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서아 가비 - 사랑보다 지독하다
김탁환 지음 / 살림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책을 읽는 동안, 여러가지 커피를 한잔 한잔 마신 느낌이 든다.
따냐의 인생안에  다양한 커피향이 난다는 것.  역시 순탄한 삶이 아니라는 것이다.
커피같은 여자-
 따냐의 용기와 결단력. 그리고 행동 모두 ,, 서서히 번져가는 커피향처럼 내 안으로 퍼져 들어온다.

 

노서아 가비는 작은 소녀 따냐와 아버지. 이반, 고종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이다.

뿌쉬낀의 시와 함께했던 아버지와 딸, 그리고 그 사이에 흐르던 노서아 가비의 향. 에스프레소 같다고 느꼈다. 

개운하게, 강하게 서재 가득히 채워져서 잊을래야 잊을수 없던 신기한 까만 물. 그 물에 그윽한 눈빛을 담아 음미하던 아버지를 빤히 쳐다보았을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런 딸을 위해 구입한 만년필에 뿌쉬낀의 시를 쓴 아버지가 너무 다정스럽다.

그리고 아련해진다. 이런 아버지의 비보. 어머니와의 이별. 홀로 등지고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 쓰딘 쓴 커피 한모금을 먹은 아이같다.

 

뱉어버리고 싶던 까만 물이 이반을 만나면서 초콜릿을 더한 카페모카 한잔으로 바뀌였다.

러시아에서 만난 이반.  러시아 평원을 질주하는 야생마 같은 이미지에 흔들렸다고 했지만,

이반을 사랑하게 된 건 아마도 같이 마셨던 가비가 달달했기 때문일 것이다.

잠깐 불타올랐던 그들의 사랑에 질투가 나버린 탓에 나에게는 더 달디 단 설탕물 처럼 느꼈을지도 모른다. 무척 주관적이니 말이다.

 

이반에 대한 믿음과, 따냐의 용기로 다시 돌아온 조선에서 따냐는 손수 고종황제께 커피를 올리게 된다.

고종황제. 참 약해보이지만 강한 사람이라고 느꼈다. 고종황제가 마신 커피는 노서아 가비지만.

내 머리 속에서의 고종황제는 카푸치노다. 카푸치노처럼 단백하고, 부드럽지만, 은근히 진한 맛을 가지고 있다.

서로의 진심을 알고 있었기에 둘은 친구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중요한 결정의 순간  따냐의 선택에서 한치의 흔들림이 없음을 느꼈다.

삶의 굴곡에서도, 사랑의 눈물 앞에서도, 단단하고 건강하게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따냐는 , 내가 제일 좋아하는 커피 아메리카노 같다.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부은 아메리카노 - 아버지의 사랑을 간직하면서, 고종황제와의 우정을 추억하면서 살아갈 따냐의 모습이 열정적이면서도 따뜻하게 다가온다.

 


 

   
 

 누군가 홀로 외로워하는 것을 보면 그를 위로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남을 웃게 만들 작은 재주가 있다면 그 재주를 몰래쓰고 시치미를 떼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 p146 

 
   

 

이 글을 보고 나서 실실 웃었다. 그리고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가져보기도 한다.

 다 읽고나니  문득 든 생각이다. 내가 첫인상이 좀 차가워 보인다는 말을 듣긴하지만,  같은 마음인걸 보면. 뜨겁진 않아도 미지근한 물 정도의 온도는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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