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어린 나이에 각자 상실(아픔)을 경험한 세 인물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식으로, 때론 교집합을 이루면서 진행된다. 우리 삶의 모습이 그러하듯 함부로 결론 내릴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의 층들이 쉼없이 이어지다 보니 단편 작품들보다 상대적으로 몰입도가 떨어지는 순간도 간혹 있었다. 하지만 작중 인물을 바라보는 작가님 특유의 시선과 태도는 여전하다. 그저 이야기를 완성하기 위해 창조한 캐릭터가 아니라, 실제 존재하는 타인을 바라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듯한 조심스러움과 사려깊음이 읽는 사람의 마음마저도 헤아려준다. 누군가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기에 많지 않은 분량임에도 책장이 쉽게 쉽게 넘어가진 않는다. 김애란 작가님의 글을 계속 기다리는 이유 중 하나다. 이 작품을 포함하여 작가님이 발표한 4편의 단편 소설집과 2편의 장편 소설을 모두 읽었다. 개인적으로는 장편보다 단편 작품들이 더 오래 마음에 남는 것 같다(장편이 별로라기보다는 상대적으로 단편에 좋은 작품들이 더 많아서). 단편 소설보다 장편 소설의 가치를 더 높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저 창작자 본인이 편하게 느끼고 잘 표현할 수 있는 리듬이 다른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음악도 앨범을 잘 만드는 아티스트가 있고, 싱글 단위로 잘 만드는 아티스트가 있다. 티비 드라마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가 있고, 반면 영화 스크린에서 돋보이는 배우가 있다. 여기에는 우위가 존재하지 않는다.