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얼굴 - 얼굴로 본 인간 진화의 기원
애덤 윌킨스 지음, 김수민 옮김, 김준홍 감수 / 을유문화사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니 저기요????? 표지의 얼굴은 참 괴묵한데 저자는 왜 이렇게 말이 많은지;;; 엄청 수다스럽다. 1장에서부터 눈치챘어. 본격적인 내용이 시작되는 2장부터는 좀 자제하나 싶더니 과학 개념 설명에 아주 공을 들여서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그러니까 대충 읽고 못 넘어가겠잖아..!! 글쓴이의 열정에 감복해서 덩달아 열심히 읽게 되는 magic......

왠지 교수가 수업교재로 쓰려고 책 낸 느낌?ㅋㅋㅋ 생명과학 기초개념을 이걸로 떼도 되겠다 싶을 정도. 실제로 헷갈렸던 mRNA 전사, 번역에 대해 확실히 알게 됐다. 그런데 친절함 집어치우고 핵심만 이야기하면 250쪽 그러니까 분량이 반으로 줄어들 듯. 그래도 오랜만에 과학시간으로 돌아가 공부한 기분이 들어 좋았다. 국어시간에 어려운 과학지문 읽는 것 같기도 했고. 의대생들은 이 정도는 껌이겠지?

이렇게까지 기본 개념부터 차근차근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가도 사실 원래 이래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반성이 든다. 삶의 견적에 따라 사자성어나 속담처 짧은 한 줄을 이해하는 정도가 다르지 않나. 신경능선세포가 얼굴 근육을 만들고 얼굴 근육이 표정을 만들어 사회생활의 핵심 역할을 하는 것처럼 이 책이 세포 역할을 하고 있어 읽어서 과학을 이해하는 근육을 만들고 세상을 보는 표정이 다양해지지 않을까 싶다.

이 책 한 권 잘 읽어두면 앞으로 웬만한 생물학 서적은 쉽게쉽게 읽겠다 싶을 정도로 꼼꼼히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나도 자세를 고쳐앉고 교양 쌓듯이가 아니라 전투적으로 공부하듯이 읽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이프를 발음하는 법
수반캄 탐마봉사 지음, 이윤실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개괄
라오스계 캐나다인 소설가 수반캄 탐마봉사의 <나이프를 발음하는 방법>을 읽었다. 30쪽 가량의 14편의 단편이 수록되었는데 인물들이 대부분 라오스에서 이민 온 사람들이다.

2. 발췌
아이는 아빠에게 나이프의 K는 묵음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름다움은, 그게 가져다는 모든 것과 그걸 얻기 위해 필요한 모든 소란에 비해,소지하고 유지하기에는 너무 끔찍한 짐 같았다.
주름을 보기 전까지는 그것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발효된 피시 소스는 지문과 같아서 만드는 사람에 따라 그 맛이 천차만별이다.
그렇지만 그게 내가 헤쳐나가는 힘이야.
아니요, 퍼먼 아줌마. 치-카-치 했어요!
내 말 꼭 기억해.
세상은 이것처럼 평평해.
어떻게 그리 조용할 수 있는 걸까.
자존심 때문에 그냥 이렇게 말했다.
내게 마침내 그 일이 일어났을 때, 증조할머니가 말한 것처럼 되지는 않았다.
사랑에 대해 거짓말하는 사람과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케이티와 나는 친구였다. 그것도 좋은 친구.
농장주인은 그 사실을 마음에 들어했다.

3. 소감
일단 책 디자인이 세련됐다. 띠지같은 표지는 노란바탕에 글로시한 자주빛으로 글씨를 새겨넣었고 이것을 벗기면 글씨와 비슷한 자주빛 양장본 표지가 보인다. 책표지를 펼치면 바로 보이는 면지는 청록색이다. 색배합이 예쁘다.
베트남계 한국인 혹은 그의 자녀가 노벨문학상이나 부커상 등을 타는 날이 오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과학 용어의 탄생 - 과학은 어떻게 '과학'이 되었을까
김성근 지음 / 동아시아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읽는 데 각각 60초도 안 걸리는 장과 60분은 족히 써야 하는 장들로 구성된 두 책! <60초 과학>은 틱톡커가 비벼주는 릴스같다면 <과학 용어의 탄생>은 일대기 전문 시나리오 작가가 쓴 작품을 영화화한 것 같달까.

김성근의 <과학 용어의 탄생>은 과학, 자연, 철학, 주관-객관, 물리학, 기술, 과학기술, 원자, 중력, 화학, 진화, 전기, 공룡, 행성, 지동설, 속도, 신경의 용어들의 라틴어, 그리스어 어원부터 시작해서 프랑스어, 영어를 거쳐 한중일에 닿기까지의 여정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근대 용어의 탄생>과 <그 많은 개념어는 누가 만들었을까>와 크로스로 읽어도 재밌겠다. <근대~>는 좀더 문과 용어, <그 많은~>은 김성근의 책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니시 아마네의 문서를 중점으로 다룬 책이기 때문이다.

리아 엘슨의 <60초 과학>은 생물, 화학, 물리학, 인체, 우주를 테마들의 엉뚱하지만 그럴싸한 질문에 친절하게 답해준다. 가끔 잡소리같은 유머도 곁들여서... 저자와 마찬가지로 나도 물리학파트의 저 질문이 가장 흥미로웠다. 그리고 <과학 용어의 탄생>과 엮어서 생각해볼 만한 대목이다.

“인식 대상인 자연계를 가능한 한 객관 그 자체로서 순수하기 파악할 수 있다는 믿음이야말로 근대과학이 ‘객관적’ 과학으로 성립하기 위한 중요한 전제 조건이었다.”(96, 과학 용어의 탄생)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오랜 시간 과학계는 모든 사람이 당연히 색깔을 똑같은 방식으로 받아들일 거라고 가정”(160, 60초 과학)했다.

그런데 현대에 들어서서 주관-객관의 개념이 흔들리고 있지 않은가? 관찰하기 나름인 과학 파트에서도 그렇고 역사에서도 그렇고.. 주관/객관, 개인/공동체 등의 이분법이 바스라지는 경우를 목도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 어휘들의 의미도 어쩌면 조금은 변해가고 있지 않을까? 그 변화는 왠지 과학에서 시작될 것 같다. 평행우주를 두고 기존의 주관/객관을 논할 수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60초 과학 - 과학 커뮤니케이터 리아 엘슨의 엉뚱하고 기괴한 과학 실험 103
리아 엘슨 지음, 조은영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읽는 데 각각 60초도 안 걸리는 장과 60분은 족히 써야 하는 장들로 구성된 두 책! <60초 과학>은 틱톡커가 비벼주는 릴스같다면 <과학 용어의 탄생>은 일대기 전문 시나리오 작가가 쓴 작품을 영화화한 것 같달까.

김성근의 <과학 용어의 탄생>은 과학, 자연, 철학, 주관-객관, 물리학, 기술, 과학기술, 원자, 중력, 화학, 진화, 전기, 공룡, 행성, 지동설, 속도, 신경의 용어들의 라틴어, 그리스어 어원부터 시작해서 프랑스어, 영어를 거쳐 한중일에 닿기까지의 여정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근대 용어의 탄생>과 <그 많은 개념어는 누가 만들었을까>와 크로스로 읽어도 재밌겠다. <근대~>는 좀더 문과 용어, <그 많은~>은 김성근의 책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니시 아마네의 문서를 중점으로 다룬 책이기 때문이다.

리아 엘슨의 <60초 과학>은 생물, 화학, 물리학, 인체, 우주를 테마들의 엉뚱하지만 그럴싸한 질문에 친절하게 답해준다. 가끔 잡소리같은 유머도 곁들여서... 저자와 마찬가지로 나도 물리학파트의 저 질문이 가장 흥미로웠다. 그리고 <과학 용어의 탄생>과 엮어서 생각해볼 만한 대목이다.

“인식 대상인 자연계를 가능한 한 객관 그 자체로서 순수하기 파악할 수 있다는 믿음이야말로 근대과학이 ‘객관적’ 과학으로 성립하기 위한 중요한 전제 조건이었다.”(96, 과학 용어의 탄생)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오랜 시간 과학계는 모든 사람이 당연히 색깔을 똑같은 방식으로 받아들일 거라고 가정”(160, 60초 과학)했다.

그런데 현대에 들어서서 주관-객관의 개념이 흔들리고 있지 않은가? 관찰하기 나름인 과학 파트에서도 그렇고 역사에서도 그렇고.. 주관/객관, 개인/공동체 등의 이분법이 바스라지는 경우를 목도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 어휘들의 의미도 어쩌면 조금은 변해가고 있지 않을까? 그 변화는 왠지 과학에서 시작될 것 같다. 평행우주를 두고 기존의 주관/객관을 논할 수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현존의 아름다움 - 미술로 보는 한국의 평온미
최광진 지음 / 현암사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광진의 한국미 시리즈, 마지막 권부터 읽게 되었다. 즉, 앞으로 다른 책들도 읽을 예정이란 뜻이다. 서구, 중국, 일본과 한국의 미학을 비교한 것 하나, 신명, 해학, 소박, 평온을 다룬 것 각각 하나씩 총 네 권인데 나는 현암사의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서(!) ‘평온미‘를 다룬 <현존의 아름다움>부터 읽었다.

평온미를 담은 고대 불교 조각, 고려 불화, 조선 문인화 몇 작품들에 최광진의 설명을 곁들어 읽으면서 역시 내 취향은 한국쪽이란 것을 다시금 느꼈다. 육체미를 덜어내고 옷주름 하나까지 컨트롤한 섬세함을, 그렇다고 전부 다 계산해서 설계한 것이 아니라 즉흥적으로 이어나가는 자신감을,보살의 옷 문양 문양들을 마치 꿰매듯이 그려놓은 성실함을, 입체감을 절제한 평면에서 고매한 정신성을 품은 한국미는 지독하게도 내 취향이다. 이어서 계속해서 나의 취향을 탐구할 수 있었다.

저자의 전공이 비교미학인 만큼 한중일을 넘어서 서구쪽 작품과 비교하는 맛이 있었다. 고구려 벽화-고구려 불화의 나선형 문양과 이슬람의 아라베스크 문양의 공통점을 찾아보고 마티스의 <붉은 방>으로 이어지는 설명이 가장 흥미로웠다. 최광진의 설명에 따르면 나선형 무늬는 “끝없이 생성하고 변화하는 생명의 파동”이며 “미시 세계의 추상적인 힘의 작용”을 상징한다. 그 맥락에서 그간 내가 왜 뜨왈이나 자카드에 환장을 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나는 실체가 없는 것을 포착하는 마법을 좋아한다. 문양이 바로 마법의 현현이 아닐지.

순금 분말에 아교를 개어 만든 금니로 작업한 고려불화와 클림트의 작품들을 나란히 놓고 보는 것도 재밌었다. ‘금‘의 쓰임이 불화에서는 열반의 황홀함을, 클림트의 것에서는 사랑의 황홀함을 상징한다고 설명하는데 둘 다 그림 속 ’인물‘보다는 붓을 잡은 자가 말하고자 하는 ’정신성’을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나 아무래도 고려 불화에 빠진 것 같다. 불화 파트를 특히나 재밌게 읽어서 소개했지만, 조각과 문인화 파트 그리고 현대 작가 박수근, 최종태, 김수자의 작업을 다룬 파트도 충분히 즐겁게 읽었다.

간혹 중국과 일본에 비해 한국을 지나치게 띄워 설명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기도 했지만 한국미학을 사랑하는 사람의 자신감쯤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아, 박수근의 작품이 책에 직접 실리지 않은 점은 아쉽다. 하지만 그정도는 내가 찾아보면 되고 여러모로 도판과 글 설명이 잘 어우러져서 읽기 편했다. 현암사 편집진의 사려깊은 실력은 반가사유상 부분에서 드러나는데, 그림과 설명을 나란히 놓고 볼 수 있게끔 양 날개에 한쪽씩 차지하도록 실어놓은 덕분에 편안히 감상할 수 있었다.

책은 앞에서부터 차례대로 읽을 것을 권한다. 우선 저자의 친절한 한국 미학 시리즈가 나온 배경 설명을 읽고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프랙탈과 삼매 같이 앞서 다룬 내용에서 매끄럽게 다음에 다룰 내용으로 이어지는 파트가 있기 때문에 꼭 순서대로 읽으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