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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쏴라 - 2009년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이책, 한마디로 말하면..
읽는 내내 장면 장면이 머리속에 그림으로 그려지는 이야기다.
한문장, 한 단락이 글자를 보는게 아니라, 마치 그림을 보듯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만큼 세밀하며, 자세하다. 작가의 열의가 묻어난달까?
글자에서 갓마른 잉크냄새가 나는데 그것이 땀방울 처럼 느껴졌다.
신림책방 책장 사이를 돌고 돌면, 잔잔히 해 비치는 곳에서 포의 소설에 빠져있는 수명이 보이고,
한발 두발 온 힘을 다해 내달리던 승민이 날개 달린듯 하늘을 날며 패러글라이딩 하는 모습이 보인다.
새파란 하늘에서 세상을 내려다 보면서 자유를 느낄것이다. 그게 상상이 간다.
소리없이 내리는 눈송이가 수명이라면, 수민이 캐릭터는 하늘에서 내리는 비처럼 느껴졌다. 강철심장을 가진 사람 말이다.
눈처럼 세상의 다른소리들을 잠재워 줄 것 같았고, 한방울 두방울 내리면서 도시의 희뿌연 먼지를 싸악- 씻어줄것 같았다.
이 둘, 각자 다른 병력으로 수리희망병원에 오지만 같은 날에 온것도, 게다가 침대 짝궁인것도,
서로 완전히 다른 모습이지만 파전에 막걸리 따라가듯, 악어와 악어새처럼, 서로 상호보완적인 존재,, 운명인것이다. 소울 메이트(?)
친구가 되는거 쉽지 않지만, 자기의 아픔을 하나 꺼내놓으면 한발자국 더 다가가게 되는것이.. 관계의 진리라는걸 이미 알고 있다.
병원에서 소동을 벌일때마다... 이 둘에게 과연 무지개가 보일까? 라는 의구심을 떨쳐버릴수 없었다.
하지만...
이둘 뿐만 아니라 다른 환자들 역시 소동을 벌이는데도 다 이유가 있는법.
타인과 교신할 수 없는 낸용이라는게 비극일 뿐이지. 사람들은 스스로 그걸 영화'라고 칭했다. 병동은 각자의 영화가 동시 상영되는 극장이었다.
그러니 시끄러울 수 밖에,, p141
고개를 끄덕이면서 피식- 웃었던 말이다.
어느 누구던지 사람들 모두 각자 한가지 정도는 평범하지 않은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단지 그걸 타인앞에서 어떻게 표출하느냐에 따라.. 병력이 생기고 안생기고의 차이란게 내 주관적인 관점이였다.
후반부로 들어가면서,, 점점 나는 이둘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수명이 우울한 수험생이 좌절하는 것을 보고싶지 않았던 것 만큼 나역시
그들의 좌절을 보고 싶지 않았다. 아니 솔직하게 말한다면, 내가 좌절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던 탓이다.
무엇을 해야할지 결정하지 못한채 망설이면서 파도에 떠밀려 둥둥 떠다니는 것처럼 표류하고 있는 내가 있었기 때문이다.
비바람이 몰아쳐도, 내가 하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 해도 좌. 절. 금. 지.
그들의 용기를 보면, 그들의 성장을 보면. 망설이고만 있는 나도 클 수 있을 거란 마음이 들었다.
난 순간과 인생을 맞바꾸려는 게 아냐.
내시간 속에 나로 존재하는 것, 그게 나한테는 삶이야.
나는 살고싶어. 살고싶어서, 죽는게 무서워서 살려고 애쓰고 있어. 그뿐이야 . p 286
이제 빼앗기지마. 네 시간은 네거야' p327
승민이 하늘을 날기 전에 수명에게 시계를 남겨주면서 했던말이 가슴에 쿵 . 하고 떨어졌다.
수명이 마개 하나 뽑힌거라면 나도 아픈 이가 뽑힌 기분이다.
수명이 가슴 저 밑에서 줄로 매달려 있던 두려움들이 새처럼 파닥파닥 거리면서 날려보냈으니,
나 또한 전력질주 할 마음이 생겼다.
스타트라인에서 바들바들 떨고만 있지 않을 거다. 그런 두려움은 책장을 덮으면서 함께 묻어버렸다. 그리고 두 발로 꾹꾹 눌렀다.
비집고 들어올 틈없어 일어나지도 다시 자라나지도 못하게 말이다.
내게 와줘서 너무 고맙다.
장대비 내리는 새벽녁, 따뜻한 차 한잔 마시듯..
체온이 느껴지는 책 한권.
주저앉고 싶었던 내게 용기를 주었고, 힘을 얻었으니 이건 행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