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중국인의 삶
다이 시지에 지음, 이충민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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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해문클럽 멤버로서 서평합니다~ 도서 제공받고 신나게 읽었어요. 어느 정도냐면 산책하면서 다 읽었음;;; ㅎㅎ

정직한 제목이다. 정말로 3부에 걸쳐 세 명의 중국인 이야기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 ‘귀도‘라는 중국의 어느 지역이 배경이다. 어쩌면 오며가며 마주쳤을 사람들이 저마다 잔인한 사정을 품고 있다. 표지도 자세히 보지 않고 바로 이야기 속으로 뛰어들었는데 1부의 결말까지 보고 뭔가 신통치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동안 내가 자주 읽었던 장르가 아닌데? 미스테리 스릴러물이다!

스산하고 역겹다. 이야기가 어디까지 처절할 수 있을지 가늠해보면서 한장씩 넘기게 된다. 특히 ’가족‘ 관계를 비틀어서 천인공노할 충격으로 이끌고 가는데 아시아 문화권 독자와 서구, 아프리카 등의 다른 문화권 독자가 서로 다른 감상을 보였을 것 같다. 공동체 중심 문화에서는 ‘가족’ 집합 내부에서 응당 기대되는 저마다의 역할이 있고 그 색채가 강하다. 세 중국인의 삶은 극한의 환경에서 그 역할이 어긋나고 비틀리고 무너지면서 거북함이 배가 된다.

쇠사슬, 신발 한 짝, 철창.
표지에 등장하는 세 이미지는 소설의 각 장을 압축한 것이다. **스포하자면 대신 죽어줄 사람을 구하고, 죽였을 거라고 당연하게 생각하고, 이해 대신 그림을 그린다.

전자제품 폐기물 공장이 들어서고 회색빛이 된 귀한 섬, 귀도의 이야기는 중국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한국인 인류학자 조문영의 에세이집 <연루됨>에서 세간의 편견과는 다소 다른 평범한 중국인의 삶을 읽다가, 중국인이었던 프랑스인의 내부고발 같은 소설을 읽고 있자니 평범한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환경이 무엇인지 질문하게 된다. 중국만의 사정이라고 보고 마냥 선 그을 수는 없다. 기술보유국의 산업을 뒷처리하는 상대적 빈국의 이야기다. 기술식민지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쓰레기의 세계사>란 책에선 벽돌 가마 산업이 활발한 캄보디아 프놈펜을 그린다. 패스트패션의 찌꺼기, 섬유조각들을 연료로 삼아 노동자들은 열기와 연기를 견뎌야 한다. 이런 미친 이야기가 전개 가능한 배경을 세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러함에도 이 소설을 계속 보게 되는 구석이 있다. 꼭 얼음가시로 만든 유리성같달까. 잔인하게 돋힌 가시 주위를 맴돌게 된다. 그 가시에 손을 대면 핏방울이 맺힐 게 뻔해서 굳이 가까이 가고 싶진 않다. 소설의 서술이 그러하다. 주인공들의 심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문장은 별로 없다. 잔인한 상황을 툭툭 던지듯이 그린 서술이 어이없게 처절하다. 이 책을 읽고 지은이 다이 시지에의 다른 소설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 소녀>도 읽었는데 마찬가지로 약간 맹한 주인공을 서술자로 삼아서 등장인물의 심리 변화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문장은 별로 없었다. 작가 스타일인가 싶다.

그 작가만 쓸 수 있는 글이 있다. 그는 역사를 견디는 동안 민족지학자가 된다. 소설이란 이름으로 그는 세월을 고발한다. 우리가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짧고 압축적이고 잔인한 이 소설이 영화화된다면, 나는 차마 보지 못할 것 같다. 읽은 것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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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멍 : 가만히 바라볼수록 좋은 것들
국립중앙박물관 유물 큐레이션 「아침 행복이 똑똑」 필진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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펼치기 좀 빡빡하지만 예쁜 것들에 대한 예쁜이들의 감상을 같이 즐길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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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테
차학경 지음, 김경년 옮김 / 문학사상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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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시 박 홍의 <마이너 필링스>는 사실상 차학경의 <딕테>에 한한 헌정사다. 궁금했는데 좋은 기회로 읽게 되어 즐거울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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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시대예보
송길영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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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개인의 시대? 연결성이 강조되고 있는 마당에 무려 핵!개인? 역행하는 발상 아닐까;; 못미더운 시선으로 집어들었다가 깊이 공감하며 읽은 책.

나같은 젊은이들은 뼛속까지 느끼고 있는 내용이다(저만 그랬다면 ㅈㅅ). 사람을 존중한다. 그러나 함부로 존경하지 않는다.

시대적 사고는 젊은 세대가 이끌지만 결정권은 여전히 기성 세대가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게 시대의 ‘변화’라고? 나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다가왔던 개념들로 시대를 ‘예보’한다니. ‘핵개인’이라는 표현도 기성세대의 표현이지 않을까. 직장에서 고인물이 되어가는 4050과 그 이상에게 강추하고 싶다. 세대마다 민족, 집단, 권위에 대한 감각, 개념이 아주 다른 것 같다.

또한 책 속에서 한 가지 흥미로웠던 점, 효도하는 ‘아들’ 이야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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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무늬영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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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엔, 살아간다? 새가 되든 나무가 되든 간에. 근데 난 그게 사랑인 것 같다. 자, 이제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에 대한 소설로써의 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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