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초 과학 - 과학 커뮤니케이터 리아 엘슨의 엉뚱하고 기괴한 과학 실험 103
리아 엘슨 지음, 조은영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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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데 각각 60초도 안 걸리는 장과 60분은 족히 써야 하는 장들로 구성된 두 책! <60초 과학>은 틱톡커가 비벼주는 릴스같다면 <과학 용어의 탄생>은 일대기 전문 시나리오 작가가 쓴 작품을 영화화한 것 같달까.

김성근의 <과학 용어의 탄생>은 과학, 자연, 철학, 주관-객관, 물리학, 기술, 과학기술, 원자, 중력, 화학, 진화, 전기, 공룡, 행성, 지동설, 속도, 신경의 용어들의 라틴어, 그리스어 어원부터 시작해서 프랑스어, 영어를 거쳐 한중일에 닿기까지의 여정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근대 용어의 탄생>과 <그 많은 개념어는 누가 만들었을까>와 크로스로 읽어도 재밌겠다. <근대~>는 좀더 문과 용어, <그 많은~>은 김성근의 책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니시 아마네의 문서를 중점으로 다룬 책이기 때문이다.

리아 엘슨의 <60초 과학>은 생물, 화학, 물리학, 인체, 우주를 테마들의 엉뚱하지만 그럴싸한 질문에 친절하게 답해준다. 가끔 잡소리같은 유머도 곁들여서... 저자와 마찬가지로 나도 물리학파트의 저 질문이 가장 흥미로웠다. 그리고 <과학 용어의 탄생>과 엮어서 생각해볼 만한 대목이다.

“인식 대상인 자연계를 가능한 한 객관 그 자체로서 순수하기 파악할 수 있다는 믿음이야말로 근대과학이 ‘객관적’ 과학으로 성립하기 위한 중요한 전제 조건이었다.”(96, 과학 용어의 탄생)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오랜 시간 과학계는 모든 사람이 당연히 색깔을 똑같은 방식으로 받아들일 거라고 가정”(160, 60초 과학)했다.

그런데 현대에 들어서서 주관-객관의 개념이 흔들리고 있지 않은가? 관찰하기 나름인 과학 파트에서도 그렇고 역사에서도 그렇고.. 주관/객관, 개인/공동체 등의 이분법이 바스라지는 경우를 목도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 어휘들의 의미도 어쩌면 조금은 변해가고 있지 않을까? 그 변화는 왠지 과학에서 시작될 것 같다. 평행우주를 두고 기존의 주관/객관을 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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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의 아름다움 - 미술로 보는 한국의 평온미
최광진 지음 / 현암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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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진의 한국미 시리즈, 마지막 권부터 읽게 되었다. 즉, 앞으로 다른 책들도 읽을 예정이란 뜻이다. 서구, 중국, 일본과 한국의 미학을 비교한 것 하나, 신명, 해학, 소박, 평온을 다룬 것 각각 하나씩 총 네 권인데 나는 현암사의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서(!) ‘평온미‘를 다룬 <현존의 아름다움>부터 읽었다.

평온미를 담은 고대 불교 조각, 고려 불화, 조선 문인화 몇 작품들에 최광진의 설명을 곁들어 읽으면서 역시 내 취향은 한국쪽이란 것을 다시금 느꼈다. 육체미를 덜어내고 옷주름 하나까지 컨트롤한 섬세함을, 그렇다고 전부 다 계산해서 설계한 것이 아니라 즉흥적으로 이어나가는 자신감을,보살의 옷 문양 문양들을 마치 꿰매듯이 그려놓은 성실함을, 입체감을 절제한 평면에서 고매한 정신성을 품은 한국미는 지독하게도 내 취향이다. 이어서 계속해서 나의 취향을 탐구할 수 있었다.

저자의 전공이 비교미학인 만큼 한중일을 넘어서 서구쪽 작품과 비교하는 맛이 있었다. 고구려 벽화-고구려 불화의 나선형 문양과 이슬람의 아라베스크 문양의 공통점을 찾아보고 마티스의 <붉은 방>으로 이어지는 설명이 가장 흥미로웠다. 최광진의 설명에 따르면 나선형 무늬는 “끝없이 생성하고 변화하는 생명의 파동”이며 “미시 세계의 추상적인 힘의 작용”을 상징한다. 그 맥락에서 그간 내가 왜 뜨왈이나 자카드에 환장을 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나는 실체가 없는 것을 포착하는 마법을 좋아한다. 문양이 바로 마법의 현현이 아닐지.

순금 분말에 아교를 개어 만든 금니로 작업한 고려불화와 클림트의 작품들을 나란히 놓고 보는 것도 재밌었다. ‘금‘의 쓰임이 불화에서는 열반의 황홀함을, 클림트의 것에서는 사랑의 황홀함을 상징한다고 설명하는데 둘 다 그림 속 ’인물‘보다는 붓을 잡은 자가 말하고자 하는 ’정신성’을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나 아무래도 고려 불화에 빠진 것 같다. 불화 파트를 특히나 재밌게 읽어서 소개했지만, 조각과 문인화 파트 그리고 현대 작가 박수근, 최종태, 김수자의 작업을 다룬 파트도 충분히 즐겁게 읽었다.

간혹 중국과 일본에 비해 한국을 지나치게 띄워 설명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기도 했지만 한국미학을 사랑하는 사람의 자신감쯤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아, 박수근의 작품이 책에 직접 실리지 않은 점은 아쉽다. 하지만 그정도는 내가 찾아보면 되고 여러모로 도판과 글 설명이 잘 어우러져서 읽기 편했다. 현암사 편집진의 사려깊은 실력은 반가사유상 부분에서 드러나는데, 그림과 설명을 나란히 놓고 볼 수 있게끔 양 날개에 한쪽씩 차지하도록 실어놓은 덕분에 편안히 감상할 수 있었다.

책은 앞에서부터 차례대로 읽을 것을 권한다. 우선 저자의 친절한 한국 미학 시리즈가 나온 배경 설명을 읽고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프랙탈과 삼매 같이 앞서 다룬 내용에서 매끄럽게 다음에 다룰 내용으로 이어지는 파트가 있기 때문에 꼭 순서대로 읽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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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중국인의 삶
다이 시지에 지음, 이충민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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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해문클럽 멤버로서 서평합니다~ 도서 제공받고 신나게 읽었어요. 어느 정도냐면 산책하면서 다 읽었음;;; ㅎㅎ

정직한 제목이다. 정말로 3부에 걸쳐 세 명의 중국인 이야기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 ‘귀도‘라는 중국의 어느 지역이 배경이다. 어쩌면 오며가며 마주쳤을 사람들이 저마다 잔인한 사정을 품고 있다. 표지도 자세히 보지 않고 바로 이야기 속으로 뛰어들었는데 1부의 결말까지 보고 뭔가 신통치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동안 내가 자주 읽었던 장르가 아닌데? 미스테리 스릴러물이다!

스산하고 역겹다. 이야기가 어디까지 처절할 수 있을지 가늠해보면서 한장씩 넘기게 된다. 특히 ’가족‘ 관계를 비틀어서 천인공노할 충격으로 이끌고 가는데 아시아 문화권 독자와 서구, 아프리카 등의 다른 문화권 독자가 서로 다른 감상을 보였을 것 같다. 공동체 중심 문화에서는 ‘가족’ 집합 내부에서 응당 기대되는 저마다의 역할이 있고 그 색채가 강하다. 세 중국인의 삶은 극한의 환경에서 그 역할이 어긋나고 비틀리고 무너지면서 거북함이 배가 된다.

쇠사슬, 신발 한 짝, 철창.
표지에 등장하는 세 이미지는 소설의 각 장을 압축한 것이다. **스포하자면 대신 죽어줄 사람을 구하고, 죽였을 거라고 당연하게 생각하고, 이해 대신 그림을 그린다.

전자제품 폐기물 공장이 들어서고 회색빛이 된 귀한 섬, 귀도의 이야기는 중국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한국인 인류학자 조문영의 에세이집 <연루됨>에서 세간의 편견과는 다소 다른 평범한 중국인의 삶을 읽다가, 중국인이었던 프랑스인의 내부고발 같은 소설을 읽고 있자니 평범한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환경이 무엇인지 질문하게 된다. 중국만의 사정이라고 보고 마냥 선 그을 수는 없다. 기술보유국의 산업을 뒷처리하는 상대적 빈국의 이야기다. 기술식민지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쓰레기의 세계사>란 책에선 벽돌 가마 산업이 활발한 캄보디아 프놈펜을 그린다. 패스트패션의 찌꺼기, 섬유조각들을 연료로 삼아 노동자들은 열기와 연기를 견뎌야 한다. 이런 미친 이야기가 전개 가능한 배경을 세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러함에도 이 소설을 계속 보게 되는 구석이 있다. 꼭 얼음가시로 만든 유리성같달까. 잔인하게 돋힌 가시 주위를 맴돌게 된다. 그 가시에 손을 대면 핏방울이 맺힐 게 뻔해서 굳이 가까이 가고 싶진 않다. 소설의 서술이 그러하다. 주인공들의 심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문장은 별로 없다. 잔인한 상황을 툭툭 던지듯이 그린 서술이 어이없게 처절하다. 이 책을 읽고 지은이 다이 시지에의 다른 소설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 소녀>도 읽었는데 마찬가지로 약간 맹한 주인공을 서술자로 삼아서 등장인물의 심리 변화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문장은 별로 없었다. 작가 스타일인가 싶다.

그 작가만 쓸 수 있는 글이 있다. 그는 역사를 견디는 동안 민족지학자가 된다. 소설이란 이름으로 그는 세월을 고발한다. 우리가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짧고 압축적이고 잔인한 이 소설이 영화화된다면, 나는 차마 보지 못할 것 같다. 읽은 것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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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멍 : 가만히 바라볼수록 좋은 것들
국립중앙박물관 유물 큐레이션 「아침 행복이 똑똑」 필진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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펼치기 좀 빡빡하지만 예쁜 것들에 대한 예쁜이들의 감상을 같이 즐길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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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테
차학경 지음, 김경년 옮김 / 문학사상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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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시 박 홍의 <마이너 필링스>는 사실상 차학경의 <딕테>에 한한 헌정사다. 궁금했는데 좋은 기회로 읽게 되어 즐거울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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