽하다는 그길들.. 보지도 걷지도 않았지만 왠지 지금 내발이 찝찝하다고 생각하고 있을때쯤. 
 이제 그런생각은 접는게 어때? 라며 비좁은 머리속 상상력에서 나와 맨발로 , 맨몸으로, 맨땅에 서보는 것도 좋다고 말해주었다.

 

나는 새삼느꼈다. 상상과 경험 사이에 문을 두드려 열었지만, 선뜩 발걸음을 딛지 못하는 사람이였다.
하지만, 작가의 말이 청양고추 한입 물었을때처럼 맵게 느껴졌다. 입술이 따가워 어쩔줄 모르는 사람처럼 말이다.

 

한페이지의 사진들이, 한페이지의 글들이 나에게 작은 위로를 주고 있다.
마음을 쓰는게 서툰 마음치 중에 내가 있었음을.. 느끼고 힘을 얻는다.
갈림길에서 한참을 망설이고 있다해도, 갔다 다시 돌아와서 제자리에 서성여도, 한참을 빙빙돌아 오랜 후에 도착해도 괜찮은거다.
다시 한번 강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 무탈하다고 생각했다.
작가가 들려주는 뻔한 이야기, 그렇고 그런 이야기지만, 나는 좋다.

 

까만 밤이 있어서 별이 아름다운거야

별이 뜨기를 기다리기 전에 먼저 밤이 되기를 기다려야 돼

그러니 지금 어둠 속에 갇혀 있다면 곧 별을 보게 될거라는 걸 잊지마 -p75

 

사진을 보면서, 점점 내가 치유된다는 느낌일까나?
서툴러서 일을 그르치고, 서툴러서 힘이 들던 때가 뭉게 뭉게 구름처럼 피어올랐지만,
괜찮아 괜찮아 하면서 다독일 수 있음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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