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들의 도시
데이비드 베니오프 지음, 김이선 옮김 / 민음사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걱정마, 친구. 널 죽게 내버려 두지 않을 테니까."

나는 열일곱 살이었고 어리석었고 그의 말을 믿었다.   -p160

 

이 두 문장이 나를 책속으로 이끌었다.

6.25전쟁도 피부에 와닿지 않는데.. 하물며 상상도 가지 않는 2차대전 1941년 독일의 소련침공 . 그 시간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던 이유..

(내 어리석음을 깨달은 나이가.. 스물이 훌쩍 넘어서였으니깐 말이다. 그냥 넘길 수 없었지?)

 

잘난척 대장인 콜야는 탈영병. 작은체구에 코만 큰 레프는 도둑으로 감옥에서 만나게 된다.

살기 위해, 대령의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함께 길을 나선다.

강추위에, 전쟁으로 먹을것이 없어 이 도시에서 대령의 미션은..... 바로... 딸의 결혼 케이크 재료인 댤걀 12개 구해오기!

달걀 12개가 곧 이 두 청년의 목숨값이다.

냉장고에 두줄로 나란히 놓여있는 달걀과 사람의 목숨과 같다고 여겨도 되는것인가? 생각했지만,

전쟁이란 시간속에 있다고 생각하니 그만큼 애절함도 느껴졌다. 

 

전쟁에 피폐해진 도시는 상상할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다. 인육소시지를 파는 식인종을 만나고, 전에 살던 아파트는 무너져 먼지더미가 되고.

이들이 살아가는 것조차 달걀을 찾아 길을 나서는 것조차 신기할 정도니 말이다.

상황이 극에 처할 수록 둘의 사이는 끈끈해진다.

무릎까지 파고드는 눈길을 걸을 때에도 레프가 따라갈 수 있게 속도를 줄여주는 콜야,

허풍쟁이여도 솔직함에는 틀림이 없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어느새 믿음이란게 생겨버린거다.

태양처럼 밝게 빛나는 별들이 수억개가 있어도 춥고 어두운 밤을 이겨낼 수 있었던 건 둘이여서이다. 혼자가 아닌 둘이여서.. 보는 내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괜찮아?

 

내가 옆에서 걸을 테니 정신 놓지 마.

                                                      -p250

 

잔인한 이야기를 쉴새없이 읽어내려갈 수 있었던건. 콜야의 이런마음. 그리고 레프의 믿음을 기억하고싶었기 때문이다.

달걀을 과연 구할 수 있을런지... 보는내내 조마조마해 하지만, 곳곳에 숨은 블랙유머가 빵 터진다. 놓칠 수 없는 또하나의 이유.

콜야의 앞마당 하운드' 이야기는 매력적이다.  하하하하하하하 나긋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할아버지..

이책의 결말은 비밀로 남기지만, 친구에게 권해줄것이다.나의 10년지기 친구에게 주고 싶다.

 

이들이 같이 보낸 밤과 낮은 10년, 5년,1년이 아닌 단 며칠이지만

그 며칠이면 충분하다. 사람을 이해하고 믿고, 의지하며 사랑하는데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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