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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류 ㅣ 오늘의 젊은 작가 40
정대건 지음 / 민음사 / 2022년 12월
평점 :
어떤 종류의 상처는 너무 깊어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흉터로 남는다. 상처는 낫고 흉터만 남았음에도 그걸 눌러보면 계속 미묘한 통증이 남는 경우도 있고, 신경이 완전히 죽어버려 그 자리에 아무 감각이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너무 깊은 상처는 아무리 애를 써도 결코 그 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비가역적인 상태로 남는 것이다.
하지만 상처가 깊고, 완전히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해도 그것을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다. 아프더라도 제대로 마주하고 약을 바르던 붕대를 감던 치료하지 않으면 그것은 흉터가 아니라 더 큰 상처가 될 것이다.
주인공 도담과 해솔은 그런 상처를 겪었다. 둘은 서로를 사랑했지만 과거의 상처 때문에 온전히 서로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다. 그 과정에서 도담은 도담대로 해솔은 해솔대로 다른 연인을 만나기도 하지만 두 사람이 사랑했던 것은 오직 서로뿐이었기에 종국에는 두 사람이 이뤄지는 결말로 끝이 난다.
두 주인공이 자신의 상처를 빌미로 다른 사람을 그저 외로움을 채워줄 수단처럼 대하는 면모는 독자들에게 호불호가 갈렸다.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과 연인 관계를 유지하다가 관계의 마지막엔 사실 자신이 사랑한 사람은 늘 다른 사람이었다고 고백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철저한 기만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두 주인공의 태도는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했고, 비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책에 대한 여러 리뷰를 살펴보면 그 부분에 대해 가장 많은 비판이 있다. 상처를 권리처럼 여기는 나르시즘 환자 두 명이 정상인을 정신병자로 만들었으니 제발 서로 방생하지 말고 백년해로했으면 좋겠다는 그런 얘기들.
독자들이 어떤 의미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필자 역시도 두 주인공이 자신들의 다른 연인을 대했던 태도가 미성숙하고 이기적이었다는 점에 격하게 동의한다. 다만 이 작품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이 “상처를 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아야 그것을 극복할 수 있다”라고 생각했기에, 서로의 상처에 대해 진심으로 소통한 적이 없는 두 사람이 그럼 미성숙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느꼈다. 그렇기 때문에 마침내 서로 마음을 다 열고 진심으로 소통한 뒤 두 주인공이 트라우마를 극복해내는 결말에는 감동을 느꼈다.
다만 이 이야기에서 단단한 설득력이나 참신함은 느낄 수 없었다. 주인공 두 명을 제외한 나머지 캐릭터들은 모두 두 주인공의 서사를 완성시키는 장치 그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특별히 눈길이 가지 않았고, 완성된 두 주인공의 서사도 딱히 특별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과거의 상처, 엇갈림, 재회,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다시 헤어짐, 다시 재회, 밝혀지지 않았던 그날의 진실, 해피엔딩.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이야기들이 조금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고 전형적으로 전개된다. 작품이 전달하는 주제의식이 좋았고 간결한 문체 덕분에 가독성도 훌륭했지만, 이 정도의 베스트셀러가 될 만큼인지는 모르겠다. 깊이 있지도 신선하지도 않은, 그냥 나쁘지 않은 이야기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